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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부문화의 전파력
오피니언

기부문화의 전파력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11/20 14:09 수정 2012.11.20 02:09



 
 
오래 전 세상 떠난 외아들
그 이름 빛내는 아버지의 기부
상속의 대상이 사회라는
단순한 용기가 감동적이다
지도층의 기부문화 이어져
따뜻한 겨울 되었으면


박정수 문화원 부원장이 6억원이 넘는 사재를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에 쾌척했다는 소식은 초겨울 아침바람과 같이 신선한 감동을 안겨준다.

박정수, 그가 누구인가. 젊어서는 양산청년회의소 회장과 특우회장 등을 맡으면서 청년사회봉사활동을 주도했고, 민주평통 양산협의회장을 역임하는 한편, 13년 동안 생활체육회를 이끌어오면서 지역의 스포츠 저변확대에 노력해 왔다.

지금은 양산문화원 부원장으로 향토문화 창달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지도층 인사다. 그는 생활체육회장 직을 물러나면서 1천만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았고 얼마 전 양산부산대병원에도 1천만원을 기부했다. 또한 그의 누님인 박명옥 여사도 양산부산대병원 건립 당시 거액을 기부해 2008년 개원식 행사에서 크게 알려진 분이다.

박정수 씨는 16년 전 당시 26살의 외동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생전에 나눔과 배려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했다”고 회상하는 박 씨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심정으로 부동산을 기부하게 됐다고 말한다.

당시 그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는 것으로 가슴에 묻은 아들의 생명을 승화시켰다. 이제 그 아들은 장학재단의 기금으로 다시 태어나 어려운 환경의 후배 학생들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우는 기적을 이루게 됐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속담은 ‘먹고살 만 해야 남을 동정하게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작금의 세태는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소득의 격차에 따른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부유층들의 비리와 탈세, 탈법적 상속과 구조적 착취 등의 구린내가 진동하면서 일반 서민들을 분노하게 한다는 것이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외제 유모차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사실에 더해 그 구매자들의 모임까지 번성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모습이 우리네 특권층 자녀들의 행태로 소개됨에는 적지 않은 분노까지 일기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나눔의 표상들이 있다. 평생을 시장바닥에서 장사를 해 번 돈을 대학교에 쾌척하는 할머니,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자식의 위로금을 다시 그 부대에 기부한 아버지,

중국집 배달원으로 어렵게 살면서도 딱한 처지의 아이들을 돌보다 세상을 떠난 김우수 씨 등 자신의 삶이 풍족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된 사례는 적지 않다. 우리 지역에도 매일 폐지를 수거해 명절이면 이웃돕기 쌀가마를 부려놓는 구두쇠 할아버지가 있다.

이런 것을 보면 기부나 봉사는 어떤 경우에도 우러날 수 있는 마음의 발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단 금전적인 기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또다른 기부의 모습이다.

노후한 주택을 보수하고 새로 단장해 주는 라이온스 클럽 회원들, 시력회복 시술 기회와 함께 안경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로타리안들, 홀로사는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단풍놀이를 가고, 결손가정을 위해 매년 김장을 전달하는 여성단체 회원들, 직접 손을 보태기 어려운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굶는 사람들에게 끼니를 제공하고 가사를 돌보아 주는 등 재능기부와 노력봉사는 다양한 형태의 기부로서 그 의미를 지닌다.

2006년 설립된 양산시인재장학재단에 6년 동안 답지한 기금은 모두 170억원인데 이 가운데 시 예산으로 지원받은 100억원을 제외하면 민간 기부금은 70억원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역 내 기업체와 사회단체 기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큰돈은 주로 대규모 개발사업자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개인 명의의 기부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그만큼 지도층의 애향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때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라 할 만 한 박정수 씨의 사재 기부는 우리 모두 한 번쯤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부는 유행이다! 그만큼 파급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양심적인 동물이기에 타인의 선행에서 감동을 받는다. 감동을 받은 반응은 또다른 감동을 전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양심을 작동시킨다. 선행의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자. 나의 관심과 기부를 기다리는 대상들이 보이지 않는가. 곳간을 열자. 아니면 내 손과 발과 몸을 내놓으면 된다. 우리가 타인에게 제공할 것은 너무나 많다. 없어서 못 준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를 내려놓고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이제 곧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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