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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비밀이 없어진 세상
오피니언

비밀이 없어진 세상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12/04 10:12 수정 2012.12.04 10:12



 
 
스마트폰 등 기술 발달로
비밀보장 안 되는 사회
정부나 정치권 밀실야합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회의 공개 원칙 내세운
시의회 투명한 회의 기대돼

문명의 이기 스마트폰이 수난을 겪고 있다. 자그마한 크기에 고가이면서 쉽게 유통되는 탓에 손을 타기 십상이다. 실수로 잃어버렸다면 돌려받을 확률은 절반 이하다.

택시에서 두고 내린 승객이 되찾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다음 승객이 슬쩍 하기도 하고, 일부 못된 기사는 이틀 분 일당에 맞먹는 금전의 유혹에 넘어가 전원을 꺼버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전문적으로 취객을 골라 태워서 아예 훔치기에 나선 일당도 있어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스마트폰 사용을 통해 인생을 잡쳐버린 사례도 있다. 최근 검찰 파문의 와중에서 내부 게시판에 검찰개혁방안을 올려 화제가 됐던 어느 검사는 동료에게 보내려던 문자 메시지를 잘못해 방송사 기자에게 전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위장 개혁’의 꼼수로 논란이 된 메시지 발송 착오 때문에 그 검사는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에는, 정치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MBC 관계자와 만나서 나눈 대화내용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불법도청 여부가 관심사항으로 떠올랐다. 1시간 이상 통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 이사장이 휴대전화 조작 실수로 본의 아니게 전화가 연결돼 있었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면 다 알고 있지만, 통화를 마치고도 본인이나 상대방 중 한 사람이 종료 버튼을 터치하지 않으면 통화상태가 지속된다. 자신도 모르게 통화가 이어지는 경우를 한두 번은 경험했을 것이다. 게다가 통화 중 쉽게 녹음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데에 ‘녹취록’이 자주 등장한다. ‘녹취록’이란 문자 그대로 녹음된 대화내용을 공증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 풀어서 문자화한 것이다. 윤영석 의원이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배경에도 녹취록이 있다. 선거기획을 총괄해 주는 조건으로 금전의 지급을 약속했다는 증거가 선거 브로커 조기문의 통화기록 녹취록에서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성능이 날로 발전하면서, 마주한 상대방과 대화는 물론 회의 내용의 녹음, 전화 통화내용의 녹음이 대단히 편리해졌다.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말이 맞을 정도다. 더 이상 비밀은 없다.

악의적인 의미에서 인간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길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정치권이나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적 의사결정행위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음을 볼 때, 정부의 주요 정책회의나 정당의 공천심사, 작게는 지방의회에서 심의되는 회의 내용이 일반 국민에게 가감없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리 시에서도 시의회의 각종 위원회 활동을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이미 올해 설치되었고 시험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이제 의원들도 함부로 자의적인 의사 진행을 하지 못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취지에서 우리 신문은 필요하다면 의사 공개 방침에 준하는 몇 가지 편집방침을 수립하고자 한다.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조례안의 처리나, 특혜성 예산 수립의 과정, 과다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대형 사업 입안단계에서 시나 의회의 처리과정을 상세히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다.

이는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위원회, 공유재산심의위원회 등의 회의에서 처리되는 사안 중에서 시민들이 알 권리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별 의원들의 발언내용이나 관계자의 답변 내용 등을 적시해서 신문에 게재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당사자들의 개인 신상적 발언 등 공개가 불필요한 부분은 엄격히 보호할 것이다.

최근 시와 의회 간에 특정한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법규해석의 이견으로 충돌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 중에는 감사원 감사청구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고, 재야 시민단체로부터 적법성 여부를 추궁 받는 사례도 있었다. 우리는 보다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편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생각해 이런 사례들에 대한 심층 취재와 진행과정 공개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어차피 내년부터는 실시간으로 의회 회의진행이 공개될 터이므로, 앞당겨 이번 정례회부터 주요 회의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린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시민의 대표로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지방의원들이야말로 발언의 공개가 하등 두려운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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