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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 살롱] 다문화 사회와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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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살롱] 다문화 사회와 한국인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2/12/11 10:32 수정 2012.12.11 10:34




 
↑↑ 신원용
영산대학교 아세안비즈니스학과 교수
 
지금 다문화 현상은 엄연한 현실이다. 초현대적인 교통ㆍ통신 발달로 세계는 가까워지고 교류는 다양해졌다. 그야말로 지구촌이 되었다.

그러나 다문화 현실을 하나로 통합해 주는 보편타당한 문화적 언어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새뮤얼 헌팅턴(Samuel Phillips Huntington)은 이러한 시대를 문명 충돌의 시대로 규정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말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5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국내 인구의 3%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300만명을 넘어 500만명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주민의 증가는 경제의 세계화 추세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때는 농촌으로 시집오는 외국인 여성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도권과 지방공단을 중심으로 외국인 주민이 급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생산조건을 갖고 있는 중소 수출기업 관계자들은 외국인 노동자들 없이는 단 하루도 공장을 돌릴 수 없다고 한다.
 
농촌 총각들과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들은 또 어떤가? 이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제 이들과 아름다운 다문화 사회를 만드는 과제가 우리에게 던져졌다. 반만년을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이기에 더더욱 단단한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다문화 상황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삶의 유형은 크게 나누어서 상대주의, 다원주의 입장, 포용주의 입장, 배타주의 입장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배타주의는 다른 문화를 부정하는 태도이다. 포용주의도 실제적으로는 타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이다.

상대주의, 다원주의는 다문화 상황에서는 매우 편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 한국인의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다문화적 현상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먼저, 공격적인 태도를 버리고, 신사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시대에서 살아가는 가장 좋지 않은 태도는 공격적인 행동이다. 한국인의 문화와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강요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타 문화권 사람을 공격하는 매우 독선적 태도이다. 이런 태도는 타 문화권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못하고, 마치 사물처럼 여기는 것이다.

한국적인 정체성을 타 문화권 사람들에게 투사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방식이다. 나와 네가 다른 문화권의 배경에서 성장했다는 다원주의적 의식이 없는 것이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무시하거나 욕하는 행동이 전형적인 예이다. 타 문화권 공간에 들어가서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해외에 가서도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타 문화 타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하지 못하는 행동은 신사적이지 못한 태도이다. 그러므로 다원적 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자세는 공격적인 태도를 버리고 신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에서 다양성은 현실이지만, 그 다양성 자체가 모두 이상적인 것은 아니며, 다원적 현실 자체를 절대화할 필요는 없다. 서로 대화하고 탐구해야 하지만,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식의 상대주의적 자세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버리는 태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한국인됨’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우리가 온전히 알고 있다고 장담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실제적인 ‘한국인됨’을 동일하다고 판단하는 잘못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의 좁은 주변에서의 한국적인 가치만 주장하지 말고, 오히려 우리 사회 밖에서 ‘한국인됨’의 가치를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뜻에서 타 종교 타 문화의 사람들은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친절과 섬김의 대상인 것이다. 때로는 타문화권과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삶의 방식을 견지해야 한다.

평화는 단순히 충돌이 없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굴종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의 정체성의 특질인 친절과 관용의 방식으로 타문화권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다원화된 현재 세계에서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코리아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나 화려한 국제행사를 수없이 개최했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의식과 규범을 먼저 갖춰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한국과 가족적인 사회 구성원만 아는 속 좁은 사람들, 타 문화와 종교에 무례한 사람들, 사랑과 정의와 평화 등 보편적 가치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라는 낡은 순혈주의적 한국인의 이미지는 벗어 버려야 할 것이다. 다문화 다종교 상황에서 우리는 한국적인 정체성을 견지하면서, 타문화권과 관용, 소통하며, 나아가 평화에 대한 추구와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연민을 나타내는 성숙한 한국인상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올해 겨울은 혹독한 추위가 온다고 한다. 연말을 맞아 한국으로 홀로 넘어와 추위와 외로움 속에서 살아갈 경제ㆍ사회적 취약계층인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우리 사회의 관심과 온정이 한층 절실한 시점이다.

- 신원용 영산대학교 아세안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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