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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까지 지적ㆍ자폐 장애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적잖이 긴장했다. 하지만 “안녕하세요”라는 부정확하지만 분명한 그들의 인사와 환한 미소가 이러한 ‘편견’을 깨끗이 지워냈다.
오히려 누군가로부터 이런 환대를 받아본 적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들은 기자를 반겼다. 예정에 없던 ‘기습’ 방문의 무례함과 그들에 대해 보이지 않는 편견이 더욱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가온’. 세상의 중심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다. ‘들찬빛’은 말 그대로 ‘들녘 한가운데 빛이 가득차다’라는 의미다. 평산동 572-2번지에 위치한 장애인 생활시설 ‘가온들찬빛’은 이름 그대로 ‘장애인을 세상의 중심이 될, 빛을 가진 진정한 자립인으로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시설이다.
가온들찬빛은 여느 장애인시설처럼 식사, 용변, 수면 등 기초적인 개인생활 지원은 물론 대중교통, 공공기관, 편의시설 이용 등을 통한 사회성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더불어 축구, 수영, 볼링 등 다양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도록 하고, 여가생활을 통해 문화적 소양을 쌓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 프로그램보다 가온들찬빛의 가장 큰 특징은 독립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이다.
김광남 사무국장은 “우리 시설은 장애인들의 자립 생활을 위한 전문적, 종합적인 서비스를 지원해 장애인의 인권과 행복추구를 보장ㆍ증진하기 위한 곳으로 단순히 장애인을 보호자 대신 돌보는 곳이 아니라 이들이 최종적으로 사회에서 독립된 생활인으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90여명의 장애인이 생활하는 이곳은 장애 수준에 따라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며 ‘공동체’의 삶을 배우고 있다. 많게는 10여명이 한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독립된 생활도 한다.
직원은 ‘지원’ 역할만
의사결정은 장애인 스스로
장애인들은 크게 ‘요양홈’, ‘시설생활홈’, ‘지원홈’으로 나뉘어 생활한다. 요양홈은 장애가 심하거나 아직 독립 생활인으로서 일상이 힘든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시설생활홈은 어느 정도 자립이 가능한 장애인들의 거주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지원홈은 독립을 앞둔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가기에 앞서 최종 준비를 하는 곳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가온들찬빛의 최종 목적은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정상인과 동등하게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원들은 장애인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도록 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뿐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년간 계획도 장애인이 주도적으로 결정한다. 매월 거주자 대표회의를 열고 정기회의를 통해 스스로 반성하고 계획을 수정하기도 한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우선 다른 장애인시설과 마찬가지로 생활을 원하는 장애인 수에 비해 수용 규모가 따라주지 못한다. 법적 정원은 110명이지만 시설은 사실 87명이 한계다. 장애인 생활환경이 달라졌음에도 불구 정원에 대한 기준은 예전 그대로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항상 입소를 위한 기다리는 대기자가 줄을 서 있다.
정부 또는 지자체 지원도 문제다. 법인 본원(사회복지법인 가온)이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반면, 가온들찬빛은 양산에 위치하고 있어 ‘역외시설’로 등록돼 지원도 제한적이다. 거주 장애인 모두가 양산시민임에도 불구 시의 지원은 제한적인 것이다.
가온들찬빛 관계자는 “본원 등록 지역인 부산시와 양산시가 서로 지원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보건복지부)에서 직접 지원하던 것이 지자체로 넘어오면서 발생한 문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가온들찬빛은 장애인이란 단어에서 ‘장애’가 중심이 아닌 ‘사람(人)’에 방점을 찍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세상을 향한 그들의 독립을 편견 없는 시선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