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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부시장이 누군지 아시나요..
오피니언

부시장이 누군지 아시나요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12/31 10:04 수정 2012.12.31 10:04



 
 
도청 낙하산 인사로 인해
유명무실한 부시장 자리
우리 시에서 잔뼈 굵은
고위공무원 승진기회 줘
내부관리 전념하게 할 때
시장은 대외활동 폭 넓어져

1천명 가까운 양산시청 소속 공무원 가운데서도 가장 고위직인 부시장은 3급 부이사관이다. 선출직인 시장을 보좌하여 안방살림을 챙기는 외에도 각종 위원회와 대책회의를 주관하는 등 위임받은 사무가 만만치 않은 자리다. 하지만 오래된 관행으로 도청 간부급 공무원이 퇴임 직전에 왔다 가는 자리로 치부되고 있어 그 위상이 자못 추락하고 있다.

이번에 퇴임하는 김갑수 부시장은 올 1월 10일자로 부임해 만 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정년을 한 해 앞두고 퇴임하는 김 부시장은 아예 부임할 때부터 ‘1년 짜리’라고 공언하곤 했다. 짧은 임기지만 양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우선 공직 내부에서조차 실권을 가진 상급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본인도 탈 없이 말년을 보내는데 무게중심을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이전에 근무했던 역대 부시장들도 이런 의미에서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도청에서 오래 근무한 뒤 정년이 가까워오면 마지막 대우 차원에서 일선 시ㆍ군의 부단체장으로 보내 ‘쉬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임하는 당사자 역시 기존의 시스템에 괜히 모난 돌이 되지 않으려고 처신을 조심하게 되고, 단체장의 동선과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인구 27만의 역동적인 도시를 이끌어가야 하는 우리시 같은 경우에는 이런 관행이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십명에 달하는 실ㆍ국ㆍ과장들의 업무를 통솔하고 다양한 민원이나 행정수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관리자의 마인드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위 관리자와 시장 사이의 중재자 역할이 부족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점이 도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런 폐단을 탈피하자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시 자체에서 부시장 임명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현재 시에는 8개의 서기관(4급) 자리가 있다. 본청의 4개 국(局)과 의회사무국장, 그리고 웅상출장소장, 보건소장, 상하수도사업소장이다. 새해에는 4급 직제가 하나 더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인재 풀 속에서 직제상 더 이상 승진할 자리가 없기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국장으로 진급한다 해도 장기간 근무하다 보면 아랫사람으로부터 눈치를 받기도 한다.

하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오랜 기간 우리시에서 잔뼈가 굵은 관리직 공무원들은 그 누구보다도 잘 다져진 애향심과 지역 실정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 이런 공직자들이 능력과 기회를 인정받아 부시장 자리에 앉을 수 있다면 더욱 열정을 갖고 직무에 임할 수 있지 않겠는가. 특히 선거로 뽑힌 민선 시장과의 원만한 업무 분담으로 조직 내부를 관리한다면, 시장은 좀더 자유로이 중앙정부나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조를 이끌어내는데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관선시대의 잔재가 곳곳에 깔려있다. 과거 도청은 시ㆍ군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통해 전 방면에서 지휘 감독해 왔다. 특히 인사 부문에서의 권한은 절대적이었다. 오죽하면 당시 군청 과장도 도 눈치를 봐야할 정도라고 했다. 민선시대를 맞아 도청의 인사 횡포는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시ㆍ군 간 교류인사를 조정하는 정도라 할까. 하지만 아직도 고위직 인사에는 도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4급인 국장의 장기연수를 결정하는 것도 도청 몫이다. 이번에 우리시의 국장 한 사람도 1년짜리 연수를 다녀왔다. 시에서는 올해도 국장급 장기연수를 할당받으려 애쓰고 있다. 맨 윗자리가 하나 생기면 줄줄이 하위직부터 승진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인사 적체 해소에 그만한 효과가 없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도청의 부시장급 인사 독점에 뭐라고 항거할 입장이 못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시의 장기적인 발전과 업무 효율성을 찾으려면 부시장의 내부 승진은 꼭 필요한 지자체의 인사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은 부시장 인사권을 시로 가져올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노력해 주기 바란다. 당장 실행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장기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번에 도지사도 새로 뽑히지 않았는가. 중앙이든 지방이든 ‘새 정치’라는 명분 아래 정치개혁 요구의 목소리가 높은 지금이 호기(好機)다.

우리시에서 장기근속한 고위 공직자가 부시장까지 진급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공무원조직의 동기 부여가 될 것이고, 지방화시대에 부응하는 정책이 되리라 확신한다. 30년이 넘도록 우리시를 위해 헌신하다 연말에 퇴임한 다섯 명 공직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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