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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인성교육만이 건강한 사회인을 만든다..
오피니언

인성교육만이 건강한 사회인을 만든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2/19 09:20 수정 2013.02.19 09:20



 
 
층간소음 살인ㆍ방화사건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성 부재의 결과물
학교와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필요성 되새겨야

지난 설 연휴기간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공동주택 층간소음이 빚은 살인과 방화’ 사건이었다. 명절을 맞아 부모집을 찾은 아들 형제가 소음을 항의하는 아래층 주민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지는가 하면, 다짜고짜 위층을 방문해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난 아래층 주민도 있었다.

‘멀리 떨어진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말도 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사소한 말다툼으로 이웃간에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지 개탄스럽다. 수년간 누수와 소음에 시달려 정신적 스트레스가 폭발하게 되었다든지, 시정을 요구하러 갔다가 말다툼 끝에 오히려 분노만 쌓여 다시 흉기를 들고 올라갔다는 용의자의 진술을 듣다 보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얼마나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부재함으로써 축적된 ‘미숙한 인성’의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동주택의 맨 위층이나 맨 아래층에 살지 않는 한 모든 입주민들은 모두 ‘어느 집의 위층주민’이자, ‘아래층 주민’이 된다. 즉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에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노부부만 살고 있어 평소에는 쥐 죽은 듯 고요한 집이라도 주말이나 명절에 자식들이 방문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아래층에 피해를 주게 된다. 야간 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있다면 본의 아니게 그의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양산에 10층 이상 되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1989년이 처음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필자도 그때 처음으로 신축 아파트 8층에 입주하게 됐는데 바로 옆집에 개구쟁이 초등학생 형제가 살고 있었다. 아이들끼리 친해져 서로 출입문을 열어놓고 지낼 만큼 가깝게 지냈다.

그런데 입주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옆집과 아래층 입주민 사이에 다툼이 시작됐다. 젊은 신혼부부였는데 위층의 소음이 심하다고 걸핏하면 인터폰을 통해 항의를 하는가 하면 간혹 화가 난다고 장대로 천정을 쑤시는 통에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종내는 경찰에 신고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옆집 아이들은 계속되는 질책에 발뒤꿈치를 들고 다니는 지경이 되었지만 아래층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유순한 성격의 옆집 친구가 자비로 바닥보강공사를 하고 거실에 카펫을 깔기로 하면서 분쟁은 가라앉았다.

환경부의 2012년 한 조사에 따르면, 층간소음 원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아이들이 뛰는 소리였다고 한다. 건축물의 구조와 방음설비에서 취약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층간소음 분쟁에서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이들의 소란을 자제시키는 동시에 소음이 아래층으로 전파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웃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졌어야 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요즘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지나친 편애와 이기심은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개념을 상실한 듯 하다. 대중이 이용하는 음식점 등에서 마음대로 뛰어다니며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줘도 제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간혹 아이들 놀이터를 만들어 둔 곳도 있는데 이런 곳은 아예 전쟁터 수준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떼를 쓰는 아이들, 영화관에 데리고 와 다른 사람까지 불쾌하게 만드는가 하면, 길거리에서는 오히려 부모가 법규나 질서를 지키지 않아 아이들보다 더할 때가 있다.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럽의 평범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 식사예절부터 먼저 가르친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되는 정찬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에티켓이 몸에 배이게 한다. 거기에 부모자식간의 대화도 큰 몫을 하게 된다. 인성교육은 이렇게 집에서부터, 작은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연초에 실시한 ‘교육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 문제’로 전체 응답자 10명 중 네 명이 ‘학생의 인성ㆍ도덕성 약화’를 꼽았다. 특히 초등학교는 45.6%,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39.5%, 27.3% 순으로 인성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교총의 조사에서도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인성교육의 강화가 첫머리에 올랐다.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은 자녀와의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우선이지만 부모의 ‘몸으로 보여주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회인으로서의 규범과 양식을 부모가 말과 행동으로 보여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분노를 속으로 키워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없을 뿐더러 이웃 또는 사회의 분쟁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견지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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