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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골목상권의 강소업체
“창업? 남다른 기술 없다면 권하고 싶지 않아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3/02/19 10:50 수정 2013.02.19 10:59
② 물금읍 범어리 '샤인 베이커리'






"예전엔 프랜차이즈란 개념 자체가 없었죠. 그저 동네에 한두 개쯤 있는 빵집. 말 그대로 동네빵집이었어요. 빵 장사는 사실 그때가 좋았죠.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면서 동네빵집이 내리막길을 걸은 건 당연하고요. 특별한 기술 없이도 창업이 가능해지니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요. 우후죽순 빵집이 늘어나는 요즘은 더욱 ‘기본’이 중요해 지고 있어요”

아침 식사를 거른 출근길. 버스 정류장 앞 코끝을 유혹하는 달콤 고소한 냄새. 냄새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어김없이 발견하는 빵집. 그만큼 갓 구워낸 빵의 유혹은 강렬하다.

↑↑ 물금읍 범어리에 위치한 '샤인 베이커리'

물금읍 범어리에 위치한 ‘샤인 베이커리’의 신일호 대표는 스무살 시절 공부 대신 기술을 선택했다. 빵을 굽기 시작한 그는 지난 22년간 한눈을 팔지 않았다. 제빵 기술을 배우고 남의 밑에서 일을 시작한지 10여년이 훌쩍 지난 2003년 그는 자신의 가게 ‘샤인’을 열었다.

미래에 대한 큰 기대를 품고 남부동 청어람아파트 상가 한 켠에 문을 연 ‘샤인’.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샤인’의 주변 환경은 신 대표의 기대를 허물기 시작했다. 지역 상권이 옮겨가고 가게 앞 버스정류장마저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신 대표가 가게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목, 즉 ‘상권’이 변해버린 것이다.

신 대표는 결국 5년 만에 가게 문을 닫고 현재의 위치 물금읍 범어리 효성아파트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게를 옮긴 지 만 4년째인 최근에야 신 대표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직접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해 9년이 걸린 셈이다.


맛의 비결, 하루 수차례 구워내는 빵


↑↑ 신일호 ‘샤인 베이커리’ 대표는 갓 구운 맛있는 빵을 제공하기 위해 소량의 빵을 하루에도 수차례 구워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다른 ‘맛집’들과 마찬가지로 신 씨의 가게 ‘샤인’에서 구워내는 빵은 맛 좋기로 소문이 났다. 빵이 맛있는 이유를 물었다. 비결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직접 만드는 빵을 자주 구워냈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것도 당연.

“저희 집 빵은 저희가 직접 구워내기 때문에 맛있죠. 물론 오랜 기간 노력해 온 실력이 기본인 상태여야 가능한 것이지만. 하루에도 수차례 빵을 구워내니 손님 입장에서는 언제나 갓 구워낸 빵을 드실 수 있죠. 갓 구워낸 빵과 시간이 지난 빵은 맛에서 확실히 차이를 보입니다. 저는 이 점이 동네빵집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대표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선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조금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빵을 최소 단위로 자주 구워내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갓 구워낸 빵과 시간이 지난 빵은 향기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어떤 빵이든 하루를 넘겨 파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날 만든 빵은 당일에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한다. 입맛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하루를 넘긴 빵을 귀신같이 알아채기 때문이다. 실제 ‘샤인’의 주방은 항상 빵 만드는 손놀림으로 분주하다. 신 대표와 함께 4명의 직원이 하루 종일 빵을 만들고 오븐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처럼 빵 맛의 경쟁력은 얼마나 신선하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하루에 소비되는 빵의 양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 대표는 현재 위치에서 만 4년의 경영 끝에 최근에야 하루 빵 소비량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날씨 변화가 심한 날은 신 대표의 경험도 소용없지만.

여기에 좋은 재료도 추가된다. ‘샤인’이 질 좋은 재료를 쓴다는 이야기는 신 대표가 아닌 손님들의 증언을 통해 나온다. 단골들은 “케이크 위에 올라가는 과일은 먹거리 보다는 사실 눈요기용인데 샤인 케이크는 그 한조각 과일마저도 맛이 다르다”고 칭찬한다. 이처럼 좋은 재료를 사용해 뛰어난 기술로 방금 구워낸 빵이 맛이 없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치열한 환경, 창업 신중할 필요”


“한 때 제빵업계에 발을 담근 것에 대해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빵을 배울 때는 배우는 일이 힘들어서, 가게 주인이 된 지금은 경영이 쉽지 않아 매 순간 후회가 밀려왔죠. 쉬는 날도 없이 일하다 보니 더 힘들더군요. 그래도 돌아보니 어느새 20년간 같은 길을 걸어왔네요”

빵집은 이른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의 코 끝을 유혹해야 하고 퇴근길 직장인들의 발길도 사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빵집은 항상 새벽에 문을 열고 밤늦게 문을 닫는다. 신 대표 역시 빵을 배우기 시작한 20년 전부터 가게 사장이 된 지금까지 매일 6시 30분 출근해 가게 문을 연다. 밤 11시 가게 문을 닫는 순간까지 신 대표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맛있는 빵을 팔기 위해 고민한다. 신 대표는 나지막하게 고백한다. 20년 동안 힘들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그렇게 힘들게 20년 간 반죽을 만져온 그는 어느새 ‘사장’이 됐다. 맛있는 빵집으로 동네에 소문도 나고 단골도 많이 생겼다. 자신 밑에서 제빵 기술을 배우는 직원만 4명이다. 어려운 이웃에 나눌 만큼 여유도 생겼다. 20년 전 꿈꿔온 미래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년을 걸어왔지만 환경은 점점 더 힘들어 진다. 포화상태에서도 여전히 늘어나는 빵집들, 특히 ‘이름’을 앞세워 상권 곳곳에 스며드는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경쟁은 언제나 힘이 부친다.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제빵업계. 이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예비 제빵업주들에게 신 대표는 진심어린 조언을 건냈다. 실력이 없으면 덤벼들지 말라고, 제빵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치열한 환경을 견뎌내기 힘들 거라고 충고한다.

“앞으로도 제빵업계의 힘든 경쟁은 계속 될 겁니다. 그나마 저는 20년 세월 동안 시행착오 끝에 얻은 값진 경험들이 있어 다행이죠. 혹시라도 빵집 운영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면 한마디 충고하고 싶네요. 기술이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고…. 프랜차이즈라면 기술 없이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힘든 경쟁은 똑같아요. 다시 생각해도 딱히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많이 고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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