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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친화도시를 생각한다..
오피니언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친화도시를 생각한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3/12 09:32 수정 2013.03.12 09:32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우리 현실은 부끄러운 평가
양산시의 여성친화도시도
과시용 정책 개발보다는
성 인식을 개선하는
정신계몽으로 가야한다

시청 민원인 주차장에 가면 분홍색으로 줄을 친 여성배려주차장이 있다. 장애인주차구역처럼 강제성은 없지만 시가 여성친화정책의 일환으로 1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여성을 운전이 미숙한 사회적 약자로 취급해 오히려 남성을 역차별하는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시는 또, 남부시장 인근 시유지에 수유를 비롯한 여성 쉼터를 만들려던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터 자체가 건축이 불가능한 맹지이기도 했지만, 시장건물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만들면 누가 이용하겠는가 하는 불평을 들은 뒤였다.

경남도 최초로 정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시로서는 눈에 보이는 변화와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2011년 6월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이 설파한 ‘여인천하’가 발전돼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될 때만 해도 공직사회는 물론 일반시민들로서도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다. 여성을 우대해야 한다는 것인지, 양성평등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여성정책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여성리더대학이라는 계몽프로그램이 도입돼 추진되는 등 시의 발걸음은 성큼성큼 나아갔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아직도 ‘여성친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시의 정책이 극히 일부 여성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정책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수구적 개념으로 내려오고 있는 여성비하나 홀대(忽待) 등 인식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함은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관료사회에서나 일반 기업체, 사회단체 등 여러 집단에서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폄하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원이나 업무 상담을 위해 행정관서를 찾는 많은 여성들이 법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처리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모멸감을 받은 적이 있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사기업에서도 생리나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노동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짐에 대한 차별대우를 호소하는 여성이 많다. 여성들로 이루어진 단체들은 대외적 관계에서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야 될 때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최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남성우위가 무너지고 오히려 경제권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서 여성에 기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기성세대의 남존여비(男尊女卑) 인식이 말끔히 사라지기까지는 요원한 현실이다. 그만큼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공서를 상대로 했을 때는, 조그만 배려에도 감사하게 되고 반대로 고압적 언사를 들었을 때의 불만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여자가 무슨?”, 또는 “여자가 왜 나서서…” 하는 인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여성친화는 의미가 없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2년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6위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26개국을 상대로 한 조사인 만큼 맨 꼴찌인 셈이다. 그것도 다른 나라들에 비추어 현저한 점수 차를 보였다.

‘유리천장 지수’란 각 나라별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방해요소를 수치화한 자료로 남성과 여성의 고등교육 이수율,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남녀 임금 격차, 관리자 중 여성 비율, 임금 대비 육아 비용 등 5개 항목이 조사 대상이다. ‘유리천장 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직장 내에서 남성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인데 1위는 뉴질랜드로 90점에 가까웠고, 노르웨이, 스웨덴 등도 80점 이상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내놓은 2012년 국가별 성 격차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35개 나라 가운데서 108위라는 부끄러운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OECD 국가 중 꼴찌다. 일, 가정 육아의 3중고를 겪고 있는 여성들의 삶의 조건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권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한 날이다. 우리나라도 기념식을 열었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올해 기념식에서는 ‘빈곤과 폭력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이 제시됐다. 여기에 더해 소외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도 전달되었다.

우리시가 명실상부한 ‘여성친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특별한 시책을 개발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시민들이 성 차별 인식을 고쳐나가는 정신의 계몽운동이 더 필요하다. 부진한 여성발전기금을 활성화하여 그런 시민운동을 지원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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