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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의회의 열린 창문
오피니언

시의회의 열린 창문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3/19 09:23 수정 2013.03.19 09:23



 
 
의회 회의 진행 과정
인터넷 실시간 중계돼
성실한 의정활동 담보로
시민들의 알권리 확보와
투명한 시정감시 기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무엇인지를 놓고, 건축가와 정형외과 의사, 정치인이 설전을 벌였다.

정형외과 의사가 먼저 말했다. “하느님은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셨지요. 최초의 외과수술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오래된 직업은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그러자 건축가가 나섰다. “아담을 창조하기 앞서 혼돈으로부터 이 세상을 건설하셨기에 최초의 직업은 세상을 창조한 건축가이지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정치가가 말했다. “그런 혼돈을 만든 사람은 과연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한때 유행했던 조크의 하나다. 정치는 ‘없어도 되는 논쟁거리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라고 한 사람도 있다. 학식과 재능과 신념을 모두 갖춘 우수한 인재들이 진출한 국회가 막상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새 정부 들어 국무회의도 제대로 열 수 없을 만큼 정부조직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연일 무력도발 가능성을 천명하면서 미국과 우리에 대한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구의 책임자를 임명하지도 못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의 대치국면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의회정치가 편협한 정당이기주의에 매몰돼 대의를 저버리는 것을 보면 국민을 대신하라고 맡겨놓은 대의권한(代議權限)을 회수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다.

지방의회도 지난 20년간 기능적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선출직 단체장과의 유착 또는 과잉대응 등으로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력 발휘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권력으로 발전해 온 시의원들이 새로운 정치실험을 맞고 있다. 바로 ‘의사진행의 공개’다.

지난 11일 개원한 제127회 시의회 임시회부터 의사진행과정이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시의회 홈페이지에 구축된 동영상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본회의와 각 상임위원회 , 예산결산위원회 등의 회의를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

당장 시청 공무원들부터 반응이 폭발적이다. 그동안 작정하고 회의장에 들어가야 볼 수 있었던 의사진행과정을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일수록 시청율이 높다. 그리고 당장 찬반의 격론이 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있다. 이제 의원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흘러가는 물’이 아닌 ‘정지화면’이 되어 곱씹을 수 있게 됐다. 바야흐로 회의실 창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이번 임시회의 핵심 쟁점은 시가 요구한 행정기구 설치조례 개정안의 처리였다. 경제환경민원국을 신설하겠다는 시의 계획은 시청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상충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오죽하면, 한 시의원은 의회가 열리기 전에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의견을 묻기도 했고, 개원 첫날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나동연 시장에게 상급기관의 지적사항을 따져 묻기도 했다.

상임위 회의에서도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의회와 상의하기도 전에 입법예고를 한 것은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느니, 경남도의 시정요구 공문의 강제성 여부와 시장의 재량권 행사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표결에 들어가자 수(數)로 밀어붙인다고 불만을 토로한 의원은 퇴장해 버리고 남은 여섯 명이 참가해 진행됐다.

잠시 후, 찬성 3표, 반대 2표를 확인한 위원장이 통과된 것으로 착각해 자신은 표결도 않은 채 가결을 선포했다. 하지만 6명 중 3명 찬성은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결 선포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을 적용하자면 무효처리되고 조례안은 폐기돼야 했다. 뒤늦게 착오를 알게 된 위원장은 번안동의라는 수단을 이용해 다음날 회의 시작 전에 통과 처리했고, 18일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 표결을 통해 승인 가결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회의공개라는 제도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재야나 사회일각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의회 의사활동 공개시스템이 가동되면서 더 이상 밀실처리가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증명하게 되었다.

의원들이 그동안 꼭꼭 잠긴 방 안에서 자기들만의 이해관계와 유리한 방식을 통해 법령과 예산안을 처리해 왔다면, 이제는 환한 운동장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숨을 곳도 없고 숨길 것도 없다.

집행부의 권한 남용이나, 무리한 예산 편성과 집행, 특혜로 의심받는 사업의 승인 등 의회의 감시가 필요한 여러 사안들에 대하여 의원들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시민들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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