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외국인 은행문턱 낮추는 게 제 꿈”..
사람

“외국인 은행문턱 낮추는 게 제 꿈”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3/03/19 09:38 수정 2013.03.19 09:38
경남은행 양산 1호 외국인 금융지원 컨설턴트 ‘딘티보프’ 씨




“사실 (동남아권) 외국인들은 금융거래를 잘 안 해요. 자국 금융기관들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보니 한국 은행에 대한 신뢰도 별로 없는 거죠. 지금도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아는 사람을 통해서 (본국으로) 송금을 하거나 환전을 합니다. 저는 그분들이 은행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그게 금융인으로서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결혼이주여성 딘티보프(31, 오른쪽) 씨가 경남은행 외국인 금융지원 컨설턴트로 일하기 시작한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라고 말하는 딘티보프 씨는 은행거래를 불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의식을 바꿔놓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딘티보프 씨의 주 업무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컨설팅이다. 금융 거래가 서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모국어로 자세히 설명해준다. 필요한 서류는 무엇이며, 금융 상품 내용이 어떤 것인지 등을 자세히 전달해 무엇보다 은행 거래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역할이다. 물론 반대로 외국인 근로자를 상대하는 은행 직원들에게도 각종 자료 번역과 지원, 통역을 제공한다.

사실 금융 거래는 우리나라 사람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워낙 전문적인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어려운 금융용어, 다양한 서비스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외국인 근로자들에겐 딘티보프 씨가 ‘어둠 속 등불’인 셈이다.

대학시절 홍보대사 활동 취업으로 이어져

딘티보프 씨 역시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외국인 근로자분들이 저를 통해 금융거래를 시작하고, 이러한 금융거래에 대해 큰 만족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때”라며 “정말 그분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 힘들거나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도 힘들다는 금융권 취업의 높은 문턱을 딘티보프 씨가 넘을 수 있었던 데는 대학 시절 ‘경남은행 대학생 홍보대사’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교수 추천으로 홍보대사에 지원하게 됐고, 단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 외국인이란 사실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해 홍보대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경남은행 양산본부 이종진 과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 대학생 홍보대사에 외국인 부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딘티보프 씨가 도전하기에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팀별로 운영되는 만큼 한 분 정도는 외국인이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우리  양산지역 특성에 맞을 것 같다는 판단에 본점에 강하게 어필했고 교수님의 추천도 (홍보대사 발탁에) 한 몫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한 6개월간의 홍보대사 활동에서 딘티보프 씨는 최선을 다해 일했고, 결과적으로 홍보 실적도 좋았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그의 열정과 실적을 높이 평가한 은행 관계자들에 의해 딘티보프 씨는  정식 은행원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 양산지역 최초 경남은행 외국인 금융지원 컨설턴트로 활약중인 딘티보프(사진 오른쪽) 씨.
은행 싫다던 외국인, 제 집 안방 드나들 듯

경남은행 입장에서도 딘티보프 씨의 채용으로 많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는 것. 예전에는 간혹 방문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창구에서 간단한 볼일만 보고는 은행을 빠져나가기 바빴다는 게 이종진 과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딘티보프 씨 채용 이후부터는 외국인들도 은행이 마치 제 집인 냥 창구 안쪽의 딘티보프씨 자리까지 스스럼없이 찾아와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다 간다는 것이다. 딘티보프 씨와의 대화를 통해 은행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그들이 스스로 문턱을 낮춰 은행과 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금융상품 판매가 이어지고 있음은 당연하다.

이종진 과장은 “딘티보프 씨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배우고 결혼이주여성이란 쉽지 않은 환경에서 대학까지 공부하는 모습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무엇보다 딘티보프 씨가 경남은행에 오래 남아 지역 외국인 근로자들과 우리 경남은행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딘티보프 씨 역시 “다른 은행의 경우 사실 외국인 근로자들에까지 신경을 써주지 않는데 경남은행은 다르다”며 “작은 것에서부터 외국인들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는 모습이 정말 좋고 이런 경남은행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경남은행, 외국인 근로자 금융서비스 확대

한국으로 시집 온 지 8년. 홀로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대학까지 졸업한 딘티보프 씨는 이미 단순히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성실한 근로자이자 능력 있는 전문 금융인이다. 또한 한국 금융 상황에 밝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금융 길잡이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한편, 외국인 금융지원 컨설턴트는 경남은행이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지원과 권익 향상, 그리고 금융서비스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채용 제도다.

경남은행은 현재 경남ㆍ울산지역 외국인 근로자 분포 등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결혼이주여성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오고 있다. 딘티보프 씨의 경우 양산지역 최초 외국인 근로자 금융지원 컨설턴트다. 딘티보프 씨 채용으로 경남은행은 모두 9명의 결혼이주여성을 컨설턴트로 채용했다.

앞으로 경남은행은 외국인 근로자의 편의를 위해 은행 업무를 보지 않는 일요일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는 현장을 찾아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량을 개조한 이동식 은행서비스를 통해 현장을 벗어나기 힘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