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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소지역주의인가, 원도심의 자존심인가..
오피니언

소지역주의인가, 원도심의 자존심인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4/30 10:12 수정 2013.04.30 10:12



 
 
이용식 시의원 당선 배경은
원도심의 처절한 지역주의
쇠락하는 원도심 살리려면
이미 마련된 기본계획 따라
과감한 예산투자 끌어내야

중앙동ㆍ삼성동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용식 후보가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두었다. 정당 공천이 배제된 가운데 치러진 이번 보궐선거는 새누리당 성향의 세 후보가 격전을 펼친 끝에 중앙동 원도심 재건을 내건 이용식 후보를 시의회로 진출시켰다.

이용식 후보는 당초 선거운동이 시작될 때만 해도 김정희 후보에게 뒤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워낙 김 후보가 오래 전부터 지역구 표밭을 다지는 행보를 숨기지 않아왔고 유권자도 두 배 가까이 되는 삼성동 출신이라 숫적으로 우세할 거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전세가 역전된 건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중앙동 지역의 중ㆍ노년층에서 원도심의 자존심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감지됐다.

중앙동 출신 민경식 의원의 사망으로 인해 발생한 궐석을 채우는 선거라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용식 의원 본인도 그 점을 십분 활용했다. 본지 주최의 토론회에 나와서도 중앙동의 부흥을 강조하고 원도심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옛부터 고을의 중심지’였던 중앙동에 시의원 하나 없어서야 되겠느냐고 하는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결과를 보면 이러한 배경이 확연히 드러난다. 중앙동은 유권자가 1만807명인데 20.5%인 2천220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여기서 이용식 후보는 58.3%인 1천288표를 획득했고 김정희 후보는 절반도 안 되는 570표를 얻는데 그쳤다. 표 차이가 무려 718표나 났다. 이에 반해 삼성동 지역은 유권자 1만8천456명 중 3천137명이 투표해 17%라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여기서도 김정희 후보는 절반이 안 되는 47.3%의 득표에 그치면서 결과적으로 4백여표 차이의 패배를 감수해야만 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두 후보는 같은 지역구에서 맞붙었다. 나란히 3, 4위를 하면서 낙선했는데 그때는 김정희 후보가 이용식 후보에게 1천4백여표 차이로 크게 앞섰었다. 불과 3년 뒤에 치러진 재대결에서 왜 전세가 역전되었을까. 이것은 보궐선거만이 갖는 특성을 이해해야만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가 적용되고 있다. 두, 세개의 읍ㆍ면ㆍ동을 묶어 2~3인의 시의원을 뽑는 제도다. 13명의 지역구 의원과 2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해 모두 15명으로 의회가 구성된다. 공교롭게도 우리시의 기초 행정단위인 읍ㆍ면ㆍ동은 13개이다. 이번 보궐선거 이전 민경식의원이 생존해 있을 당시 시의회 의원의 출신지역은 정확하게 13개 읍ㆍ면ㆍ동에 고루 분포돼 있었다. 중선거구 제도이긴 하지만 유권자들이 절묘하게 배분한 결과다. 이러다 보니 중선거구제의 취지가 퇴색하고 사실상 소선거구제도의 결과가 되고 말았다.

시의원이 지역구 주민들의 대변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아무래도 자신의 출신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할 때 자기 지역 출신 시의원이 없다는 것은 상당한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논리는 자못 부인하기 힘든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중앙동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형성된 이러한 절박감이 이용식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결과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논리 때문에 이용식 후보의 개인적 지지도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김정희 후보 패배의 원인으로 지역감정을 첫째로 꼽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동 출신인 한옥문 의원이 건재한 마당에 내년도 선거를 대비한 견제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어찌 되었든, 중앙동 주민들은 신도시 개발 이후 쇠락한 동세(洞勢)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안고 있는데 최소한 시의원 없는 지역이라는 오명은 쓰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는 입장이다. 어쩌면 이런 것이 또다른 지역주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구도심’이라는 용어도 싫다며 ‘원도심’을 주창하는 한때 중심지 토착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길은 무엇일까. 1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양산초등학교가 매년 입학생이 줄어들어 폐교 위기까지 봉착한 것은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신도시 주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도심 지역에 대한 투자는 변변치 않기 때문에 슬럼화와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용식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중 내내 원도심 살리기에 자신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다녔다. 그에 대한 기대감으로 표를 준 유권자들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다시 4년짜리 임기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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