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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자원봉사에 멍드는 선거
오피니언

자원봉사에 멍드는 선거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5/07 11:02 수정 2013.05.07 11:02



 
 
보궐선거 당선자 발목잡은
자원봉사자 금품 제공
선거법 아무리 강화해도
유권자 시민의식 낮다면
악순환 끊이지 않을 것

두 번의 도전 끝에 시의원이 된 이용식 의원이 당선증을 받는 날 그의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양산시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전화홍보업무를 맡은 자원봉사자 3명에게 선거운동기간 중 일당과 식사 등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것을 확인한 선관위는 선거사무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무장이 300만원 벌금형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 의원이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 선서를 하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들어간 다음날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된 것이다. 지난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허범도 의원이 겪었던 사례와 흡사하다. 당시 허 의원의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가 자원봉사자에 대한 금품 지급사실로 인해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허 의원의 당선도 1년 2개월만에 무효가 됐다.

이 의원의 경우에도 이미 사실확인 후 고발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관건은 기소 후 법원의 선고 형량이 되겠다. 다행히 선거사무장이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거나 3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는다면 이 의원의 의원 임기는 보장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명예 퇴진이 불가피하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수많은 선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각종 선거비리가 터져 나왔다. 1960~70년대에 널리 퍼졌던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는 그 당시의 시대상을 말해준다. 오랫 동안 유권자의 보상심리, 또는 ‘얻어먹고 보자’는 군중심리가 만연돼 선거판에 날파리처럼 기생해 왔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선거법의 강화도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구름 청중을 모아놓고 사자후를 토하는 후보자 합동유세도 사라졌고, 운동원과 홍보수단을 제한하는 여러 가지 조치가 단행됐다. 후보자로부터 향응을 받은 것이 적발되면 몇 배의 과태료를 물게 되는 조항도 생겨났다. 지난해부터는 금품수수 관련 내부고발에 대한 포상금 제도가 신설되기도 했다.

선거법을 아무리 뜯어고쳐도 선거판에서 돈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원봉사자에 대한 금품 지급이 ‘약방에 감초’처럼 선거법 위반 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은 선거판의 돈이 그만큼 만만하다는 것 아닌가. 애써 모른 채 하지만 큰 선거가 있는 때면 웬만한 식당이나 소규모 공장에는 아줌마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일은 쉽고 수입이 짭짤하다는 것이 선거판으로 몰리는 이유다.

선관위에서 인정하는 선거사무원은 인기 상한가이고, 자원봉사 일자리도 아는 줄이 있어야 가능할 정도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후보자는 거의 대부분 자원봉사자를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금전의 제공이 외부로 노출이 되지 않을 뿐이다. 간혹 법 규정을 철저히 지키며 운영하는 선거사무실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당선권 안에 드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자원봉사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돕는 활동’이라고 풀이돼 있다. 한국자원봉사포럼의 회장을 지낸 김경동 교수는 “자원봉사의 깊은 뜻은 성숙한 시민의 도덕적 헌신과 사회적 책무의 규범을 이행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 결과로 경험하는 인간의 내면적 만족감과 삶의 심오한 의미 발견은 물론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행복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고도 했다. 김 교수의 논리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주도로 자원봉사의 실적을 인증하고 그에 대한 일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는 자원봉사 인증보상제는 오히려 자원봉사의 철학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자칫하면 정부나 정치인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시에서도 2003년 자원봉사활동지원조례가 제정되고 2년 뒤 자원봉사 마일리지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수많은 자원봉사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물론 소외된 사각지대에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들에게 바람직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봉사와 희생의 정신에 부끄럽지 않은 단체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관제행사에 동원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인들의 이름내기에 일조하면서도 봉사시간 누적되는 것에 만족한다면 진정한 자원봉사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용식 의원이 어렵게 얻은 의원 뱃지를 자원봉사자 관리의 잘못으로 잃게 된다면 이처럼 아이러니한 것도 없다.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활동이 자원봉사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양산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장’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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