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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의 대표 브랜드라고 할 땐 언제고..
오피니언

양산의 대표 브랜드라고 할 땐 언제고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5/14 09:09 수정 2013.05.14 09:09



 
 
친환경 청정 돼지고기로
시가 지원, 홍보한 산해돈
대표 형제의 불법도축과 유통
관리ㆍ단속 부실 책임 인정하고
재발방지 위한 대책 내놓아야

수억원의 국ㆍ도ㆍ시비를 지원해 친환경 돼지고기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당국이 병든 돼지 불법 도축사건이 터지자 모르쇠로 돌아섰다.

지난 2009년 5월 북정택지 내 아담한 건물 앞에서 시 국장을 비롯한 내ㆍ외귀빈들이 도열한 가운데 준공 기념 테이프 절단행사가 펼쳐졌다. 그 전 해인 2008년 말 국립진주산업대학과 손잡고 개발한 양돈 브랜드 ‘산해돈’의 직영 홍보매장이 개장한 것이다. 여기에는 국ㆍ도ㆍ시비 4억3천6백만원이 투입됐다. 반년 뒤 2층에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시설까지 갖추면서 양산의 대표 돼지고기 브랜드로 홍보가 지속된다.

산해돈 직영 매장은 그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생산자와 판매자가 직접 거래함으로써 유통마진을 줄여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지역에서 키운 고기다 보니 원산지를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무엇보다 친환경 사료로 사육한 품질 좋은 고기라는 시의 적극적인 홍보와 예산 지원으로 개발한 지역 대표 브랜드라는 것이 공신력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산해돈농업회사법인 대표인 조아무개 씨가 경찰에 구속된 건 지난달 하순이다. 놀랍게도 그는 최근 3년간 불법 도축된 병든 돼지 600여마리를 싼값에 사들여 가공한 뒤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불법 도축한 돼지를 반입한 건 인정하면서도 일반 음식점 판매는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지만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여준 콘크리트 바닥에서의 불법 도축 장면은 그가 내세운 ‘친환경 사료를 먹인 청정고기’의 이미지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조 씨와 실제로 원동면 화제지역에서 1만여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조 씨 동생의 불법도축행위는 검찰로 송치돼 기소 절차를 밟게 될 것이므로 정확한 범행의 규모와 사실 유무는 그때 알게 되겠지만 불법 도축 사실의 확인은 충분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산해돈’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본란에서 사업체 실명을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산지역에는 한때 잘 나가던 도축장인 부광산업이 폐업하면서 식용가축의 도축시설이 전무한 상태다. 그래서 김해시에 있는 도축장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불법도축에 대한 위생감시가 철저해짐에 따라 개인이 잔치에 쓸 고기 한 마리를 잡으려 해도 김해까지 가서 도축해 오는 실정이다. 허가된 도축장을 이용해야 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식자재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육류의 위생상태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수의사의 제대로 된 인증을 통해야만 도축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사육농장의 돈사 옆 콘크리트 바닥에서 불법 도축되는 현장을 보면 어떻게 저런 비위생적인 행위가 오랫 동안 자행돼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시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해당 농업회사법인에 대해 연중 수차례 경영상황 파악과 원산지 표시 등을 점검했다고 하면서도 그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 했다고 한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이번 사건도 직원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고발이 발단이었다니 잘못했으면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수억원의 시민혈세를 지원해 만든 대표 브랜드라면서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손 놓고 있었다는 건 그 직무의 태만이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민들의 먹거리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언론에 각종 불량식품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그런 제품을 만든 자는 자기가 다 먹어치우도록 해야 한다’고 분노한다. 그런데 바로 우리 인근에서 그런 일이 자행됐다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에 비해 시의 대응은 너무나 미온적이다.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선전에 열을 올릴 때는 언제고, 그 신뢰의 추락 현장에서는 한마디 사과나 향후 조치에 대해서 책임있는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먹거리 정책에서 과오가 발생했다면 고의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관리의 소홀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단호한 사후조치를 약속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지난 2010년 나동연 시장은 농협중앙회와 농민신문이 주관하는 지역농업발전 선도인상을 받았다. 친환경 기능성 달걀 ‘감미란’의 개발과 축산분뇨 공공처리시설 추진, 친환경 돼지고기 브랜드 ‘산해돈’ 개발 상품화가 수상하게 된 공적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번에 발생한 산해돈 대표 형제의 병든 돼지 불법 도축과 유통사건에 대해 시는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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