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흡연 훈계하는 어른, 고발하는 학생..
오피니언

흡연 훈계하는 어른, 고발하는 학생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5/21 09:14 수정 2013.05.21 09:14



 
 
청소년 탈선 걱정되는 것은
그들이 저지르는 언행보다
반성하고 자제할 줄 모르는
자기조절 능력의 부족이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다른 무엇보다 우선 돼야


현역 프로농구 선수가 주택가에서 떼를 지어 담배를 피우는 중ㆍ고생을 나무라다 경찰에 입건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막말로 대드는 학생들에게 한 차례씩 머리를 쥐어박은 것이 폭행으로 신고된 것이다.

이들은 훈계하는 이 씨에게 “아저씨 돈 많으냐? 그러면 때려라”고 하는 등 반발하다 이 씨에게 손으로 머리를 한 차례씩 맞은 뒤 바로 신고전화를 했다고 한다. 함께 있던 5명 중 3명은 부모가 경찰서에 찾아와 훈계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나머지 2명은 처벌을 요구해 경찰로서는 어쩔 수 없이 입건하게 된 모양이다.

지난해에는 한 고교생이 길에 침을 뱉는다고 나무라는 30대 어른과 시비를 벌이다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여섯 살 난 아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였다. 몇 해 전 경북 포항에서는 길 가는 70대 노인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다가 꾸지람을 듣자 집단으로 구타한 중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도심 곳곳에서 청소년들의 탈선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택가 인근의 작은 공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학교와 인접한 곳에서마저 볼성사나운 청소년 패거리들의 일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본지 기자가 현장취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 문화공간이라 할 양주공원이 밤마다 청소년들의 탈선현장이 되고 있었다.

무리를 지어 으슥한 곳에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이성간의 지나친 스킨십을 거리낌없이 함으로써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또 훈계하거나 탈선행위를 제지하는 주민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건물 창문에 돌을 던지는 등 해코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신문의 보도 이후 시와 경찰서가 적극 나서 시설 개선과 안전 점검,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니 우범지대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언제부턴가 경고성 메시지가 회자되고 있으니, 으슥한 길에서 청소년들이 몰려다니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이성간의 지나친 애정행각을 목격하더라도 모른 채 하라는 충고를 듣곤 한다. 괜히 나서서 훈계하다가 막말을 듣는다든지 말도 안 되는 폭행을 당한다면 점잖은 대처가 궁색해진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신성한 교실에서조차 일부 학생들의 지나친 폭언과 폭행에 자조감에 빠지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는 지금의 이 시대가 얼마나 각박한 상태인지 짐작하게 한다.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날로 줄어들고, 조그만 일에도 쉽게 화를 내며 폭력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인명 경시 풍조는 잔인한 범죄를 유발하고, 쉽게 뉘우치지 않는 사이코패스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의 부재로 제시하고 있다.

부익부빈익빈의 굴레 속에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불특정 상대에 대한 분노 범죄의 증가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가정교육의 부재는 어쩌면, 핵가족화가 만들어낸 괴물인지도 모른다. 하나 아니면 기껏 둘 뿐인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지나친 집착으로 ‘자기만 아는 장래의 문제아’를 만들고 있다.

어릴 때부터 떼를 쓰면 들어주고 마는 부모 밑에서 이타심이 배양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에 가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그저 아이들이 공부만 잘 한다면 다른 것은 모두 들어줄 태세고, 선생님들은 겉으로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교실에서 엎드려 자더라도 간섭하지 않을 정도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나무라는 교사에게 반항하다 꾸지람을 듣거나 한두 대 얻어맞기라도 하면 당장 그 부모가 찾아와 해당 교사를 쥐고 흔들기 일쑤며, 심지어는 귀한 자식 때렸다고 고소하는 마당에 인성교육 운운 하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런 일인지 모른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 격언은 잊혀진 지 오래다. 부모를 봉양하고, 스승을 공경하며, 친구와 신의를 나누는 인성의 함양은 구 시대의 유물처럼 창고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다.

사회의 어른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진행되어선 안 된다. 사도(師道)가 땅에 떨어지고, 인륜(人倫)이 무시되고 있는 암울한 세태를 방치해서는 나라의 발전은 물론, 민족의 융성을 기대할 수 없다. 새 정부 들어서 인성교육 정책이 강력히 추진될 희망이 보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내 아이를 바르게 키우지 못하면서 주변을 나무랄 수 없고 사회를 비난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