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다 폐업이 더 쉽다는 커피전문점 ⓒ
마을카페 형태로 경쟁력 갖춘 ‘소소봄’
“양산지역에서 커피전문점을 여는 데 20평(66㎡) 기준으로 할 때 초기 창업 자본만 1억원 이상 들어요. 이후 6개월 정도 버티는 데만 5천만원 정도 더 들죠. 결국 초기 투자비용만 이래저래 2억원 정도 든다는 얘기입니다. 일반인들이 이정도 금액의 초기비용을 쉽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이곳저곳에서 대출받으며 이른바 ‘몰빵’을 통해 가게 문을 여는데 그런 위험부담은 고려하고 시작해야죠. 단순한 ‘배수의 진’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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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도 커피전문점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택지 내에 개점을 준비 중인 곳만 4~5곳이다. 문제는 이들 가게가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는 점. 쉽고, 편하게만 생각해서 커피전문점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버텨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커피전문점의 현실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양산지역도 이제 커피전문점이 대형화 하고 있어요. 작은 가게들은 문을 닫고 있고 20평 이상의 큰 곳들도 60~70%가 1년 안에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죠. 양산지역에 3년 이상 된 커피전문점이 몇 곳이나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해요”
“커피전문점은 창업하기 쉽다?
폐업하기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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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걸렸네요. 처음에 저는 사실 돈 버는 것을 포기했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제 나름의 사업 방식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제가 지금 월 300만원 정도를 가져가는데, 물론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루 14시간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과 비교하면 과연 많은 금액일까요? 거기다 아직 남은 실패의 가능성까지 생각한다면 글쎄요…”
처음부터 버티기를 작정했다는 이 대표. 그리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고, 결국 현재의 작은 안정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말하는 ‘소소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 대표는 소소봄을 동네 주민들이 편안히 여길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가게를 소개할 때 ‘마을 카페’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자신을 소개할 때도 ‘카페사회사업가’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소소봄에서 삶을 즐기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그래서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를 꿈꾼다. 궁극적으로는 협동조합 형태까지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상ㆍ하반기 각각 3차례씩 마을공연을 펼친다. 마술공연, 북콘서트 등 공연 내용도 매번 다르다. 넓지 않은 가게 안에서 진행되는 공연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관람하기엔 힘들지만 공연 때마다 이미 30여명의 고정 관객을 갖출 정도다. 주민과 가까워지기 위한 이 씨의 노력이 작은 결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 뿐이 아니다. 소소봄은 판로 개척이 힘든 사회적 기업의 판매처 역할도 맡고 있다. 지역 장애인들이 만든 빵이나 친환경 양초 등을 판매한다. 또한 손님이 커피 리필로 지불한 돈은 오롯이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한다. 이 대표가 이윤 없는 제품 판매까지 신경을 쓰는 이유는 모두 지역이란 공동체를 위해서다.
“그래도 기본은 커피 맛
본인이 많이 공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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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게가 흔히 좋은 일을 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결코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저희 가게는 ‘커피’라는 기본에 충실해 왔어요. 제가 좋은 원두 구매에 많은 노력을 소비하고 로스팅과 드립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커피는 사람마다 다른 입맛이에요. 그 입맛을 알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커피에 대해 자신이 많은 것을 알아야 하죠”
이 대표는 커피전문점을 시작한 사람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커피전문점을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꾸며갈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위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전제돼야 합니다. 자신의 가게가 어느 정도의 매출과 주변에 공감을 얻고 있는지, 자신이 하려는 어떤 것들이 사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분석이죠. 이제 막 시작하는 작은 커피전문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시작하는 단계라면, 우선 커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