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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스승의 길을 가르쳐준 사람..
오피니언

스승의 길을 가르쳐준 사람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5/28 09:23 수정 2013.05.28 09:23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를
지도해 온 이영욱 선생
올해의 스승상 수상은
엘리트 위주 교육보다
다양한 진로를 찾아주는
신념과 노력에 대한 헌정

공부에는 취미가 없지만 멋진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아이, 가정이 어려워도 내색 않고 씩씩한 아이, ‘놀토’의 주말이면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아이, 탈선의 유혹 앞에서 우리 가락의 신명에 빠져 다시 길을 찾은 아이….

1%의 상위 그룹 아이들은 주변의 관심과 넘치는 지원 속에 자기 목표를 향해 순항하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아이들은 진로를 찾지 못해 청소년기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하지만 이 선생님을 만난다면 새로운 희망이 열릴 수 있다. 평범한 아이들의 끼와 적성을 찾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헌신해 온 선생님에게 그에 걸맞은 인증이 이루어졌다.

웅상고등학교 이영욱 선생님 이야기다. 교육부가 제정한 ‘제2회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가 된 것이다. 전국에서 10명, 경남도에서는 이 선생님이 유일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 상의 공동 주체가 한국교원총연합회라는 것이다. 교총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상반되는 교원단체다. 이영욱 선생님은 양산에서 전교조 설립을 주도했고 지회장까지 역임한 인물로 지금도 전교조 교사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가 이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15년 전이다. 중학생 아들 덕에 학교운영위원이 되어 2년을 종사했는데 그때 이 선생님을 만났다. 교사 자격으로 운영위원이 된 이 선생님과 또다른 교원 위원과 함께 학교의 구태의연한 행정관례를 타파하는데 서로 죽이 맞았다. 수학여행 숙박지를 직접 답사 선정함으로써 비용은 줄이고 대우는 크게 향상시켰다.

전세버스의 선정도 경쟁에 부쳐 싼 값에 최신형 버스를 계약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졸업앨범 제작도 기존의 수의계약 관행을 지양해 디자인과 제본의 경쟁입찰을 유도했다. 학생들은 좋아했지만 교장을 비롯한 행정부서와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사심없이 자녀들을 위한 일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 후로는 교직원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기억된다.

이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옮긴 뒤에도 한 차례 더 요청에 의해 운영위원을 맡았는데, 이 선생님의 순수한 의지를 마다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선생님은 그때만 해도 다소 이념적이고 강경하게 인식됐던 전교조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완화시킨 분이라 생각한다.

한때 이 선생님은 여성이지만 ‘무서운’ 선생님으로 통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양보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성향이 그랬고, 아이들에게 한없이 넓은 마음을 가졌지만 꼭 지켜야 할 일에는 단호한 엄격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급기관이나 지휘계통에 고분고분하지 못한 사람으로 생각되기 일쑤였고, 학생들에게도 호랑이 선생님 인상을 주곤 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고, 진심은 서로 통하게 되는 법이라 교직원 사회에서나 아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생님이 됐다.

이영욱 선생님의 ‘올해의 스승상’ 수상 소식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근래에 와서, 우리 사회 교육의 문제점들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적 위주 교육의 폐해는 개인의 독창성과 의지를 억제시킴으로써 상대적인 소외감을 갖도록 해 아웃사이더로 발전하는 배경이 돼 왔다. 청소년기에 예ㆍ체능이나 기술을 배우는 일이 주변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관심을 잃거나 성적이 저조한 아이들은 자신의 장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고 탈선의 유혹에 노출되곤 한 것이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의 사례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관련기관들은 오로지 사태의 직접적인 해결방법에 몰두할 뿐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대책 마련에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마저 인성교육 강화를 부르짖을 따름이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교사들 스스로 주도적인 인성수업에 나서게 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자문할 때다.

이 시대에 이영욱 선생님의 학생지도 방법과 실제는 충분히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아이들 스스로 동아리활동에 뛰어들고, 주말 자원봉사에 나가 구슬땀을 흘리며, 진로를 찾아 필요한 노력을 해나간다면 학교폭력방지를 위한 교내 경찰관의 순찰이나, 인원을 동원한 거리캠페인도 필요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밀알이 필요하다.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해야 한다.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잘 살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스승의 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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