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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신랄한 지적, 그 다음은
오피니언

신랄한 지적, 그 다음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7/02 08:53 수정 2013.07.02 08:53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의원들의 준비성ㆍ열의 빛났다
잘못 지적 많았던 만큼
양산시의 개선 노력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있어야

제129회 양산시의회 제1차 정례회가 1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회됐다. 이번 회기에서는 양산시 행정사무감사와 지난해 세입ㆍ세출 결산 승인, 조례개정안 심의 등이 이루어졌다.

특히 9일간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사실상 5대 의회의 마지막 감사인 만큼 의원들의 송곳질문과 추궁이 이어져 출석한 공무원들을 내내 긴장하게 했다.

그 중에서도, 신도시 공원 내 디자인센터 건립부지의 무상제공에 대한 법규위반 소지 지적, 북정공업지역 행정소송 미온적 대응에 대한 질타, 각종 사회단체와 교육경비 보조금 집행의 관리감독 부실 추궁, 유명무실한 원도심 활성화사업 지적 등 굵직한 사안들이 감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올해부터는 시의회 회의진행상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다. 의회 홈페이지 인터넷 방송과 스마트폰으로의 모바일 전송까지 이루어져 회의 내용이 가감없이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회의 진행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원측에서 보자면, 무조건 큰 소리로 기선을 제압하고 보는 투사형 질문이 많이 사라졌다. 고함과 호통으로 상대를 제압한 뒤에는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하는 ‘보여주기 식’ 질문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목조목 법규와 매뉴얼을 제시하며 부당한 사례를 따지는 의원에 대한 지지가 상승하고 있다. 덧붙인다면, 의사진행 공개에 따른 효과로 폭발성 강한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토지주택공사 현장감사에서 튀어나온 ‘사송택지조성사업지구의 공장용지 등 다른 용도로의 전환 검토 용역’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다. LH양산사업단장 입에서 나온 예상 밖의 발언은 양산시의 미온적 대처를 추궁하는 빌미가 됐다.

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공직자의 태도에서도 사뭇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장급 이하 중간관리자 그룹의 실무적 답변과는 달리 일부 국장급 고위직 공무원들은 생방송을 의식한 듯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저돌적이리만큼 의원의 지적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그런 답변태도에 대해 시장에 대한 과잉 충성을 드러낸 것이라 여기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소관 업무에 대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공무원을 상대로 예리하면서도 신랄한 질문으로 잘못된 관행과 사무처리를 지적함으로써 시정 답변을 받아낸 것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또한 늦은 저녁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했던 감사장의 뜨거운 열기는 시민의 대리인으로서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행정사무감사 첫날 첫 회의에서 사무감사와는 무관한 일로 위원장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상임위원 직을 사퇴한다면서 감사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이 있었다. 그 바람에 해당 상임위원회는 하루 반 동안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산업건설위원회의 <대운산자연휴양림관리운영조례 개정안> 심의과정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시에서 제출한 개정안에는 숙박시설 이용료를 평균 1일 1만원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조례개정안은 지난해 12월과 올 4월 두 차례 상정됐다가 양산시민에 대한 이용료 감면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의원 요구에 따라 심사보류된 바 있다.

다시금 똑같은 개정안이 상정되자 심의과정에서 몇몇 의원들이 이 문제를 거론했고, 담당 국장도 의원들이 시민 할인에 관한 수정안을 제시하면 받아들이겠다고까지 응했는데 막상 표결에 회부하자 아무 이의도 없이 원안 통과시킨 것이다. 수정안이 철회되고 반대의견은 개진함이 없이 그대로 통과되는 광경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뒷통수를 얻어맞는 격’이 됐다.

회기 막바지 시정질문에서도 다소 맥빠진 질문이 이어져 예봉이 꺾인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지방선거를 1년 남짓 앞둔 시점에 다양한 합종연횡이 예상되긴 하지만, 시장을 답변석에 불러놓고 집행부의 실정(失政)을 적시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신랄한 질문을 기대했던 시민들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보면서 의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감사장에서의 지적으로 끝내지 말고 향후 집행부의 개선 의지와 시정조치를 계속 감시해 달라는 것이다. 일회성 호통 이벤트로 끝내는 관행을 만들어서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해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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