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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업도시의 ‘빛과 그림자’..
오피니언

기업도시의 ‘빛과 그림자’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7/09 09:04 수정 2013.07.09 09:04



 
 
공장 공해로 신음하는 학교
이전승인하고도 지원은 안돼
또다시 석계에 추진하는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으로
양주중학교의 미래 어둡다


35년 전 유산공단(지금의 양산공단)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어곡초등학교의 앞날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춘추원 인근 양동마을이 모두 철거되고 유산마을이 통째로 편입돼 지금의 새동네로 이주할 때도 어곡동까지 공장 연기가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모래밭에 밀려드는 밀물처럼 공장이 늘어나기 시작해 화룡마을 앞산을 삼키고 용선마을 턱 밑까지 공장이 들어서자 때늦은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곡초등학교는 아예 공단의 한 부속물처럼 되고 말았다.

1980년대 개발붐을 타고 양산에는 공단조성의 광풍이 불어닥쳤다. 때마침 인근 부산시의 주거지역 내 공장 이전 방침으로 새 부지를 찾던 기업주들에게 양산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북정지역에 산재해 있던 소규모 공장 주변을 공단으로 개발한 ‘북정ㆍ산막지구 공업용지조성사업’은 대박을 터뜨렸다.

여기서도 ‘한지에 스며드는 물’처럼 인근을 잠식하며 확장되던 공장용지 수요는 끝내 시청이 주도하는 대규모 공단조성사업으로 발전됐다. 이 과정에서 소토초등학교는 사방이 공장과 고속도로에 둘러싸이는 최악의 교육환경을 감수하게 됐다.

공단 한가운데 섬처럼 고립돼 악취와 기타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두 학교는 수 년 전부터 대책을 호소하였고, 그 중에서 어곡초는 2년 전 교육부로부터 이전을 승인받았다. 학교를 옮길 땅도 정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3월에 이전학교에서 개학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 것도 진전된 것이 없다.

교육부는 이전만 승인했지 돈은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원인제공자인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190억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에 대해서 교육청도 양산시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창회와 학부모들도 한숨만 내쉬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전이 예상되는 학교’라는 이유로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마저 끊겼다는 것이다.

어곡초 문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 소토초 이전대책위 관계자들은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졌다. 교육부의 이전 승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들로 하여금 의기소침하게 만든 것이다. 산막공단 진입로 공사로 인해 학교 주변은 하루종일 소음과 분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교문 안으로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데 급급할 뿐이다.

이런 와중에 또다른 학교가 공단으로 둘러싸이게 됐다. 바로 양주중학교다. 상북면 석계리 산 중턱에 자리한 양주중학교는 1969년 양산중학교 분교로 출발해 2년 뒤 정식으로 인가받아 오늘날까지 6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깊은 학교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친환경 학교로 조성되기도 했다.

석계1일반산업단지가 학교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북쪽에 지정돼 착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에는 석계2일반산업단지계획의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양주중학교 동쪽으로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에 80만㎡의 대규모 공단이 추가로 계획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학교장과 해당 지역 시의원은 당연히 학습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언제부터인가 양산시는 지역발전의 모멘텀으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내세우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가격만 맞으면 공장용지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는 것이 시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 공단 조성으로 경영수익을 올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시정 방침은 일견 그럴 듯 하게 보인다.

예부터 ‘개발’과 ‘보전’의 대립되는 양 개념은 문명세계의 ‘빛과 그림자’로 인식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 환경파괴를 불러일으켜 쾌적한 주거를 침해한다는 비판과 무조건적인 보전은 성장 잠재력을 상실해 도시의 후진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은 동시에 다 일리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책 판단의 키 포인트가 되어야 할 점은 미래에 대한 가치가 될 것이다. 문화와 관광도시가 되고자 하면서 가는 곳 마다 공장 연기가 무성하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육이 잘 되는 도시를 지향하면서 학습환경을 최악으로 만드는 것은 더욱 심한 자가당착이다.

양산시는 대규모 공단 조성에 대한 실행 근거와 지역발전 구상이 확고하다면, 이를 추진하기에 앞서 시민 스스로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른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산막공단 근로자 체육시설 조성에 1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이면서, 공장공해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할 지경인 학교 이전에는 수수방관하고 있어서야 어찌 교육도시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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