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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시설계 변경 이후 과도한 곡선 등 안전문제가 제기된 신기나들목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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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 변경에 따른 주민설명회를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설계안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1993년 시작한 1단계 공사는 11km 남짓 되지만 20년이 지나도록 준공을 못했다. 2001년 기획된 2단계 공사는 실시설계를 확정 못해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국가가 지원하고 일류 건설사가 시공하고 있지만 20년째 질질 끌고 있는 공사 현장, 국가지원지방도60호선 1, 2단계 구간 이야기다.
월평 사거리에서 오거리로 설계 변경
경남도 예산 13억원 확보 못해 미시공
국지도60호선 1단계 구간은 부산 기장(정관면 월평교차로)을 출발해 양산 신기마을까지 이어지는 총 11.43km 길이의 왕복 4차선 도로다. 몇 번이나 연기된 준공기한도 지난해 말로 끝났지만 부분 설계변경으로 아직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다.
1단계 구간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월평교차로와 신기나들목 구간이다. 월평교차로는 당초 사거리 형태로 추진했으나 인근 주민이 신호체계에 반발하자 오거리로 변경했다.
당시 주민은 국지도60호선이 개통하면 월평교차로에서 월평마을로 진입하던 기존 왕복 2차선 도로가 폐쇄된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기존 도로가 폐쇄되면 주민이 부산, 울산방면으로 이동하기 위해 1km가량 돌아 나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오거리로 설계를 변경했지만 이에 따른 추가예산(13억원) 확보에 실패하며 공사를 현재까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양산시는 지난해 5월 해당 구간 개통이 가능할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공사 시행자인 경남도는 필요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개통은 12월로 연기됐다. 물론 12월 개통도 실패했다.
나동연 시장은 최근 다시 8월 개통에 최선을 다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실상 8월 개통도 어려워 보인다.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공사비를 추경예산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추경예산안은 오는 23일 경남도의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통과한다는 보장은 없다. 추경예산안이 통과한다 하더라도 한 달 남짓한 공사기한으로는 8월 개통을 기대하기 어렵다.
↑↑ 국지도60호선 월평교차로 구간 개통이 지연되면서 양산대 앞에서 진입한 차량이 법기마을 방향으로 우회해 운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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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설계, 과도한 곡선 안전문제 대두
월평오거리와 더불어 1단계 준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신기나들목도 문제다. 나들목에 대한 설계조차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기나들목은 공사 추진 과정에서 인근 빌라와 아파트 주민이 조망권, 소음문제 등을 근거로 민원을 제기하자 설계를 변경키로 했다.
경남도 관계자에 따르면 신기나들목은 빌라와 아파트에서 최대한 이격거리를 두기 위해 기존 설계안에서 10m 정도 하천 쪽으로 옮기는 형태로 도로 선형을 바꿨다. 변경 설계안에 대해서는 주민의 동의를 구한 만큼 공사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변경설계안은 아직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의 결제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예산도 문제지만 변경된 설계안의 경우 기존안보다 곡선이 심해 자칫 안전문제와 도로 기능 저해 문제가 지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구간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ㅅ물산 관계자는 “램프(나들목) 선형이 변경되면서 곡선이 심해졌는데 이렇게 되면 신기나들목 진입 시 차량 운행에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결국 13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차일피일 공사가 미뤄지는 월평오거리, 설계조차 확정 짓지 못한 신기나들목 문제로 국지도60호선 1단계 공사는 20년 넘게 준공을 못하고 있다.
아직 실시설계조차 확정하지 못한 2단계 구간은 더욱 문제다. 신기동에서 김해시 상동면을 잇는 총 7.46km의 이 구간은 지난해 7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1차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2단계 구간 수년째 노선 못 정해
부지 편입ㆍ마을 관통 반대 이유
2단계 구간은 당초 기본계획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북부천을 따라 고가도로(신규)를 지나 회현터널과 오봉터널(신규)을 통과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북부천 고가도로 건설에 따른 인근 주민의 조망권 침해, 소음, 도심 미관 저하,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자 시민은 물론 양산시와 양산시의회에서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양산시는 옛 경부고속도로 양산나들목에서 양산대교를 건너 유산공단으로 통하는 기존도로를 활용, 화제터널로 진입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양산시의 대안을 받아들여 설계를 변경하고, 지난해 7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안 역시 2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우선 유산공단 입주기업들의 반대다. 양산대교를 건너 화제터널로 진입하는 구간은 현재 도로 폭이 왕복2차선 15m 정도다. 하지만 왕복4차선의 국지도60호선은 최소 25m의 폭이 필요하다. 결국 최소 10m이상 도로 폭을 넓혀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일부 기업의 공장부지 편입이 필수다. 당시 예정 도로와 접해있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실시설계대로라면 공장의 30%가 편입되는데 이는 공장을 돌리지 말라는 의미”라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원동면 화제리 주민의 반대도 녹록하지 않다. 변경된 설계대로라면 국지도60호선이 마을 한가운데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기본설계와 달리 노선이 변경된 것에 대해 “시내 아파트 주민의 반발 때문에 우리 화제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며 “국지도60호선이 화제를 두 동강 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설계변경과 지장물 이설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다 최근 다시 공사를 시작한 월평구간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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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소재 분산으로 예산ㆍ민원타령만
결국 당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입주기업과 주민의 요구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해 다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약속한 2차 주민설명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변경된 실시설계안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경남도는 실시 설계안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에 설계안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1차 주민설명회에서 입주기업과 주민이 요구한 사안이 과연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난 4월 “현재 변경한 설계안으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늦어도 6월 말까지는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현재까지 변경 실시설계안은 국토부와 기재부에 여전히 계류 중이다.
결국 주민과 입주 기업의 반대에 따른 설계 변경과 중앙 정부의 승인, 그리고 이에 따른 예산확보 문제 등으로 총 예산 4천500억원 규모의 국지도60호선 1, 2단계 구간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여전히 ‘미완성’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