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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골목상권의 강소업체
“음식이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죠”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3/07/16 11:26 수정 2013.07.16 02:12
덕계동 윤동균 한방쑥면







건강 위해 개발한 메뉴 손님 입맛 녹여
여전히 새로운 메뉴에 연구 또 연구
‘가짜 육수’ 논란 비법 공개로 극복

“항상 염려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름. 무더운 날씨에 땀도 많이 흘리고 그만큼 기운도 빠지기 마련이다. 잘 먹는 게 곧 체력. 불볕더위가 몰려오면 의례적으로 사람들은 ‘보양식’을 찾기 마련이다. 삼계탕은 복날이면 필수음식이 됐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보신탕 역시 여름이면 빼놓지 않는 보양식이다.

이들 보양식 못지않은 인기 음식이 있다. 바로 시원한 음식의 대명사인 밀면과 냉면이다. 삼계탕과 보신탕이 여름철 떨어진 기력을 보강하기 위한 ‘보양식’이라면 밀면과 냉면 등은 시원한 국물로 입맛을 자극하는 ‘별미’라 할 수 있다.

20년. 덕계동에서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밀면을 만들어 온 사람이 있다. 윤동균(56) 씨 이야기다. 서른여섯 나이에 처음 밀면 가게를 열고 고군분투 끝에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맹점만 6개를 운영하는 ‘대표’가 됐다. 물론 처음부터 ‘윤동균 한방쑥면’이란 이름을 내걸 만큼 장사를 잘하거나 맛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산과 들 모기 물려가며 쑥을 뜯고, 밤에는 녹즙기와 씨름하고 눈물 흘리며 양파를 까서 양념 담고…”

무슨 한 맺힌 이야기가 아니라 윤 대표가 본인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3월. 땅 위에 봄철 식물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윤 대표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앞산 뒷산 가릴 것 없이 온 동네 산과 들을 헤맨다. 목적은 단 하나 쑥을 캐기 위해서다. 짧게는 하루 4~5시간, 길게는 하루 종일 쑥을 뜯는다. 6월이 쑥 채집이 끝날 무렵이면 마음은 더욱 바빠진다. 마음만큼 쑥을 캐는 손놀림도 바빠질 수 밖에 없다. 넉 달 동안 캔 쑥으로 1년 장사를 해야 하니 봄철 윤 대표의 하루는 1초가 아까운 것.

고혈압 치료목적으로 시작한 ‘쑥면’

윤 대표가 쑥면을 개발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윤 대표는 사실 고혈압 환자였다. 집안 내력이다. 윤 대표가 밀면 가게를 열고 일에 집중할수록 몸은 고단했고, 고혈압의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고혈압에 푸른 은행잎이 좋다는 말을 들은 윤 대표는 곧장 은행잎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은행잎이) 1kg에 30만원씩 했어요. 너무 비쌌죠. 그래서 은행잎 대신 다른 건 없을까 고민하다 쑥을 떠올렸죠. 그런데 쑥이 몸에 이만저만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미친 듯 쑥을 뜯으러 다녔죠. 그리고 항상 쑥을 먹기 위해 쑥면을 개발하고 쑥막걸리도 연구한 거죠”

이렇게 자신의 고혈압 ‘치료용’으로 개발한 쑥면이 의외로 히트를 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갈근(칡뿌리), 천궁, 당귀, 계피, 감초, 생강, 마늘, 양파, 구기자 등 온갖 재료를 넣어 만든 육수도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했다.

물론 처음부터 사람들로부터 ‘맛있다’는 평가를 들은 건 아니다. 무조건 많이 넣으면 좋을 것이란 생각에 재료를 아낌없이 썼다. 하지만 음식이란 게 풍성한 재료만큼 재료 간 적절한 ‘조화’가 뒷받침돼야 하는 법. 손님들은 ‘쑥 향이 너무 진하다’, ‘한약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윤 대표는 그때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쑥을 기본으로 맛과 기능(건강)이 어울리는 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칡, 구기자, 생강 등 약재들이 하나씩 추가되기 시작했다. 무수한 반복 끝에 최적의 비율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윤동균 한방쑥면’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승승장구 하던 윤 대표의 음식점도 최근 암초에 걸릴 뻔했다.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밀면 집에서 사용하는 육수를 분석했는데, 대부분의 가게에서 ‘가짜육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밀면, 냉면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윤 대표는 방송이 나가자 즉시 육수 제조법을 공개했다. 자신의 비법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아낌없이 공개했다.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육수는 먼저 돼지 뼈를 3일간 고우고 뼈를 걸러내 … (중략) … 천일염으로 간을 하고 보리새우를 넣어 3일간 끓여 7일간 농축한 후 희석해서 육수를 만든다”

단순 공개가 아니라 육수 제조과정을 꼼꼼히 적어 사진과 함께 가게 안에 걸었다. 비법이 노출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육수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윤 대표의 생각은 적중했다. 비법 공개 후 매출이 지난해 같은 때 보다 1.5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연구 또 연구… 지금에 안주하지 않는다

윤동균 한방쑥면 본점에는 입구부터 각종 특허와 요리경연대회 상장 등이 즐비하다. 이런 상장들이 보는 이들에겐 단순한 ‘자랑’ 정도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 윤 대표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윤 대표는 상장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상장 이면의 ‘노력’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저는 아직도 계속 연구를 합니다. 쑥면을 바탕으로 다양한 입맛에 맞출 수 있는 메뉴 개발이 20년간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끈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무냉쑥면과 들깨쑥칼제비는 최근 개발한 인기메뉴다. 열무냉쑥면은 쑥면에 시원한 열무김치가 가미된 신메뉴다. 새콤한 열무의 맛과 은은한 쑥향, 거기에 살짝 단맛이 나면서도 시원한 육수까지.

들깨쑥칼제비는 칼국수와 수제비의 중간 형태다. 손으로 뜯어낸 수제비의 투박함이 부담스러운 손님을 위해 손을 대신해 칼로 면을 빚어낸다. 들깨의 고소함까지 가미되니 식감과 향기까지 사로잡는다.

솔선수범의 3원칙. ‘언제 해도 할 일이면 지금 하자, 누가 해도 할 일이면 내가 하자, 어차피 할 일이라면 열심히 하자.’ 윤 대표의 좌우명이다. 이 좌우명이 윤 대표를 꾸준히 연구하게 만들고 그 노력이 결과를 이끈다고 윤 대표는 믿는다.

윤 대표는 식당 개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제가 감히 조언을 하자면 요식업은 제조업이나 가공업보다 더 힘듭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음식에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스스로 힘든 과정을 겪지 않으면 손님은 알아주지 않습니다. ”

훌륭한 음식이 어떤 음식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윤 대표는 “제가 만든 음식은 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만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노력과 정성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자신의 음식에 대해 “노력과 정성을 쏟아 거짓 없이 만드는 음식인데 이만하면 훌륭한 음식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는 윤 대표. “큰 욕심은 없다”면서도 서울에 체인점을 열고 싶다는 윤 대표의 꿈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끊임없는 연구와 정성을 다하는 노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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