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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비주류 콤플렉스
오피니언

비주류 콤플렉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7/30 09:06 수정 2013.07.30 09:06



 
 
지방자치시대의 이면에는
핵심에서 멀어지기 싫은
비주류 콤플렉스가 있다
민선시대 더욱 기승 부리는
편가르기, 제식구 감싸기
이젠 없어져야 한다

선거철이 되면 회자되는 말이 있다. ‘양산시 인구의 20%도 안 되는 토박이들이 사실상 여론을 주도한다’. 매년 줄어들고 있다지만 이들이 지역에서 흔들리지 않는 파워를 과시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대대로 관연(官緣)과 부(富)로 집중되는 매카니즘이 자리하고 있다.

신흥산업도시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인 토호(土豪)는 도시의 발전과정과 그 궤를 같이한다. 1차산업을 주로 영위하던 시기에는 지주계급이 사회를 이끌었다. 그러다가 공단개발 등 산업화가 촉진되면서 다양한 지도층 계급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땅부자는 일부자’ 시대를 지나 재력이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지도층의 기본 요건으로 떠올랐다. 1980년대 이후 신흥재벌이 등장한 배경이다. 부모의 재력을 바탕으로 사업가로 변신한 2세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또 하나의 리더그룹이 있다. 다양한 사회구조 속에서 우후죽순처럼 탄생한 각종 관변단체와 사회봉사단체, 체육회 산하단체들이 그것이다. 토호세력이 대외적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방편이기도 하지만 간혹 성공한 외지인의 주류세계 진입 발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활동영역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소속 그룹의 파워를 키워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토박이가 아닌 사람들이 주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업활동, 공직종사, 사업이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양산에 정착한 사람들 중에는 주류사회 진입장벽이 높음을 절감하고 연고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타 지방 출신이라면 지역에서 수십년을 살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펴더라도 주도적 리더그룹에 끼는 것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주류의 속앓이가 시작된다.

1980년대 이전에는 주류의 범주가 넓지 않았기 때문에 고전적인 의미의 유지(有志)들이 큰목소리를 냈다. 유림의 후손, 세도가의 자제, 고위공직자 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단기간의 경제성장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면서 기존의 지도층 대신 새로운 토호를 만들어냈다.

뒤이어 민선 단체장시대가 열리면서 정점(頂点)이 만들어졌다.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부상하는 그룹이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민선 4기 이전 역대 시장들을 중심으로 세력이 편성되는 가운데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민선 5기 나동연 시장이 취임일성으로 ‘삼불오행’을 내세우며 청렴한 공직자상 정립에 나섰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측근들의 전횡마저 불식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지방권력의 핵심이라 할 시장직 주변에서 소외되지 않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 끈을 놓고 싶지 않을 터이다. 대체로 관연(官緣)과 부(富)는 서로 통하고 먹이사슬처럼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는 그 자리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비주류는 신분 상승을 위한 방편으로 주류세계 진입을 꿈꾼다. 시키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서 방패가 되어준다든지 총대를 메 준다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려는 애절한 몸부림이거늘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지난달 양산시의 여성주간 행사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비주류 콤플렉스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2년째 해소되지 않고 있는 여성단체협의회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은 수차례 시의회의 지적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이번 행사에서 뒤로 빠져있는 듯해 보이는 시 당국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태는 실상을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겁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런 양상에는 모두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단체협의회의 의미를 망각한 회장선거가 근원이었다면, 회장이 된 사람의 리더십 부재가 드러났고, 기득권층에서는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부족했다. 이후 여성단체들의 와해를 방관 내지는 부추긴 시 당국도 미필적 고의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난주 전국실업배구대회가 열린 체육관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저명한 관변단체 대표가 임석한 나 시장 앞에서 개막식에 시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듣기에도 민망한 언사를 쏟아내 주변의 빈축을 산 것이다. 발끈한 의원들이 모여 해당 단체장 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그또한 모양새가 우아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어쩌면 비주류가 되기 싫은 강박관념이 낳은 ‘충성도 과시’나 ‘줄 대기’의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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