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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대학교의 개명(改名)..
오피니언

양산대학교의 개명(改名)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8/13 09:05 수정 2013.08.13 09:05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양산대학교의 교명 변경
취지와 목적 잘 알겠지만
시민들의 상실감 헤아려서
지역과 상생 발전하는
인재양성기관으로 거듭나길


8월 1일자로 양산대학교가 교명을 동원과학기술대학교로 바꾸었다.

1991년 3월 개교한 양산대학교는 그 이름에서 보듯 우리지역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대학이다. 개교 당시 설립자가 작고한 오근섭 전 시장이었다. 오 전 시장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했지만 일찍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큰돈을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뚝심을 보였다.

한때 사석에서 자신의 가방끈은 짧지만 대학 교수 임용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니 한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시장선거에 출마해 몇 번의 실패를 딛고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또 재임 중에 부산대학교로부터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양산대학교는 설립 4년만인 1994년 동원개발그룹 소유자인 통영 출신 장복만 씨가 인수해 본격적인 전문교육기관으로 발전을 하게 된다. 장복만 이사장은 동원교육재단을 통해 이미 고향인 통영시 교육사업에 진출해 있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통영제일고와 통영동중학교는 지난해 동원고등학교와 동원중학교로 각각 이름을 바꾸었다.

부동산개발과 건설업을 주축으로 금융, 교육, 문화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동원개발그룹 장복만 대표의 아호(雅號)가 동원이다. 그는 경남지역 경제계에서 알아주는 재력가다. 두 학교의 신축이전에 즈음하여 500억원 가까운 사재를 희사한 장복만 이사장은 통영시로부터는 시민대상을,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는 경남교육상을 각각 수상했다.

장 이사장은 2009년 장남 장호익 씨를 양산대학교 총장으로 임명해 친정체제로 굳힌 후 적극적인 학교발전을 도모했다. 이번 교명 변경도 장호익 총장이 2011년 선포한 ‘비전2020’이라는 대학장기발전구상의 일환이라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덧붙여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 미래지향적 글로벌 대학으로 위상을 정립한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학교측의 충실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양산대학교의 교명 변경 소식은 시민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다. 23년 전 처음으로 대학이 설립되고, 이어서 영산대학교가 개교하면서 지금은 교육중심도시로 거듭나고자 하는 시세(市勢)의 배경에는 양산대학교가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을 내세운 대학교는 그 도시의 시민 긍지를 대변한다. 그런데 이제 그 교명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이 학교이름에 붙은 것은 시대적 추세로 인정할 만 하지만 양산이라는 지명이 학교재단 오너의 호로 바뀐 것에는 선뜻 수긍하기 힘든 일면이 있다. 특히 그 이유가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함이라니 더욱 시민으로서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양산시를 움직이는 고위 공직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양산’이라는 도시 이름의 브랜드 가치가 크지 않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대학교 이름에 그 학교가 위치한 도시의 이름이 붙어있다 하여 발전한계가 위축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작위적이다. 오히려 양산을 표방한 학교가 발전을 거듭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면 학교는 물론 도시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양산은 인접한 거대 도시 부산과 울산의 영향으로 다른 지방도시와는 다른 지역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연대기능의 부족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시민운동의 토대나, 지역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이 대학이다. 행정기관의 견제, 환경운동 전개, 나아가 미래의 비전을 위한 자문역할 등이 대학에서 담당할 분야다.

우리 지역에는 두 개의 대학이 있지만 이런 활동에서 구심점이 취약하기 때문에 진정한 도시발전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 교직원 대부분이 인근 대도시에 거주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나 향토애 등이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때 양산대학교의 교명 변경이 지역사회에 주는 상실감은 부인할 수 없다. 학교 내부에서도 교명 변경에 대한 반발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학의 오너가 내린 결정이니만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동원과기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비록 교명에서 ‘양산’은 빠졌지만 ‘양산’을 도외시한 발전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양산시 명곡동에 자리한 캠퍼스가 존재하는 한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인재양성기관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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