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동자 권리 쟁취가 중요하고, 임금협상이 노동자 고유 권리 가운데 하나라지만 이런 식의 파업은 아니라고 본다. 현대차가 파업을 시작하면 사실 우리는 회사 자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타격이 크다”
현대ㆍ기아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양산지역 자동차 부품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부품업체는 올해 상반기 현대ㆍ기아차 노조의 특근 거부로 인해 이미 생산 차질에 큰 영향을 받은 바 있는데다 엔저현상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 등 올해 유난히 힘든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상태라 걱정이 더욱 크다.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주말 동안 임단협 타결을 위한 실무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19일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에 노조는 20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기 부분파업, 순환파업 등의 형태로 회사와 협상을 이어나가다 진척이 없을 경우 전면파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파업? 그럼 우린 문 닫아야죠”
만약 노조가 부분파업을 넘어 전면파업으로 투쟁을 확대한다면 양산지역 부품 협력업체가 받는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실시하면 일부 협력업체의 경우 사실상 생산 중단 상황까지 몰리게 된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과 달리 최근 현대ㆍ기아자동차측은 재고 물량을 2~3일 정도만 보유한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파업 이후 2~3일 정도는 납품이 가능하지만 이후부터는 납품을 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자동차 엔진 부품을 납품하는 웅상지역 ㅎ업체는 현대ㆍ기아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생산 차질 수준이 아니라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부분파업만 해도 우리로서는 50% 이상 제품 생산이 줄어들게 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더욱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전벨트 관련 납품업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ㅂ업체의 경우 생산품의 80%를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업체 대표는 “올해 초 잔업특근 거부 파업 당시에도 매출이 30% 이상 줄어들어 직원 월급 주는 게 힘든 상황이었는데 이제 아예 전면 파업을 준비한다니 대책조차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양산지역 제조업체 가운데 현대ㆍ기아자동차 납품업체는 대략 10~15% 수준이다. 하지만 2ㆍ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제조업체 가운데 50%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 업체 가운데는 영세한 업체들도 많아 회사 부도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산지역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현대ㆍ기아차 노조에 대한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같은 ‘노동자’이지만 이른바 ‘귀족노조’에 대한 반감과 맞물리면서다.
차량용 스피커 제작 업체 근로자 박아무개(38) 씨는 “솔직히 연봉이 1억원 가까운 사람들이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까지 하겠다는 것은 2~3천만원 연봉의 우리로서는 남의 세상일 같다”며 “요즘 정부가 대기업에 대해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대ㆍ기아차 노조에서도 진정으로 상생을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요구를 좀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특히 자신들의 파업이 지역의 작은 협력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협력업체 직원들은 어떤 상황으로 내몰릴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한다면 지금처럼 쉽게 파업을 운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권리가 소중한 것 이상으로 우리의 밥줄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같은 근로자로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