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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원동면 장선리 마을회관에서는 한 경찰관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피서객을 불러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묻고 있었다. 양산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윤세원 경사가 피서를 왔다 옛 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박아무개(고1) 군의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원동면 배내골에는 임시 파출소가 문을 연다. 몰려드는 피서객과 지역 주민의 치안을 위해서다. 올해도 지난달 13일 문을 연 여름파출소는 오는 25일까지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배내골 일대의 치안을 담당하게 된다.
배내골 여름파출소는 현재 매일 4명의 근무자가 일대 피서객들과 지역민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양산경찰서 물금지구대가 총괄하는 형태로 2명의 의무경찰 인력과 2명의 경찰관이 24시간 대기한다. 평일 낮에는 물금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평일 밤과 주말에는 양산경찰서에서 파견 형식으로 근무자를 지원한다.
사실 아무리 자신들의 임무라지만 모처럼의 휴일, 그것도 한여름 피서지에서 피서객들의 치안을 담당하는 일이 반갑지만은 않다.
생활안전과 진미선 순경(29)은 지난해 처음 양산경찰서로 발령을 받아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여름파출소 근무는 당연히 처음이다.
“저희도 사람인데 피서객들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 많이 부럽죠. 솔직히 주말에는 저희도 쉬고 싶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저희의 일인데요. 피서를 즐기는 사람이 있으면, 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죠”
진 순경은 휴일 근무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히 표현했다. 일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진 순경도 경찰이기 전에 연애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싶은 젊은 청춘 아닌가. 기자의 질문에 예쁜 눈웃음을 잃지 않고 대답하던 진 순경도 다음 주 일요일(18일)에도 근무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할 때는 짧은 한숨을 숨기지 못했다.
여름철 들뜬 피서객
중재 잘 해야 큰 사고 막아
진 순경에 비해 윤세원 경사는 다소 덤덤하다. 윤 경사 역시 양산경찰서로 부임한지는 이제 1년 남짓이다. 하지만 20년 경찰 경력에 경남 거제, 울산 등 이미 피서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근무한 경력이 많기 때문이다.
“피서객들은 휴가라는 모처럼의 휴식과 낯선 피서지가 주는 설렘에 들뜨기 마련이죠. 거기에 술 한 잔 걸치게 되면 평소와 조금 다를 수밖에 없어요. 기본적으로 ‘흥분’ 상태인 셈이죠. 그런 흥분 상태의 낯선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으니 조그만 마찰에도 주먹다툼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작은 시비라도 우리가 잘 중재해야 큰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어요”
20대 초반 ‘피 끓는’ 의무경찰 병력도 피서지 근무가 반가울 리 없다. 여름파출소 운영 기간 동안에는 아예 근무지를 옮겨 숙식까지 현장에서 해결하며 경찰들을 지원해야 하는 이들. 당연히 제대로 된 숙소조차 없다. 현재 의무경찰 병력들은 장선리 마을회관에서 숙박을, 인근 가게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물론 신고가 접수되면 바로 출동해야 하기 때문에 야간에도 ‘숙면’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다른 선ㆍ후임병들이 없는 탓에 ‘내무생활’이 주는 압박감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
제대를 1년여 남겨 둔 최재원 상경은 군인 특유의 경직된 말투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를 연발하며 여름파출소 생활에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어차피 ‘군인’이니까, 생활의 불편이야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 대답하는 최 상경. 하지만 군인만 아니었다면,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저기 젊은 피서객처럼 친구들과 여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부러운 건 사실이다. 최 상경은 별 수 없이 내년 제대 후 늦여름 피서를 기대하며 올 여름을 이기고 있다.
물금지구대에 따르면 배내골 여름파출소는 주말에 하루 대여섯건 이상 신고가 접수된다고 한다. 가장 많은 신고는 피서객 사이 시비가 붙어 발생하는 폭력사건. 특히 중ㆍ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어린 피서객들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 오전에도 피서를 온 고등학생 사이 폭력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사건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폭력과 함께 절도 피해도 신고가 많다. 피해자의 부주의에 따른 단순 분실의 경우도 있지만 실제 절도 사건도 많다. 문제는 수많은 피서객이 좁은 지역에 몰려있다 보니 절도 사건의 경우 범인을 잡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 11일에도 피서객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 절도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다행히 절도당한 오토바이는 마을 주변에 버려진 채 발견됐지만 피서객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금지된 지역에서의 물놀이를 막고, 각종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것도 여름파출소 대원들의 몫이다.
정광열 물금지구대장(경감)은 “금지된 장소에서의 수영이나 주변 피서객들과의 분쟁 등은 기분 좋은 휴가를 한순간에 망칠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며 “덧붙여 혹시 무더운 여름 고생하는 우리 대원들을 만나게 되면 작은 격려라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