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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재량권 일탈은 권한의 남용이다..
오피니언

재량권 일탈은 권한의 남용이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09/16 09:01 수정 2013.09.16 09:01



 
 
논란 속 디자인센터 허가
법 위반 소지 있지만
정책적 판단이라는 해명
시민에 직접 손실 없지만
공정한 법 집행 무너지면
사회질서 확립에 악영향

1년 이상 논란이 계속돼 온 디자인센터 건축허가가 떨어졌다. 양산시는 지난달 14일 물금읍 가촌리 7호 근린공원 내에 한국디자인진흥원 부설 디자인센터 건립을 허가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6천311㎡ 규모다.

지난해 7월 건축부지의 무상제공 동의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소수 의원들의 반발을 샀던 것이 발단이 됐다. 상정 당시 전문위원의 검토의견상 법규위반 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에 묻혀버렸다. 도시공원법상 공원시설에 ‘전시장’이 포함돼 있지만 디자인센터 건물을 전시장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와 함께 공유재산상에 영구시설물 축조를 금지하고 있는 법규정도 거론됐다. 하지만 시는 모든 논란을 무시하고 당초 계획대로 건축허가를 단행했다.

시의회는 애당초 공유재산으로 볼 수 있는 공원부지(현재는 LH 소유지만 신도시 준공과 함께 양산시로 귀속될 재산임)를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데 동의를 한 마당에 뒤늦게 적법성을 따지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일부 의원들이 도시공원법과 건축법 등을 내세우며 위법 개연성을 따지고 나왔지만 이미 ‘인감 찍어준 마당에 뒤늦게 딴지 거는’ 모양이 돼 강한 태클이 되지 못했다.

양산시는 이미 시장의 추진 방침이 확고한 터라 참모진들이 거역할 분위기가 되지 못했다. 물론 시장이 결심을 굳히기 전에 참모들로부터 법 적용문제도 보고를 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고집만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장의 태도는 ‘법의 긍정적인 해석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실무자들로서는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폭주기관차가 돼버린 것이다.

여기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정책적 판단’이다. 법상 맞지는 않지만 ‘시민을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지난주 시의회 특별위원회에서 나왔다. 담당 과장과 국장은 의원들의 법규 위반 지적에 대해 딱 부러지게 대답하지 못했다. 법에 맞게 처리한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면서 정책적 판단임을 강조한 것은 공직자 스스로 법 적용에 무리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날개가 꺾여버린 의원들이 허가부서 책임자에게 앞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용의가 있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하겠다는 공직자의 답변만큼이나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고 말았다.

2년 가까이 끌어온 사업이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디자인센터가 무엇인지, 어디에, 왜 들어서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또 허가가 됐다해서 직접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거나 손실을 입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생업에 바쁜 시민들이 시와 의회 간의 대치에 관심을 기울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적하고, 시민단체가 공개적으로 위법성을 제기하고, 시의원이 나서 허가해주면 안된다고 역설할 때는 이유가 있다. 지방정부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법을 집행하는 곳이다. 법을 집행한다는 것은 인ㆍ허가와 규제, 단속 등 모든 행위를 망라한다. 작게는 노점상과 주차위반 단속에서부터 크게는 공단조성허가에 이르기까지 관련 법규에 따른 행정행위를 한다는 말이다.
 
최근 북정공업지역 내에 공장허가 신청이 들어와 불승인했다가 소송까지 가서 결국 승인해 준 전례가 있다. 이렇듯 법에 맞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도 번복되는 것처럼 법에 맞지 않는 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디자인센터가 들어설 땅은 도시공원법상 근린공원이다. 도시공원은 ‘시민의 건강, 휴양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지정목적이다. 따라서 법상 허용된 공원시설이 아니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수영장이나 헬스장 등 주민편익시설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에게 유익한, 그래서 공익적이라 볼 수 있는 시설도 공원 지정 목적에 부합되지 않으면 설치할 수 없다.

이번에 양산시에서 교부한 허가서에 따르면, 관련부서 협의 결과 관련법상 적합하여 건축법 제11조 등 규정에 의거 허가했다고 한다. 이것은 잘못됐다. 시가 스스로 공원시설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도시공원법에 의해 처리돼야 한다.

행정기관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손실은 예산의 낭비나 시민 부담의 증가 등 금전적 측면으로만 계산해서는 안된다. 시민에게 공정한 법의 잣대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연건평 1천900평에 달하는 웅장한 건물이 들어서고 난 뒤에는 설령 감사원에서 위법을 지적받더라도 회복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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