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공단조성 계속해도 되는가..
오피니언

공단조성 계속해도 되는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10/01 09:21 수정 2013.10.01 09:21



 
 
자연환경이 주는 혜택은
훼손과 개발로 상실한다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
무분별한 공단조성에 앞서
시민의 주거환경 영향을
살피고 헤아려야 한다

가을비가 반갑다. 오랜 가뭄으로 해갈이 절실했던 대지 곳곳을 생명수처럼 적신다. 중부지방은 여름 내내 장마와 호우에 시달렸기 때문에 비소식이 마뜩찮겠지만 영남에서는, 특히 양산과 울산 등 동남지역에서의 가을비는 단비에 가깝다. 더구나 제법 큰 소리를 내며 굵은 빗줄기를 선사하면서 이미 심정적 해갈은 이룬 것 같다.

휴일 저녁 처마 끝에 매달린 물받이를 통해 수직낙하 하는 물기둥을 보면서, 마루에 앉아 낙숫물 소리를 감상하자면 옛 선비의 여유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당에 펼쳐진 여름꽃들의 자태가 아직 남아있는데 한때 목말랐던 화초의 갈증까지 해소시켜주는 가을비가 고맙기만 하다. 이처럼 때맞춰 진행하는 자연현상은 인간의 메마른 감성을 부드럽게 녹여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오히려 물질문명의 폐해를 심각하게 생각하여 정신적인 안정을 찾으려는 다양한 운동이 번져나고 있다. 여기에는 ‘느림의 미학’처럼 나노세계의 속도감을 벗어나 자연과 하나되려는 의식주 운동도 있고, 건강한 생활을 꿈꾸는 ‘웰빙’을 넘어서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웰다잉’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 문명국에서 시민들의 욕구는 ‘좋은 집, 좋은 음식’을 희구하는데 멈추지 않고 맑은 공기, 깨끗한 거리, 조용한 숲과 물, 공해 없는 안전한 주거환경을 요구하는 이른바 기본권리를 희망하고 있다. 현대의 도시개발 방향이 물리적인 토목개발 방식이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친자연적인 상생도시로 전환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양산시도 건강도시를 표방하면서 시민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부 도시개발정책의 진행을 보면 ‘살기 좋은 양산’ 건설의 의미가 무엇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가 있다. 가장 큰 문제로 대규모 공업단지조성사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양산시에서 직접 추진하고 있는 것만 해도 얼마 전 준공된 산막공업단지를 비롯해 석계1산업단지가 승인되자마자 이보다 훨씬 넓은 면적의 석계2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웅상지역에서도 민간에서 진행 중인 산업단지가 덕계동에만 두 군데가 있고 용당산업단지가 기존 업체들의 주도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주남동 영산대학교 앞에 대규모 산업단지 두 곳이 허가를 받으려고 준비 중이다.

건강도시, 웰빙도시, 살기 좋은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양산시가 이처럼 공업화를 병행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도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개발과 보존이 양립할 수 없듯 공업단지의 확대와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이 공존하기는 매우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재검토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다. 양산도 마찬가지다. 영남알프스라고 칭할 만큼 아름답고 웅장한 산세가 특별하고 천성산 주변은 신성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이런 천혜의 자연은 대외적으로 관광자원이 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허파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에서 시작된 수백만평의 평야가 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시멘트를 덮어쓰게 됐지만 다행히 주변 삼림에서 주는 녹색효과로 인해 아직까지는 공해에서 다소 피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공단확대시책을 추진할 경우 이런 이점들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공단조성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그 입지의 선정에서부터 개발의 규모와 입주업종의 선별에 이르기까지 주거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시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과 문화분야까지 포함한다. 첫째, 입지는 기존 공단 주변으로 국한해서 선택돼야 한다. 자연상태가 양호한 녹지에 공단이 들어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둘째, 불가피한 추진이라 하더라도 주민의 건강을 해칠 만 한 업종은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첨단 무공해산업 유치만이 시민을 설득할 수 있다.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 개발을 원한다면 시민생활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시민의 건강과 주거환경이 우선이라면 개발위주 정책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중소도시의 번영모델을 찾아보면, 산업화나 개발보다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아름답고 쾌적한 문화도시가 많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