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소방서나 경찰서도 안 된다는 님비현상..
오피니언

소방서나 경찰서도 안 된다는 님비현상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10/08 09:41 수정 2013.10.08 09:41



 
 
치안과 소방, 재난구호는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119안전센터나 경찰관서의
도심 입지 반대 주장은
혜택은 보되 불편은 싫다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다


미국 어린아이들의 장래 희망 직업 1위가 소방관이라고 한다. 9.11사태에서 보듯 소방관들의 활약은 정의와 희생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미국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영웅 이미지가 강한 탓이다. 대대로 소방관 근무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에 대한 자긍심이 굉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면에는 그들에게 진심어린 존경심을 보내는 국민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소방관들의 임무가 단지 화재 진압에 그치지 않고 응급구조업무가 크게 늘어나면서 격무에 시달리는 만큼 사회에 대한 기여가 늘어나고 있다. 9월 한달 간 말벌집의 퇴치에 동원된 119구조대의 출동이 엄청난 횟수를 기록했다는 보도는 웃고 넘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119구조대원이 그만큼 깊숙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사례다. 가을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요즘 강원도의 경우 하루에도 몇 번 씩 등산객 조난사고로 구조대가 출동한다고 한다. 한 헬기 조종사의 말마따나 하루종일 공중에 떠 있어야 할 지경인 것이다.

격무로 치면 경찰관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 1급지로 승격한지 오래된 양산시지만 막상 치안수요를 해결하는 경찰관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다보니 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지구대 근무 시스템이 인력부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생치안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긴 하더라도 주거밀집지역에 대한 순찰 확대와 우범지역 순찰 강화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치안과 소방, 응급구조 업무는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공공활동이다. 밤늦게 귀가하는 자녀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부모, 심야에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긴급구조가 필요한 경우, 화재의 초기 진압을 위한 비상출동 등 각종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설이 주거지역 인근에 설치, 운영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양산시나 경찰서, 소방서 등에서도 어려운 가운데 예산을 확보해 노후시설을 개선하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그런데 막상 시민들의 님비현상으로 인해 암초에 부딪친다는 것은 너무나 이율배반적이다.

북부동 상가골목 안에 있는 중앙119안전센터가 노후된 시설과 협소한 진입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기동으로 확장ㆍ이전하려고 하는데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웅상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소방서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유지를 양산시가 매입한 뒤 소방서에 무상임대를 통해 새 건물을 지으려 설계까지 끝냈는데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까지 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시로 발생하는 출동 사이렌 소음과 이면도로의 혼잡가능성으로 주거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것이다. ‘필요는 하지만 내 집 근처에는 오지 말라’는 전형적인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양주파출소도 인근 주민들로부터 입지반대운동에 시달렸다. 신도시 아파트 밀집지역의 치안 수요 해소를 위해 신설됐지만 바로 그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야간이면 심심찮게 술에 취한 사람들이 붙잡혀 오거나 출동하는 순찰차 소음으로 수면을 방해받는다는 것이다. 119안전센터의 기피 이유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반응은 신도시 2단계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편 호소가 전파된 영향이 크다. 소방서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어진 아파트에서 심야시간대 출동 사이렌 소음에 시달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서도 이런 주민 불편사항을 인정하고 사이렌 자제 등 필요한 대책을 내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응급상황이 주문대로 편한 시간대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한밤중에 잠이 깨는 시민들의 짜증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불가피한 공익활동에 대한 이해와 수긍이 필요한 대목이다.

원동면이나 동면 일부 등 면지역에는 치안과 소방기관이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없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음에 비추면, 도심의 이러한 님비현상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대의 문명생활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양보와 이해를 요구한다. 공공활동으로 인한 불편과 제약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사회생활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화재나 응급구조, 범죄 발생시 신속한 출동을 바란다면 그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반대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