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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삼장수 밥상의 성공비결
오피니언

삼장수 밥상의 성공비결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10/29 09:50 수정 2013.10.29 09:50



 
 
삼장수 춤과 삼장수 밥상
아이디어는 좋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자면
생가 유적지 정비사업과
학술연구, 선양사업 우선돼야


이달 초 삽량문화축전에서 선보인 ‘삼장수 밥상’을 기억하는가. 양산시가 특별히 연구용역을 통해 개발한 특화식단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우리 고장의 전설적 인물인 이징석, 징옥, 징규 세 장군의 기상을 주제로 음식에 담아낸 것이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전국의 크고작은 지자체에서는 고장을 빛낸 선조들을 추모하고 위업을 선양하는 정신문화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역사적 충효인물을 비롯해 전란에서 희생정신을 발휘한 의병장과 나아가 성춘향이나 홍길동, 일지매 등 소설 속 인물마저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삼아 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양산시가 지난 20년 동안 충렬선조의 선양사업에 소홀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특히 신라시대 삽량주 간(지금의 양산시장)으로서 고구려와 일본에 가서 볼모로 잡혀있던 왕족을 구하고 왜왕에 의해 잔인하게 처형된 박제상 공에 대한 추모와 기념사업 주도권을 인근 울산시에 빼앗긴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제상이라는 문화ㆍ관광사업의 아이콘을 다른 지자체에 뺏긴 양산시가 또다른 소재로 발굴한 것이 삼장수다. 삼장수는 하북면 삼수리 태생으로 용맹과 기상이 뛰어난 세 형제 장수로 조선 초기 나라를 위해 혁혁한 무공을 뽐낸 무인들이다. 삼장수 중 둘째인 이징옥 장군의 생전 행적이 반란역도에서 우국충절로 인식과 평가가 선회된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이징옥 장군은 조선 태종 때 무과에 급제해 김종서 장군의 수하에서 북방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징옥은 54세 되던 해 계유정란이 일어나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왕에 오르는 과정에서 김종서 장군의 숙청 후 조정에 반대하다 죽임을 당했다. 역사적 평가에서 반역자로 폄하돼 왔지만 최근 들어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한 충절의 저항으로 재평가됐다. 징석과 징규 두 형제도 역시 무과에 급제하고 오랫 동안 무관 최고 관직에 올라 조정에 봉직한 바 이들 세 장수의 용맹과 충성은 대대로 자랑할 만 하다.

이번에 개발된 삼장수 밥상은 효, 충, 힘 밥상 등 3종의 코스요리 51점과 단품요리 2종 2점 등 모두 5종 53점으로 구성됐다. 코스요리 세 종류는 각각 삼장수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구성돼 음식을 맛보는 의미 외에도 선조의 충렬정신과 기상을 되새기는 효과를 기대하도록 했다. 더불어 양산시는 관광식단으로 보급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여기서 필자는 양산시의 충렬선조 선양사업의 허실을 짚어보기로 한다.

시는 이미 지난해 삽량문화축전에서 삼장수춤을 개발해 시민에 알렸다. 올해도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축전의 분위기 제고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번 삼장수 밥상과 함께 삼장수를 소재로 한 관광상품화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문제는 중요한 향토사 인물의 선양사업이자, 관광상품의 콘텐츠인 삼장수에 대한 선양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 향토사학계에서 지속해서 요구해온 삼장수 생가의 유적지화와 학술연구, 홍보활동이 그것이다.

삼수리 생가에는 삼장수의 후손이 600년 넘게 살고 있고, 보물급인 유물도 소장되고 있다. 또 하북면 일대에는 장군샘과 갑옷바위, 활소대와 도마교 등 삼장수 설화와 관련된 명소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통도사도 지척에 있다. 이런 까닭에 삼장수 생가 주변을 시에서 사들여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짓는 한편, 설화에 나오는 지점을 포함해 테마공원을 조성한다면 시민의 긍지를 드높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 되는 동시에 관광명소로 활용할 소지가 크다 할 것이다.

지금도 상북면 소토리 박제상 사당인 효충사 인근은 오가는 이 없이 방초만 푸른 상태다. 만고충절의 대표 인물로 이름을 드높였지만 정작 유적지 조성과 기념사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십수년째 문화제 때마다 박제상 관련 행사가 봇물을 일구고 축제의 주제로 채택돼 왔지만 축제가 끝나면 잊혀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왔던 것이다.

양산시가 올해 내세운 ‘양산 정명(定名) 600주년’의 의미는 우리 고장의 역사적 위상과 정체성, 충렬 선조를 기리는 정신문화사업이 망라돼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삼장수와 관련된 여러 사업이 일회성 또는 전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전략 아래 기초부터 다져나갈 때 비로소 양산의 기상을 대내ㆍ외에 알리는 문화 아이콘이 될 것이다. 삼장수 밥상의 성공 여부도 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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