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선다. 차를 몰고 유명 여행지를 찾고 ‘캠핑’이란 이름의 야외 여가활동이 늘어난다. 물과 숲, 바람과 휴식은 여행지의 필수품목이 됐다. 최근에는 도심과의 접근성이 높은 강과 호수 등 수변공간(水邊空間)이 최적의 여가 공간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힐링’의 시대가 시작된 현재 수변공간 개발을 통한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제 발전의 길을 연속보도를 통해 모색해 본다.
1. 힐링’의 시대, 수변 공간의 의미와 필요성
2. 수변 공간 활용의 꽃 ‘한강’을 가다
3. 수변 공간 개발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4. 4대강 정비사업 이후 낙동강유역 수변공원 활용
5. 양산 낙동강 공원 활용 현황과 향후 개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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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강은 문명의 시작점이었다. 식수는 물론 농경사회에서 농업용수 공급의 핵심이기도 했다. 결국 강은 인류에게 생존 그 자체였다.
세월이 변하면서 강의 역할도 변했다. 여전히 식수를 제공하고 농업 또는 공업용수로 가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강의 역할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 생존으로서 강의 가치는 오늘날 인류 삶의 질 향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른바 ‘힐링’의 시대다. 단순히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넘어 이제는 ‘잘 먹고, 잘 사는 삶’에 대해 갈구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가족과 자신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 믿었던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꿔놓고 있다. 개인 가치관의 변화는 노동 환경 변화 요구로 이어졌고 결국 주5일 근로 시대가 열렸다. 더불어 늘어난 여가 시간만큼 캠핑과 레저 등 관련 산업이 크게 확장되고 있다.
여가 산업 성장과 함께 주목받는 공간이 있다. 바로 수변공간(水邊空間)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수변 공간 개발 정책에 몰입하고 있다. 시민에게 휴식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성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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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휴식 넘어 직접 체험하는 공간
서울의 경우 수변공간 개발 역사가 오래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한강은 1천만 시민이란 막대한 수요로 개발 후 톡톡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1970년대부터 한강 개발을 시작한 서울시는 개발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많은 논란도 있었지만 한강을 결국 서울시민이 찾는 가장 가깝고도 편리한 ‘힐링’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서울과 달리 다른 지자체의 수변공간 개발은 시작이 늦었다. 대도시에서조차 수변공간은 산업화 도구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할 뿐, 시민 삶을 위한 공간으로는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삶의 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각 지자체는 서둘러 수변공간 조성에 나서기 시작했고 서서히 결과물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강 주변 환경을 정비해 공원을 조성하고 산책로를 가꾸는 1단계 개발은 지자체에서도 완성단계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크고 작은 하천을 정비해 주민 산책로를 꾸미고 공원과 체육시설(운동장)을 조성해놓고 있다.
이러한 1단계 개발을 마무리한 수변공간에서 각종 문화ㆍ체육 행사를 열기 시작한 게 2단계라 할 수 있다. 지역 체육행사와 문화공연 등을 통해 수변공간이 지역민에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2단계 문화ㆍ체육 행사의 ‘관람’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몸으로 즐길 수 있는 ‘레저’ 공간으로 진화가 3단계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은 관람객에서 체험객으로 진화하고 수동적 자세에서 능동적 참여로 변하기 시작한다.
4대강 정비사업 이후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는 3단계 수준의 수변공간 개발 계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경북 구미, 김천시 등 낙동강 지역 다른 도시들도 적극이다.
구미시의 경우 ‘낙동강 구미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시민 숲, 강수욕장, 수상레저체험센터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더 나아가 2020년까지 어린이교통공원, 음악분수 등 경관개선 사업 후 민간자본투자로 선착장과 마리나시설 유치까지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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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ㆍ경제성 등 고민요소도 많아
수변공간 개발을 단순히 경치 감상이나 산책 등 휴식을 넘어 물이라는 자원을 활용한 체험형 공간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3단계 개발은 지역사회의 경제 성장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레저, 레포츠라는 소비 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느 문화ㆍ관광사업보다 큰 파급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미 여가생활에 지출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새로운 여가활동에 대한 소비층의 목마름은 간절한 상태다.
때문에 각 지자체는 수변공간에 수상스키, 요트, 조정 등 물을 이용한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조성하는 한편, 영화상영, 예술공연, 지역축제 등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기능도 부여하고 있다.
수변공간 개발의 필요성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환경문제와 경제성이다. 환경문제는 당연히 수변이라는 원래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생태공원 조성을 통해 수변공간을 변모시키는 것은 이러한 환경문제를 반영한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경제성이다. 각 지자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수변공간 개발을 서두르다보니 경제성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레저산업이 분명 성장산업이긴 하나 수요자에 대한 분석과 주변 지자체와의 경쟁력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수변공간 개발은 주민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지역경제 성장 차원에서 구체적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낙동강과 양산천을 끼고 있는 양산시 역시 자연과의 적절한 조화를 바탕으로 수변공간 개발 계획의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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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