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가을날씨 치곤 제법 포근했다. 바람도 잠잠하고 햇살은 온기를 듬뿍 담고 있었다. 오후 1시 정각 시범운항 중인 낙동강 유람선 탑승을 위해 시청 주차장에 대기 중인 버스에 올랐다.
차에 오르자 양산시 문화관광과 관계자가 낙동강 뱃길 복원사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업 추진 계기와 과정,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시범운항에 대해서도 설명을 곁들였다. 내년 7월 본격적인 사업 시행을 목표로 현재 매월 수차례 시범운항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5분쯤 지나자 버스가 서서히 움직였다. 시내를 지나 고갯길을 넘어 물금취수장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 유람선은 오후 2시에 온다고 하니 별 수 없이 기다리길 20분. 1시 50분이 되자 시험운항 중인 임시 유람선이 도착했다. 순서대로 탑승을 마치자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텁텁한 매연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선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문화관광해설사가 인사를 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배는 부산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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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황산잔도라 불리던 베랑길이 보였다. 자전거도로에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잔도의 역사적 유래를 설명했다. 황산잔도와 임경대의 유래와 가치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에 빠져있는 동안 배는 어느새 물금을 지나고 있었다. 멀리 벚꽃으로 유명한 강둑길도 눈에 들어왔다. 화창한 날씨 덕에 슬슬 유람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해설사의 설명도 재미를 더했다.
“예전에는 증산을 ‘시루산’이라고 불렀어요. 산이 마치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옛말에 시루산 밑에 살면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죠. 그 시루산이 ‘증산’으로 이름이 바뀌어서 증산마을이 된 겁니다”
‘아, 그래서 증산마을이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에도 배는 쉼 없이 강물 위를 흘렀다. 호포마을을 지나자 아파트단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설사도 부산시 소속으로 바뀌었다. 바뀐 해설사가 말했다. 지금부터 하차하는 화명동 선착장까지 크게 볼 것들은 없다고.
사실이었다. 양산구간의 경우 조금 따분하긴 했지만 자연 풍경이 제법 괜찮았다. 해설사의 설명이 따분함을 줄여준 부분도 있고. 하지만 부산으로 접어들면서 무엇을 봐야 하나 싶을 정도로 ‘풍경’이 없었다. 다행이라면 뱃머리 오른쪽, 강서구 방향에 늘어선 갈대숲은 왼쪽의 콘크리트 덩어리와 비교돼 그나마 볼만했다.
해설사의 설명도 을숙도 하구둑 조성으로 변해버린 낙동강의 환경에 대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해설사의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슬슬 스마트폰으로 손이가기 시작했다. 옆사람 어깨에 기대 졸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30~40분쯤 더 달려 오후 3시 15분쯤 화명동 선착장에 도착할 무렵 부산관광공사 관계자가 설문지를 나눠줬다. 운항 시간과 유람선의 크기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름 성의껏 설문에 답하니 어느새 유람선에서 내릴 때가 됐다.
그렇게 약 1시간 30분 동안 낙동강 일대를 유람했다. 하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건 없었다. 배에서 할 것도 없었고, 볼 것도 분명 부족했다.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지켜봐야겠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생기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날 유람선 승선을 통해 느낀 낙동강 뱃길 복원사업은 분명 ‘빈 도화지’ 상태였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그럼을 그려 넣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