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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예산을 쌈짓돈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오피니언

예산을 쌈짓돈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12/17 09:20 수정 2013.12.17 09:20



 
 
양산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거점 영어체험학교 운영 중단
거액예산 투입할 때는 언제고
교육당국 협의 없이 일방 중단
시민혈세 함부로 쓰는 것이나
실패 책임지지 않는 관행도 문제

양산시가 초등학생들의 영어교육 활성화를 위해 특수시책으로 추진한 거점 영어체험센터가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양산시가 매년 지원하던 운영비를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는 거점 영어체험학교를 운영 중인 양산초 등 3개 학교에 대해서 내년부터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원어민 보조교사 1인에 대한 비용만 지급하기로 했다. 지역 내 59개 학교 가운데 57개 학교에 원어민 보조교사가 배치돼 있음을 이유로 내린 결정이다.

5년 전인 2008년, 지역의 낙후된 초등학교를 선정해 거점 영어체험센터를 설치한 뒤 인근 학교를 포함해 실생활 중심의 영어교육을 시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발표됐다. 원도심의 중심학교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주변의 슬럼화로 취학아동 수가 급감하던 양산초와 역시 쇠퇴일로에 있던 하북초가 1차로 대상학교로 선정됐다. 이어서 웅상지역의 거점학교로 천성산 아래 신명초가 선정돼 각각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시설공사를 완료했다.

또한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학교별로 원어민 교사 2명과 내국인 강사 1명의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 1억3천만원이 매년 지급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거점학교의 교사 감축은 물론 아까운 시설도 자기 학교 학생들을 위한 소극적 활동의 용도로 전락하게 됐다. 특히 양산초는 5개의 교실을 헐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실행해 왔던 만큼 그 충격은 작지 않다.

문제는, 시작할 때는 대단한 성과를 올릴 것처럼 홍보하다가도 막상 실적이 저조해 폐지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영 중인 학교나 교육당국과의 협의나 세밀한 심사분석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지를 결정한 처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2009년에 조성돼 시행된 지 겨우 4년에 지나지 않는 사업인데 왜 이렇게 조속하게 또 일방적으로 지원을 중단해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시의회에서도 이 점을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양산시는 사업 중단의 사유로 다른 대부분의 학교에서 원어민 보조교사가 운영되고 있음을 들었는데 이 또한 납득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거점 영어체험학교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2009년인데 이미 그 전 해부터 원어민 보조교사의 배치가 시작됐던 것이다. 순차적으로 전 학교에 원어민 보조교사의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기에 거점 영어체험학교도 추진된 것이다. 이는 거점 영어체험학교의 운영 목적이 단순히 학교별 원어민 보조교사의 책무와 관계없이 존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불과 4년 사이에 어떤 문제점이 발견됐기에 중단하게 됐을까.

적어도 예산사업의 효율성에 대한 심사분석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중단 사유가 새로 발생한 원인이 아닐진대 사업계획 수립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되어 시행됐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동안의 운영기간 중에 당초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요인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과 조치방안에 대해 교육당국과 충분한 교감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적어도 사업의 실패로 규정지어질 개연성이 있다면 다른 도시보다 더 많이 추진했던 이유도 해명해야 한다. 시 예산이 쌈짓돈이 아니지 않은가. 업자들 배불리려고 하지 않았다면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책임을 먼저 따져묻는 것이 일의 순서다.

시의회에서도 이런 점을 질타하고 나선 것으로 안다.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시설을 다른 활용방안의 모색도 없이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것은 조령모개(朝令暮改)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시설의 활용방안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학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당초 목적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방법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부 시의원의 생각이다.

양산시의 예산낭비 사례는 이 밖에도 또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산천 인도교다. 수십억원을 들여 운동장과 춘추원을 인도(人道)로 연결한 세칭 ‘학다리’는 자동승강시설까지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0명도 되지 않는 비효율의 극치로 원성을 들어왔다. 그에 비하면 거점 영어체험센터사업은 사업비 규모로 볼 때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 푼이라도 시민의 세금을 소중히 여긴다면 헛되이 쓰이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의 할 일이다.

굳이 선조들의 청백리 사상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세입의 징수와 세출의 집행을 신중히 하는 기강이 바로 설 때 공직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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