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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골목상권의 강소업체
“커피 한 잔만큼은 여유 있게 즐겨야죠”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3/12/17 14:58 수정 2014.08.31 04:55
⑩ 커피가 예쁜 곳 범어리 커피전문점 ‘애슐리’





유동인구 많은 곳 벗어나 ‘역발상’ 도전


높은 천정 활용해





자고로 장사하고자 하는 사람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가게를 열어야 한다는 게 불문율이다. 많은 사람이 지나다녀야 당연히 가게를 들고나는 손님 또한 많기 때문이다. 이른바 역세권이라 불리는 지하철역 근처나 대형할인점 주변, 아파트 단지 인근 등의 가게들이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커피전문점의 경우 ‘쉬었다 가는 공간’이라는 특성상 유동인구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윤진(46) 씨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애슐리’는 이러한 공식을 과감하게 깨뜨렸다. 물금읍 범어리 남양산회센터 건물 1층, 그것도 도로변이 아닌 공원 방향 건물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도시철도 2호선 남양산역과 가깝긴 하지만 남양산역은 위치상 역세권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다. 아직 유동인구도 적고 근처에 아파트단지나 상권은커녕 계획된 택지개발마저 덜 이뤄진 곳이기 때문이다.


실내장식에도 ‘여유’ 공간은 필수


그런데도 이 씨가 이런 장소에 커피전문점을 시작한 이유는 많은 유동인구 대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 장사가 잘되는 곳이란 기존 개념을 깨고 사람들이 드문, 복잡하지 않은 공간을 선택한 ‘역발상’의 결과다.

“처음부터 대로변이나 복잡한 시내 지역에서 커피전문점을 시작할 생각은 없었어요. 저는 위치보다는 커피숍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머리를 식히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결국 이 씨가 선택한 것은 많은 유동인구 대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이 씨의 생각은 가게 실내장식 구성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씨는 테이블 수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사이 공간은 넓게 했다. 대신 줄어든 테이블 수를 늘리기 위해 높은 천정을 활용해 2층을 만들었다. 2층 공간은 테이블 수를 늘리는데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여유’를 갖기에 적합했다.

“손님들이 2층 공간을 많이 좋아하세요. 제가 실내장식 할 당시에 2층을 ‘다락방’처럼 꾸미고 싶었거든요. 2층은 다른 손님들이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주인인 저도 잘 보이지 않아 손님들이 자신만의 공간으로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오래 머무르다 가시는 손님들이 많죠. 그만큼 편하게 생각하시는 거고, 제 생각이 적중했다고 봅니다”


­­건물주도 실패 예상 임대 안 주려


처음에 이 씨가 현재 자리에 커피전문점을 열겠다고 했을 때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한다. 심지어 장사가 안될 것이라며 건물 주인마저 임대를 주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 씨의 가게는 성공이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차 한 잔의 여유’라는 표현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씨의 판단은 적중했다. 지난해 2월 가게 문을 열 당시에는 33㎡ 남짓 작은 공간이 현재 약 100㎡까지 커졌다. 가게를 시작하고 6개월 만의 일이다.

물론 장사가 폭발적으로 잘 돼서 가게를 넓힌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워낙 좁은 공간인데다 이 씨가 ‘여유’를 추구하다 보니 적은 손님마저 수용하기 힘들었다. 결국, 이 씨는 나름 위험을 각오하고 가게를 확장했다. 확장하는데 1억원 가까이 들었다. 처음 가게 문을 열 당시 실내장식 비용으로 4천500만원쯤 들었다고 하니 확장하는데 창업비의 두 배 이상을 지출한 것이다. 이 씨가 “사실상 모험에 가까운 투자였다”고 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넓어진 공간만큼 손님들도 많아졌다. 이 씨가 생각했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커피숍’ 분위기도 더욱 연출할 수 있었다. 확장하고 4개월쯤 지나자 매출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씨 가게의 특징은 단골이 많다는 점이다. 입소문을 통해 처음 찾아온 손님들이 두 번 세 번 가게를 방문하며 단골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40~50대 손님이 많다. 주중에 업무상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이다. 이 역시 시끄럽지 않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애슐리의 특징 때문이다. 물론 주말에는 젊은 연인들이 찾아와 여유를 즐기고 있지만.


가게 한쪽 내 주며 이웃과도 ‘공생’


단골이 많다 보니 손님 입맛에 맞춰 커피를 내놓는 것도 특징이다. 40~50대 손님들에게 어려운 이름의 커피보다는 ‘어떤 맛, 어떤 향’ 등 각 커피의 특징을 설명해 손님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40~50대 손님들은 커피 맛에 그리 익숙하지 않아요. 커피 이름도 그분들에겐 복잡하기만 하고요. 그래서 맛이나 향을 설명해 손님들이 선택하도록 하죠”

애슐리는 부가상품으로 머리핀과 머리띠 등의 액세서리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액세서리 판매 수익은 이 씨의 몫이 아니다. 과거 자신이 공방을 하며 만난 이웃에게 자리만 내어줬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액세서리는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작게나마 눈요기를 제공하기도 하고 이웃에게는 판매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바리스타(barista)’를 꿈꾸는 학생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게 한쪽에 공간을 마련해 드립(drip) 기구를 갖춰놓고 연습할 수 있게 했다. 도구뿐만 아니라 재료도 이 씨가 제공한다. 결국 이 씨는 애슐리를 통해 작게나마 이웃과 함께하며 ‘공생’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모두가 탐내는 ‘중심’을 벗어나 한적하고 여유로운, 커피 본연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곳을 선택한 애슐리. 창문에 새겨진 ‘커피가 예쁘다’는 글귀처럼 예쁜 커피와 예쁜 사람들이 예쁜 만남을 갖는 이곳 애슐리에서는 오늘도 ‘커피 한 잔의 여유’가 피어나고 있다. 

문의 363-9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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