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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차분한 연말연시 어디로 갔나..
오피니언

차분한 연말연시 어디로 갔나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3/12/31 09:14 수정 2014.01.02 09:03




 
 
서민들 살림살이 경제 어렵고
나라 안팎 소식은 살벌해도
온정을 나누는 손길 있다면
따뜻한 세상 이어질 것이다
지도층 나서 허례허식 삼가고
이웃 돌아보는 새해 됐으면


갑오년 새해 천성산 해맞이 행사는 참여율이 예전만 못하게 됐다. 여느 해 같으면 새벽산에 오를 기대로 그믐날 밤 일찍 잠자리에 들어 몇 시간 눈을 붙인 다음 어두운 밤 공기를 뚫고 원효암 오르는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계해년의 마지막 날 저녁에 시작된 양산대종 기념축하공연부터 자정 제야의 종 타종식까지 지켜보느라 한밤 중에 들어간 사람들이 일출 전에 일어나기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다.

최근 들어 유쾌하지 않은 뉴스들이 매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무자비한 숙청과 공공연한 전쟁 위협으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군의 철저한 대비태세를 강조한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철도노조의 극한투쟁이 다양한 중재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연말연시 철도편의 감축 운행으로 인한 국민적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사회 현상을 슬기롭게 조정해 나가야 할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를 연출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을 쌓아가고 있고, 무기력한 공권력과 행정력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통상임금의 확대 판결로 인해 인건비가 대폭 상승하게 될 내년도 기업운영에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이런 우려에서인지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도행역시(倒行逆施)’로 선정됐다. 교수협회에 따르면, 이 말은 초나라 왕에게 부친을 살해당한 오자서가 벗 신포서와 나눈 대화에서 유래했는데,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석하든 즐겁고 유쾌한 말은 아닌 게 틀림없다. 정치는 부재하고, 외교는 삐걱거리며, 부동산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공직기강마저 흔들린다면 나라의 앞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고는 지방정부라고 해서 비켜갈 수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수백억원씩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 없다보니 시 재정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지만, 방대한 공무원 조직에 대한 인건비와 복리후생 비용이 차지하는 부분이 만만치 않은데다, 이전에 빌어쓴 은행 빚에 대한 이자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6천억원이 넘는 한해 예산도 막상 쓰려고 들면 쓸 돈이 없다는 것이 양산시나 의회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그래서인지 지역의 어둡고 소외된 곳에 대한 복지예산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호소하곤 한다. 더구나 일반사회의 온정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도 이를 다시 활성화할 어떤 계기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당국이 아닌가. 당연히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는 자제하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연말연시를 보내는 분위기가 위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뜻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다.

12월의 마지막 주말에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조영남, 정훈희, 김세환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한 송년음악회가 펼쳐졌다. 양산시시설관리공단이 연중 기획해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공연이었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은 역시 양산시 예산으로 충당된다.

대규모 송년음악회가 열린 바로 사흘 뒤에 체육관에서는 또다시 유명 가수들의 대규모 쇼가 펼쳐졌다. 명분은 양산대종 건립기념이지만 큼직한 연말 음악회가 엊그제 열렸는데 또다시 시민들을 끌어모아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딱히 양산대종 건립기념 축하잔치가 필요했다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손발을 맞추어 자축연을 열어도 되지 않는가. 굳이 거액을 들여 유명가수를 초청할 필요가 있는가. 또 그 비용은 어디서 나왔는가. 시의회에서는 종각 부지 공사의 추가비용 갖고도 밀고당기기를 했는데 축하쇼 예산을 승인해 줄 리 만무했다.

결국 유관 기업체 협찬을 받은 것으로 안다. 주최측으로서는 체육관 행사라 많은 좌석을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인기 연예인을 불렀겠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쇼에 빠질 만큼 여유 있는 연말 분위기가 되고 있지 않다.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안다면 지도층이 나서 허례허식을 줄이고 온정을 모아 이웃을 돌보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제야의 종을 치는 의미가 무엇인가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우리 주변에 외롭고 지친 이웃이 없는지 돌아보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살기가 팍팍하긴 하지만 내미는 손길이 있다면 따뜻한 온기는 쉽게 퍼져 나갈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랑은 큰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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