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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양산은 ‘상습 재선 지역’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당선된 허범도 전 국회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다음해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보궐선거로 자리를 이은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돈 봉투’ 사건으로 국회의장직을 사퇴했다.
자치단체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1995년 최초 민선 시장인 손유섭 전 시장은 임기 도중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2, 3대 안종길 전 시장도 금품수수로 2004년 시장직을 상실했다. 같은 해 6월 보궐선거로 시장에 당선해 재선까지 성공한 오근섭 전 시장 역시 2009년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부끄러운 정치 역사를 가진 내 고향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하나의 수치스런 기록을 새기고 있다. 현직 시의원이 부녀회 모임에서 술잔에 현금을 말아 주민에게 돌린 일이 선관위에 적발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양산은 기자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96년 군에서 시로 승격했다. 이후 양산은 20년도 안 돼 인구는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수백만평 허허벌판에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섰다. 고향 양산은 그렇게 열심히 성장해 왔다.
하지만 정치와 관련된 시민의식은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직도 돈 봉투로 민심을 사려는 정치인이 존재하고, 돈 몇 푼에 민주시민의 기본권을 팔아넘기는 시민은 20년 전 ‘군민’ 시절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고향 양산이 부끄럽다.
이번 6.4 지방선거만큼은 성숙한 양산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시 승격 당시 ‘군민’에서 ‘시민’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괜히 뿌듯해 했던 나와 친구들의 기억이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