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농업폐기물 불법투기, 이유 있다..
사회

농업폐기물 불법투기, 이유 있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4/06/10 09:41 수정 2014.06.10 09:40
재활용 안 되는 폐기물, 처리 업체 없어

직접 자원회수시설에 가져가 소각해야

차 없는 농민, 처리 못해 결국 불법투기



원동면 화제리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이아무개(71) 씨는 최근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나이가 들면서 농사일이 힘에 부치자 비닐하우스 하나를 철거했는데 여기서 나온 농사 폐기물이 말썽이다.

비닐하우스를 덮었던 가림막(차양막)에 보온 담요, 녹슨 철근, 나무 팔레트 등 하우스 하나를 뜯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가 쏟아졌다.

다행히 비닐은 수거해서 한 곳에 모아두면 처리 업체가 알아서 가져가니 문제가 안 되지만 나머지 폐기물들은 손 쓸 방법이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

답답한 마음에 이 씨는 농업기술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한참 동안 설명했더니 센터 직원은 자기 담당이 아니라며 시청 환경관리과로 연결했다. 다시 상황을 설명하자 이번에는 자원순환과로 전화를 넘겼다.

그렇게 돌고 도는 동안 공무원들은 폐기물을 마대자루에 담아 버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트럭으로 한 차 가득 실어도 모자랄 양인 데다 양팔을 가득 벌려도 안기 힘든 부피의 폐기물을 마대자루에 담아 버리라니…. 이 씨는 답답함만 쌓였다.

그러던 차에 자원순환과 공무원이 자원회수시설에서 소각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 씨는 방법을 찾았다는 반가운 마음에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다. 자원순환과 공무원은 “폐기물을 직접 가져가 요금을 내고 소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1톤당 2만8천원의 처리비용은 이 씨가 지급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이 씨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처리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차가 없는 이 씨로서는 자원회수시설까지 폐기물을 가지고 갈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다른 지역에서는 시청에 신고만 하면 와서 폐기물을 가져가 준다던데 우리는 직접 가져가야 한다니 답답하다”며 “차도 없는데 늙은이 둘이서 무슨 힘이 있어 저 많은 쓰레기를 다 치우겠냐”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농민들은 농업폐기물을 강이나 하천 등에 버리거나 땅에 묻어버리기 일쑤다. 이렇게 버려진 폐기물들은 결국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은 당연.

이에 대해 자원순환과는 “현재 비닐은 일정 장소에 모아두면 수거업체가 따로 가져가는데 농업폐기물은 많이 나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재활용이 안 되니 수거해가는 업체가 없다”며 “현재로선 농민이 직접 쓰레기를 자원회수시설까지 운반해 소각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원순환과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앞으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시에서 직접 수거하기에는 인력의 문제가 있으니 여러 방법을 고민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