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지사장 천원주)가 ‘지자체 해외 투자 유치와 지역 언론의 역할’이란 주제로 2014년 언론인 전문화 교육을 진행했다. 주간지와 일간지 등 전국에서 모두 11개 신문사 기자들이 참가한 이번 교육은 국내 경제자유구역과 중국(홍콩 포함) 경제특구 지역을 둘러보고 지자체별 해외 투자 유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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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은 국내 경제자유구역이나 중국 경제특구와 같이 거대 규모로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는 힘들다. 대신 해외 기업가들은 양산만의 장점을 활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양산산막일반산업단지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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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도 이번 교육에 참가해 국내 경제자유구역 3곳과 중국 4개 경제특구를 둘러보며 해외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양산지역에 필요한 내용을 고민했다.
해외 기업 투자를 이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국내 경제자유구역들은 지리적 강점과 도로, 항만 등 뛰어난 물류 여건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값싼 노동력, 세계 최대 인구(시장)를 바탕으로 외국 자본 투자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인구 30만 양산시는 국내 경제자유구역이나 중국 경제특구와 같은 방법으로 해외 기업 투자를 끌어올 수 없다. 시장 규모와 기반시설 등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해외기업 대도시 원하는 건 아냐
필립모리스 “양산공장, 경쟁력 충분해”
그렇다고 양산시에 다국적 기업 투자가 불가능하기만 할까? 경제자유구역이나 경제특구와 경쟁은 불가능하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2002년 국내 첫 제조시설을 양산지역에 세운 한국필립모리스(주)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필립모리스는 2002년 어곡일반산업단지에 제조공장을 준공한 이후 현재 울산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제조공장은 양산시가 유일하다. 어곡일반산단 공장 준공 이후 북정동, 그리고 다시 산막일반산업단지로 확장ㆍ이전하면서도 양산을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양산에서 10년 이상 제조공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양산이 분명 장점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국필립모리스는 “양산이 다른 국제도시처럼 큰 도시는 아니지만 대도시와 접근성이 높고, 교통망은 대도시보다 오히려 나은 부분도 있다”며 “양산이 항만이나 공항은 없지만 부산과 거리가 멀지 않아 아시아 거점 시장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 투자유치에 나서는 국내 경제자유구역들은 흔히 다양한 세제혜택과 규제 완화, 각종 우대정책과 내수시장 확대를 유인책으로 내세운다.
양산시는 이러한 유인책을 내세우기 어렵다. 세제혜택은 정부 또는 최소 광역지자체 단위에서나 가능한 부분이다. 규제 완화와 내수시장 확대 역시 마찬가지. 30만 인구 도시의 한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한국필립모리스와 같이 굳이 항만과 공항이 위치한, 수백 수천만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투자를 희망하는 다국적 기업은 많다.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해 있는 한 다국적기업은 “세금혜택, 규제 완화 등이 투자 결정에 모든 것은 아니다”며 “최소한 여건만 갖춰졌다면 경우에 따라 직접 지원만큼 투자유치기관(지자체)이 보여주는 열정이나 신뢰감 등도 투자지역 선택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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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과의 인접성을 활용하는 것도 해외 자본 투자 유치의 한 방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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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기계재료를 공급하는 한 다국적기업 역시 “우리가 처음부터 항만 근처에 공장을 세우려 한 건 사실이지만 금속기계공장들이 많은 울산 부근도 투자 후보지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중국만이 살 길? 주변 국가도 ‘알짜’
미국ㆍ유턴기업 노림수도 좋은 방법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과 싱가포르 등 중화권 전체에 대한 투자 유치도 중요하다.
곽복선 경성대 중국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통 화교 국가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투자유입이 많고 건당 투자금액도 적지 않다”며 “중국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이들 국가에 대해서도 투자유치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건당 59만달러(약 7억원) 정도 소액투자가 많지만 말레이시아 약 1천억원, 싱가포르 약 650억원 등 동남아시아 기업들은 대형 투자가 많다. 국내 경제자유구역들이 중국이란 거대 공룡에 집중하고 있는 현재 양산시는 주변 국가의 알짜배기 투자유치를 노리는 것도 방법인 셈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해외기업 투자유치가 중국에 집중되면서 미국은 2000년 이후 투자 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투자 금액은 오히려 증가세다. 지역 중소도시 입장에서는 충분히 노려볼만한 대목이다. 곽 교수는 “우리 기술력과 해외 자본이 결합하는 형태라면 지방 산업 발전 모델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해외로 나갔다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U-turn) 기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곽 교수는 “이들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지원이 잘 된다면 그 어떤 지원보다 더 큰 당근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형 경제자유구역과 경쟁하기 보다는 틈새를 파고들어 이를 활용하는 묘책을 찾아낸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도시와의 인접성, 뛰어난 물류 등 양산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필립모리스와 같이 기존에 입주한 해외 기업 성공 사례를 홍보한다면 양산시가 해외기업 투자처로 결코 손색이 없는 장소임을 인지시킬 수 있다.
현장 목소리
“위치ㆍ기술ㆍ물류? 신뢰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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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할 당시 경남도에서는 이런저런 관심도 많이 가지고 투자유치업무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입주를 마치고 나니 이후에 발생한 각종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공업 용수문제, 가스 문제 등 생산과 직접 연관이 있는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들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 나가쿠보 오사무 공동대표
한국쯔바키모토오토모티브(주) 나가쿠보 오사무 공동대표이사는 해외 자본 투자 유치의 핵심으로 ‘신뢰’를 손꼽았다. 나가쿠보 대표는 한국(경남도)의 해외자본 투자유치 정책이 지나치게 ‘유치’에만 집중됐다고 비판하며 “창원시는 투자유치과에서 투자를 확정하고 나서 공장을 가동할 때까지 신경을 써 줬고 외국인 입장에서 그들을 신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가쿠보 대표는 양산시와 같이 작은 도시가 대형 경제자유구역과 경쟁을 펼치는 경우 이러한 ‘신뢰 영업’이 각종 직접적인 지원혜택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쯔바키모토오토모티브(이하 한국쯔바키)는 일본에 모기업을 둔 자동차 부품 전문생산 기업이다. 쯔바키모토오토모티브는 현재 한국과 일본을 포함 미국, 태국, 멕시코, 중국, 영국 등 7개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2009년 8월 한국쯔바키법인을 설립해 2010년 11월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에 공장을 짓고 2010년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시작했다.
“부산, 아시아 허브 가능성 충분해”
| 인터뷰 | (주)회가내스코리아프로덕션
“부산은 아시아 시장을 놓고 봤을 때 전략적 요충지다. 한국은 어디로든 교역이 가능한 위치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 덕분에 수출ㆍ입이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까지 진출을 노리고 있다” - 김승주 이사
김승주 (주)회가내스코리아프로덕션(이하 회가내스코리아) 이사는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의 지리적 강점이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중국, 일본과 인접해 있고 세계적 규모의 항만시설이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최상의 위치라는 것이다. 더불어 주 고객인 자동차 회사와 부품공장이 부산, 울산, 경남 전역에 걸쳐 있어 한국시장만으로도 충분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금속분말 개발이라는 업체 특성상 그리 먼 곳만 아니라면 항만이 직접 위치하지 않은 곳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양산지역처럼 대형 자동차 제조회사와 가깝거나 자동차 부품공장이 많은 곳이라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회가내스코리아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금속분말 개발제조업체로 지난 1월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에 한국공장을 준공했다. 스웨덴에서 직접 가져온 미세금속분말을 고객 요구대로 혼합(Mix)해 공급하는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