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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면은 현재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나날이 줄고 있다. 젊은 사람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가고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어르신이다.
이 마을에 유일한 중학교인 원동중학교. 다른 시골학교와 마찬가지로 원동지역 주민 대부분이 원동중학교에서 공부했거나 적어도 가족 가운데 한 명은 원동중학교를 졸업했다.
한때는 전교생이 430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전교생이 31명까지 줄었다. 경남도교육청에서는 폐교 논의가 오갔고, 결국 2012년 분교로 만들고 이후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 경우 폐교키로 가닥을 잡았다.
쌍포초ㆍ원동중 이천분교 폐교 경험
지역 유일 중학교에 대한 애착 남달라
“다른 시골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원동중은 좀 특별합니다. 지역 유일 중학교다 보니 모든 주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거든요. 단순히 학교 하나 폐교되는 차원이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 사이 고리가 끊어지는 거죠. 중학교가 폐교되면 원동면은 더 빨리 늙어갈 겁니다. 단순히 노인이 많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 자체가 늙어버리는 거죠.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마을이 얼마나 적적하겠습니까?” - 박이웅(원동중 졸업)
“예전에는 초등학교가 3곳, 중학교가 두 곳 있었습니다. 원동초, 쌍포초, 쌍포초 이천분교가 있었고, 원동중, 원동중 이천분교가 있었죠. 이 중에 쌍포초등학교와 원동중 이천분교가 폐교됐습니다. 저는 쌍포초를 졸업했죠. 모교가 사라지는 기분 모르시죠? 참 씁쓸합니다. 어린 시절 추억 대부분이 담긴 곳이 사라진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데요. 그런데 이번엔 원동중학교마저 폐교되면 저는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없어지는 겁니다” - 김철민(쌍포초, 원동중 졸업)
이처럼 주민들은 원동중학교에 대해 많은 애정을 보였다. 원동중 졸업생이 아닌 주민들도 원동중 폐교 위기를 걱정했다. 이미 모교가 폐교된 경험이 있는 주민들은 ‘학생 수 좀 줄었다고 폐교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시골학교 폐교는 시골을 더 죽이는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농사 외엔 별다른 일자리가 없는 시골 마을. 주민들도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학교측도 마찬가지였다. 분교를 막기 위해 교직원과 학부모가 머리를 맞댔으나 묘책은 없었다. 총동문회 차원에서 지원책을 찾았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학생 수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한데 원동중은 전학생을 유인할 특징이 없었다.
그런 원동중학교를 살린 게 바로 야구부다. 한 주민은 “솔직히 야구부 하나 생긴다고 폐교를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 안 했다. 사람들이 떠나가는데 학교인들 무슨 수로 버티겠냐”라며 “학생이 없으니 결국 폐교될 거로 생각했다. 많이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으니 다들 분교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대보다 체념의 시선 속에 시작한 야구부가 학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31명의 전교생이 창단 그해 40명으로 늘어나더니 결국 52명이 됐다. 늘어난 학생 대부분이 야구부원이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원동중학교 폐교를 야구부가 막아낸 것이다.
끝나지 않은 위기… 다양한 노력 필요
“야구 마을 등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물론 원동중학교 폐교 논란이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야구부 창단으로 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을 뿐 학생 수가 줄어들면 언제든 폐교 논의가 재현될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야구부에 대해 기대가 더 크다.
주민들은 폐교를 막고 마을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야구부를 시작으로 안정적인 학생 수 확보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원동면 지역을 야구 마을로 키워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학교측도 야구 특성화 학교 지정을 노려봤지만 ‘공립학교라 운동 종목으로 특성화 학교는 사실상 힘들다’는 경남도 교육청의 설명에 포기 상태다. 이에 주민들은 학교와 원동면은 물론 양산시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큰 그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문양수 교장은 “서울에서도 우리 학교 야구부를 견학하러 온다. 이미 야구부가 우리 원동중과 원동, 양산의 자랑이 된 것”이라며 “운동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원동중과 지역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자 꿈과 목표를 갖고 원동중학교 야구부란 지붕 아래 모인 21명의 소년들. 그들이 운동장 위에서 흘리는 땀방울은 결국 그들만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원동중 야구부는 어른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오늘도 거친 운동장에 몸을 내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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