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하지만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결과 아쉬움이 컸다. 일부 기업들의 ‘채용’ 의지 때문이다.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행사 시작 1시간 만에 벌써 ‘면접종료’를 알리는 푯말을 면접 책상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운 기업들이 생겨났다. 30분이 더 지나자 ‘면접종료’ 기업은 11곳으로 늘었다. 아예 면접 책상을 치워버린 기업도 생겼다. 이들 기업이 실제로 그렇게 빨리 구직자를 뽑았을까? 아쉽지만 아니었다. 이들은 주최측과 관계를 생각해 행사에 참가했을 뿐, 실제 채용에는 크게 관심 없는 경우가 많았다.
4시가 넘어가자 55개 참여 기업 가운데 28개 기업이 면접장을 비웠다. 주최측도 면접결과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4시 30분이 되자 행사장은 사실상 ‘영업’을 종료했다.
이날 행사는 분명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예정이었다. 이는 단순히 행사 시간이 아니라 기업과 구직자 간 약속 시간이다. 구직을 원하는 사람은 늦어도 5시 이전에 행사장에 도착해야 하고, 기업들은 그 시각까지 구직자들을 기다려야 한다. 실제로 3시를 넘겨 4시 가까운 시각에 숨을 헐떡이며 행사장을 찾은 구직자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려 준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약속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서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믿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다수 기업은 구직자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 아님에도 상대를 위한 최소한 ‘의무’조차 다하지 않은 셈이다. 결국 이날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구직자들은 취업문을 두드릴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