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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지난 이야기지만 2010년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대학생들과 식사자리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아나운서들은 즉각 성희롱이라며 반발했고 ‘집단모욕죄’로 법정다툼까지 진행됐다. 결국 법원은 집단모욕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강 의원은 큰 곤욕을 치렀다.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와 유사한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다. 집단모욕 대상이 무기계약직 공무원이었다.
진정민원 조사처리 결과를 살펴보면 공무원 불친절이 주된 이유라는 지적에 한 관리직 공무원이 “읍ㆍ면ㆍ동 민원접수대에는 정규직 공무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공무원이 많이 있는데, 이 친구들이 주민에게 친절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의원도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는 “무기계약직이 불친절하다. 업무생태도 모르니까 시민과 부딪힌다. 정규 공무원은 친절하고 민원이 대두되지 않는다. 행정이 시민에게 믿음을 줘야 하는데, 무기계약직이 자꾸 늘어나니까 신뢰감이 없어진다”고 했다.
이들 모두 무기계약직이 불친절하다는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신분이 불확실해 오히려 민원인에게 더욱 친절한 경우가 많다. 괜히 다퉈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 숙련도가 더 높은 경우도 많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무기계약직 공무원의 사기를 북돋아줘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이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리는 발언을 한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누구나 다 아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