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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형 경정. 올해 나이 쉰 셋. 순경으로 시작해 28년간 경찰에 몸담으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런 하 경정은 최근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작가를 꿈꾸는 많은 지망생은 물론 글 꽤나 쓴다는 사람들도 막상 책을 출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하 경정은 ‘경찰이 시민에 좀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358쪽 짜리 속 꽉 찬 에세이를 출간한 것이다.
“사실 책 출간은 경찰생활을 하며 계속 생각해 왔던 일입니다. 이유는 하나 뿐입니다. 경찰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 경정이 책을 출간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하얀 어머니’는 이미 경찰 내부에서 꽤나 알려진 책이다. 그러한 ‘경력’ 작가인 하 경정이 이번에는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고 싶다며 쓴 책. 그래서 책 주인공도 ‘경찰’이 아닌 ‘사람’이다.
하 경정은 경찰과 시민을 보다 가깝게 만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모자란 시간을 쪼개가며 자료를 모으고 정리했다. 때론 전국을 누비며 사건 당사자들을 만나 취재까지 했다. 독수리타법으로 자판 하나 하나를 두드리며 완성한 글을 책으로 출간하기까지는 분명 힘들었지만 하 경정은 보람 하나로 스스로를 곧추세웠다.
“제 주변에 경찰을 싫어하는 소위 골수 운동권인 분이 계십니다. 그 분께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책을 받으시고는 ‘그동안 경찰을 참 싫어했는데 하 선생을 만나면서 경찰이 좋아지려 한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정말 엄청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게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니까요. 그 분의 반응이 최초의 발자국이자 마지막 발자국일지라도 저는 행복합니다”
두 권의 책을 썼지만 아직은 작가라 부를 수 없다며 겸손해 하는 그는 앞으로 ‘추리소설’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이 역시 현장이라는 ‘사실’에 기초해 사회의 따뜻함을 녹여낼 작정이다. 지금은 머릿속 구상에 머물고 있지만 어쩌면 3년쯤 지나면 우리는 하 경정이 쓴 또 다른 작품의 독자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큰 성을 쌓으려면 분명 큰 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큰 돌 사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작은 돌도 필요한 법이죠. 일선 현장 경찰들은 이런 작은 돌입니다. 우리 사회가 바른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 곳곳 빈틈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단 한 분만이라도 이 책을 통해 경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잊히는 순직 경찰관들이 안타깝고, 미쳐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이 애처롭다는 하 경정.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있지만 그는 책을 통해 여전히 이웃과 대화 나누고 희노애락을 함께 공감하려 한다.
‘사람’을 향한 ‘사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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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직 경찰관이 쓴 ‘이야기’ 책이다. 하지만 경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자, 깊은 가슴 속 먹먹한 감동을 일으키는 이야기, 결국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소박한 서민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소아마비 여중생을 매일 업어 나르는 파출소 직원들, 노숙자들 아픔을 달래주는 노숙자 반장 정 경위 이야기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 쉴 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2부는 경찰이 아니면 알기 힘든 현장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가 소소한 삶의 이야기였다면 2부에서는 역동적인 범죄 추적 현장으로 빠져들게 한다. ‘피해자의 눈물은 우리 가슴을 뛰게 한다’는 작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납치 어린이 구출작전, 사기전과 9범의 용의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 경위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기가 사실을 기초로 기록돼 있다.
1부와 2부가 ‘소소한 삶’과 ‘역동적인 현장’이었다면 3부는 ‘먹먹한 감동’ 그 자체다. ‘남는 시간 있으면 내 곁에 바람으로 지나쳐 주라. 내 옆으로 바람이 불면 네가 왔다 간 줄 알게…’ 시인의 노랫말 같은 글귀에서 느껴지듯 3부는 범인 검거와 자살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경찰들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특히 저자가 사이버 추모관으로부터 옮겨온 글귀들은 독자의 가슴 끝자락까지 깊은 울림을 전한다. 바람 끝에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계절. 이 책 한 권으로 가슴속에 따뜻한 ‘사람’과 ‘사랑’ 하나 채워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