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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시노래’ 10년, 가수 박경하 씨
시, 노래,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4/12/02 10:38 수정 2014.12.02 10:37
시에 곡 입혀 노래… 첫 음반 ‘시린’ 발표

작곡가 백창우, 기타리스트 김광석 등 참여



“사실 ‘시노래’라 해서 특별할 건 없어요. 시에 대한 애정으로 늘 시인들과 함께 작업하고, 시에 곡을 입혀 부르다 보니 ‘시노래’라 표현하는 거죠”

좁은 의미로 시는 문학의 한 종류다. 하지만 운율을 가졌기에 ‘노래’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더해 시는 ‘예술’이 된다.

울산에서 창작동요 보급운동을 해 온 박경하(43, 덕계동) 씨가 자신의 첫 음반을 제작했다. 일반 가요가 아닌, 시에 곡을 입혀 부르는 ‘시노래’ 음반이다.

일반에는 다소 생소한 시노래지만 박 씨는 이미 10년 넘게 불러왔다. 박 씨는 “사실 시노래라 해서 특별할 건 없다”며 “아름다운 가사가 담긴 노래라면 모두 시노래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특별히 시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시가 가진 메시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래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메시지에요. 노랫말에 많은 의미를 두는 편이죠. 노랫말이 좋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녀노소, 장소를 떠나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박 씨가 시를 고르는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여야 하며, 시를 쓴 사람도 자신이 좋아할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단순히 유명하다고 해서, 사람들에 널리 알려졌다 해서 곡을 입히진 않는다.

“모든 예술이 마찬가지겠지만, 현실에 공개되는 순간 작가의 것이 아니죠. 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도 각자 다르고. 그래서 일단 제가 좋아해야 하죠. 결국 제 삶 모든 게 그 시를 좋아하는 배경이나 이유가 될 수 있겠죠”

그렇게 본인이 좋아하는 시에 곡을 더했다. 작업은 그만큼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자칫 원작인 시가 가진 본래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곡가는 시인이 노래 한(시를 쓴) 의도를 살려야 했다. 박 씨 또한 노래하는 동안 감정 표현에 지나침도, 부족함도 있어서는 안 됐다. 작곡가와 가수 모두에게 힘든 과정이었다. 이 때문에 박 씨는 작곡가 선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작곡가나 음반 시스템 때문에 모든 작업은 서울에서 이뤄졌어요. 다행히 작곡가는 제가 같이하고 싶었던 분들과 하게 됐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시에 대한 해석력이 가장 뛰어난 작곡가라고 생각하는 백창우 선생님과도 함께 할 수 있었고, 기타리스트 김광석 선생님도 함께했어요. 정말 영광스런 일이죠”

박 씨가 노래를 부른지 15년이 됐다. 시노래를 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박 씨는 주로 울산에서 활동했다. 가족 모두가 양산에 살고 있지만 사실 지역에는 박 씨가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박 씨는 양산에서 공연할 기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양산에서도 시노래로 시민과 공감할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앨범 발표 후 울산 공연을 생각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양산에서도 꾸준히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좋은 시와 노래를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

시에 대한 사랑, 노래에 대한 열정으로 무대에 올랐던 박 씨. 그는 시가 잠들어버린 시대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음반을 통해 ‘독자’와 대화하려 한다. 우리도 가슴 저 밑바닥에 고이 접어 둔 시에 대한 그리움을 살포시 꺼내 들고 이 겨울 ‘시’와 ‘노래’에 한 번 취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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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첫 음반 들고 팬들 곁으로

5일 서울 나루아트센터서 발표회

박경하 씨가 오는 5일 오후 7시 서울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자신의 첫 번째 앨범 발표회를 연다.

모두 14곡의 시노래를 담은 음반 ‘시린’에는 백창우, 임길택, 김광석, 이지상, 박노해, 홍광현, 백자, 위대권, 심순보, 이원규, 구광렬, 곽재구 등 유명 시인과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시린’(詩隣, 시의 이웃)이라는 음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박 씨는 이번 음반에 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모두 담았다.

특히 들꽃, 세월이 가면, 사평역에서, 그대가 없다면 등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가 많아 시노래가 다소 낯선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들꽃’을 쓴 구광렬 울산대 교수는 “가냘픈 듯 강한 박경하의 초성은 애절하고도 간절한 기도를 닮아 시의 뜻을 전하기에 알맞다”고 평가했다.

문의 010-7331-8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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