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비상계획구역 설정과 관련, 양산시의회 등의 공청회 개최 압박에 양산시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양산시는 주민설명회를 열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설명회가 마지못해 진행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양산시는 지난달 26일 양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정치인과 공무원, 주민 등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설정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정승연 박사가 비상계획구역 개념과 국내ㆍ외 사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속 조치와 영향 등에 대해 설명했고, 박종태 양산시 행정과장이 양산시가 마련한 비상계획구역 4개 안과 각각의 장ㆍ단점과 양산시 검토의견을 설명했다.
양산시가 밝힌 비상계획구역 4개 안에 대한 장ㆍ단점을 살펴보면 산맥 지형을 경계로 하는 제1안(반경 21~22km)은 양산시 자체적으로 주민대피소 지정이 가능하며, 양산부산대병원을 방사선비상진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2안(반경 20km에 포함되는 행정구역 경계)은 지역경계에 따른 주민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양산천을 경계로 하는 3안(24~26km)은 훈련 때 대규모 인원이 참여해야 하며, 시청 일부 기능을 상실해 주민보호통제 기능이 경남도로 이관된다.
↑↑ 박종태 양산시 행정과장이 양산시가 검토한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설정 4개 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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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주민설명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사안인 비상계획구역 설정과 관련한 설명회를 하면서 양산시가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물금읍에 사는 한 주민은 “양산시가 중요한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그 흔한 현수막조차 걸지 않았다”며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전체 시민 의견을 물을 수 있도록 시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산시는 “양산시가 검토하고 있는 비상계획구역 21~22km 범위에 포함되는 웅상지역 주민은 설명회에 자율 참석하도록 했으며, 나머지 읍ㆍ면ㆍ동은 이ㆍ통장과 주민자치위원회, 발전협의회 등 대표성을 가진 주민을 참석대상으로 했다”며 “홈페이지를 통한 주민의견 수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고리 1호기 폐쇄를 위한 양산시민행동과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은 2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에게 전혀 홍보가 안 된 주민설명회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설명회에서 일부 양산시 간부공무원이 양산시 입장에 반하는 시민 질문이 이어지자 사회자에게 질문을 끊으라고 소리치는 등 고압적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설문조사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주민설명회에서 국장급 공무원의 고함과 야유는 시민을 우롱하고 겁주는 모욕적인 처사”라며 “시민에게 전혀 홍보하지 않고, 30만 시민의 0.1%도 안 되는 시민을 대상으로 일련번호도 없이 바꿔치기 가능한 설문지로 조사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산시는 지금이라도 시민 안전을 위해 반성하고 자숙하는 자세로 제대로 된 대시민 공청회를 열어 공정하게 비상계획구역 설정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