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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꿈은 다르지만 레슬링이 좋아요”..
문화

“꿈은 다르지만 레슬링이 좋아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5/04/14 10:08 수정 2015.04.14 10:05
원동초, 방과후학교로 레슬링 배우는 어린아이들

지난달 전국대회 참가해 예상 못 한 금메달까지



↑↑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준 코치, 최승준, 유하영, 박성현, 최정하, 박정현, 이수현, 이소현 학생
훈련보다는 ‘놀이’에 가까웠다. 좁은 체육관에는 아이들 재잘거림이 가득했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수다를 멈추지 않고, 힘들다 투정하면서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 하다. 원동초등학교(교장 송재기) 방과후학교 레슬링 수업 모습이다.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7일간 열린 ‘제33회 회장기 전국레슬링대회’에서 원동초 어린 친구들이 ‘큰일’을 냈다. 이수현(9)ㆍ소현(9) 쌍둥이 자매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고 박성현(9) 군도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들의 메달이 더 값진 이유는 레슬링을 체계적으로 배운 게 아니기 때문. 일주일에 두 번 방과후학교에서 배우는 게 전부인데 레슬링대회 가운데 가장 큰 대회에서 이처럼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아이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치고 있는 이준(22) 코치는 “쌍둥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좋고 성현이는 힘이 타고난 것 같다”며 아이들을 칭찬했다.

현재 레슬링 수업에는 모두 7명의 아이가 참여하고 있다. 수현ㆍ소현 자매와 성현이, 최승준(9), 최정하(9), 유하영(9), 박정현(8)이 그 주인공이다.

7명의 꼬마 레슬러들이 모두 레슬링 선수를 꿈꾸는 건 아니다. 정현이는 의사, 승준이는 수영 선수가 꿈이다. 정하는 권투 선수가 되고 싶다. 메달을 딴 수현ㆍ소현 자매마저 요리사와 화가를 꿈꾼다. 성현이와 하영이만 레슬링 선수가 꿈인데, 이 꿈이 언제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

하지만 시골 학교에서 달리 경험할 수 있는 운동이 없다. 그래서 스무 평(66㎡)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구르고 뒤엉키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김동립 체육교사는 “시내와 달리 많은 부분에서 열악해 다른 운동은 꿈꾸기 힘들다”며 “특히 쌍둥이 같은 경우 기량이 뛰어나 제대로 교육만 받는다면 체육 쪽으로 진로를 결정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외딴 학교. 시설도 학생 수도 부족해 경험할 것조차 많지 않은 이곳 아이들. 원동초 교사들의 바람처럼 모든 아이가 각자의 꿈을 향해 땀 흘릴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와 여건이 제공될 수는 없을까? 이런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아이들은 재잘대며 레슬링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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