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회 직후 단행된 의회사무국 직원에 대한 인사가 한옥문 의장 사퇴 요구로 이어지면서 내홍에 휩싸였던 양산시의회가 지난 8일 의원협의회를 열고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의장 사퇴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한 의장과 정경효 부의장 등 시의원 9명은 이날 서로 한 발 물러서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정경효 부의장과 이기준 시의원(이상 새누리), 이상걸ㆍ임정섭ㆍ박대조ㆍ차예경 시의원(이상 새정치연합)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위상을 훼손하고 독단적 행태를 보인 한옥문 의장을 불신임하므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동시에 “의회사무국 소속 최영제 국장과 주원회 전문위원 문책성 인사 발령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최 전 국장과 주 전 전문위원은 보직 없는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사표를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임시회 폐회 당일 급조해 인사를 단행한 것은 강민호 야구장 건립 예산을 삭감한 데 따른 집행부의 비상식적 보복성 인사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 원인인 행정국장은 인사에서 빠지고 예산확보 책임은 해당 부서에 있는데도 집행부에 대한 문책성 인사는 없었다”며 “문책성 인사를 하기 전에 의회 견제와 균형을 책임져야 할 시장 자신에게 문제가 없었는지 반성을 우선해야 상식인데, 인사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의회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해 인사한 것은 지극히 보복적이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의회 공무원 임무는 의원 보좌인데도 집행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사 조치한 것은 민주방식 지방자치 운영 근간을 부정하고, 의회와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집행부로 이관해 처리된 징계성 인사는 의장이 시장에게 직접 요구해 조치됐으며, 의원들에게 통보나 상의 없이 의장이 독단적으로 단행한 것”이라며 “시의회 의장은 의원 요구를 대표하고 의회 공무원을 집행부 강압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 직분임에도 집행부 보복성 인사에 앞장서 집행부와 결탁해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것은 시의회 의장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의장 독선, 집행부 편들기에 반발 ⓒ
시의원 9명이 의장 불신임에 따른 사퇴 요구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배경은 이번 전보인사에 앞서 수차례 의장으로서 지도력에 문제를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산의회와 양산시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설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놓고 삐걱거리다 간부공무원 인사조치 공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의장이 의회와 양산시의 반목과 갈등만 키웠다”며 “행정국장 인사 조치를 의장이 책임지고 처리한다고 했으나 행정조치는 전혀 없었고, 일명 방사선 임시회 개최도 의장 주도 아래 안건을 정하고 합의해 시정질문으로 이어졌으나 뒷전에서는 시의원 개인의 일탈로 처리해 의회 위상을 손상했다”고 밝혔다.
또 “본회의를 진행하면서 잦은 집행부 편들기를 통해 의원들 의사권을 막았으며, 출석 공무원 발언 요구를 직권으로 거절해 의원들 혼란을 불러왔고, 의회 회의 내용과 질의서 내용을 유출해 의정활동을 방해했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의원을 대표하는 시의회 의장인지 집행부 꼭두각시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정기 의원협의회 일정이 잡혀 있음에도 의원들 개최 요구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개최하지 않고 있다”며 “행정국장 인사 조치 요구 공문 지연 발송과 수정 후 재발신, 임시회 개최 일정 확정 후 서민자녀 교육 지원사업에 관한 조례와 예산 철회 요청 때 의장단의 일방적인 결정 후 철회 요구,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의원 명예훼손 사이버 수사 의뢰 고소장 제출 지연 등 의원협의회 의결 사항을 보류해 의원 간 갈등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의회는 주민 대표기관으로 신뢰성과 독립성이 수반돼야 함에도 한 의장이 고유권한으로 휘두른 비상식적 문책성 인사는 직권남용에 해당하며, 시의회 위상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로, 의장으로서 능력 부재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며 “독립 기관으로서 조직을 관리 감독해야 함에도 소홀히 해 문제점을 공무원에게 전가하는 것은 비겁하고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의장 사퇴 요구, 명예훼손에 유감
8일 기자회견 이후 한옥문 의장은 다음 날인 9일 곧바로 의원협의회를 소집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여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협의회에서 의장 사퇴를 요구한 시의원들은 한 의장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과 함께 문책성 인사 조치를 당한 의회사무국 직원 인사 발령을 취소하라고 요구했고, 한 의장은 명예 훼손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정상적인 인사가 되도록 양산시에 인사 건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장은 “잘잘못을 떠나 이유를 불문하고 의회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시민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이번 사태로 의장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인정하고 이를 바로 잡기로 했으며, 의회 내부 문제가 정리되는 즉시 양산시에 다시 인사 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걸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한 의장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만큼 의장 사퇴 요구는 철회하기로 했다”며 “다만, 한 번 단행한 인사는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의회사무국 직원에 대한 무보직 문책성 인사는 보직을 부여하는 정상적인 인사가 되도록 양산시에 요청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앞으로 한 의장의 의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의장 사퇴를 요구한 시의원들은 이번 주 중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