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양산시청소년한마음축제에서 청소년이 오랜 시간 갈고닦은 기량을 뽐냈다. 이들의 무대 중 시원한 밴드 연주가 초여름 뜨거운 햇살을 가르고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기타와 드럼 연주, 청량한 보컬의 목소리가 워터파크를 가득 채웠다. ⓒ
한낮 더위를 날려버린 주인공은 바로 양산고등학교(교장 박규하) ‘소나기밴드’(이하 소나기)다. 이들은 지난 1997년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이어져온 밴드 동아리다.
소나기는 ‘기타사랑동아리’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기타사랑 1기와 2기 구성원이 힘을 합쳐 ‘소나기’라는 새로운 이름의 밴드를 구성했다.
당시 2기 구성원 최영재(32) 씨는 “처음에 드럼이 없어 쓰레기통을 뒤집어 연습했고 학교에서 심벌즈를 사준 날 울먹일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시작해 소녀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 있는 청소년 밴드로 자리 잡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소나기가 연습하는 환경은 열악하다. 14기, 15기 선배들이 학교 조례대 밑 창고를 고쳐 만든 연습실을 아지트 삼아 짬나는 시간 마다 모여 합주하는 것. 그 작은 공간에서 평일 틈나는 시간과 주말 시간을 활용해 연습한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소나기 17기 단원(최지훈, 이정우, 김형근, 김두형, 유효민, 위 사진 왼쪽부터)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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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활동 락 음악 사랑 키워
“지역 공연과 연말 콘서트 기대”
17기 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우(18) 학생은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학생 때 청소년어울림마당에서 공연하는 소나기 밴드를 보고 반해 양산고에 진학할 생각을 했다”며 “꿈꾸던 곳에서 친구들과 노래하니 즐겁고 대학도 음악 관련해 진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타로 밥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꿈”이라며 음악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보였다.
정우 학생과 달리 다른 친구들은 “솔직히 다른 동아리에 인원이 다 차서 갈 데가 없어 여기 왔다”고 털어놨다. 소나기에서 베이스를 맡은 김두형 학생은 “밴드 활동을 할 거라는 기대도 없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소나기에 왔고 지금은 선배, 동기와 함께 음악하며 누구보다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 사랑으로 똘똘 뭉친 다섯 청춘은 지난해 10월부터 양산 내 청소년 축제 무대에 올랐고 올해 4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선배들 배려로 다른 기수보다 빨리 무대에 서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무대를 꾸민다”고 말했다. 실력보다 운이 좋아 빨리 공연했다며 부끄러워했지만 이들의 실력만큼은 수준급. 인터뷰 내내 부끄러워했던 모습과 달리, 노래 한 곡을 요청한 기자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에 들어갔다. 선배들의 자작곡 ‘천사주의보’를 훌륭하게 끝낸 이들은 다시 장난끼 많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런 반전 매력 덕일까, 소나기 공연장에는 그들을 응원하는 여학생으로 가득하다. 소나기는 “콘서트 때 80% 이상이 여학생”이라며 “응원해주는 분들에 힘입어 더욱 즐겁게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밴드 활동과 학업 병행에서 오는 어려움이나 가족 반대에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 건 관객 응원과 돈독한 동기, 선ㆍ후배 사이 관계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있을 청소년어울림마당이나 올 연말 콘서트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