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과 코, 마음까지 사로잡는 식물. 식물은 자체의 모습만으로도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 식물을 다루는 과정에서 신체적 능력이 향상되고 심리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것.ⓒ
‘삽질하는 꽃쟁이’라는 꽃집을 운영하며 원예치료를 하는 박은형(41) 씨는 20대 후반, 일본에서 꽃과 만났다. 그는 당시 직장생활에 무료함을 느껴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어 학원에 다녔다. 학원 선생님이 어학연수를 추천했고 1년 동안 일본에서 일본어 공부에 몰두했다.
일본에서 공부한 지 1년이 다 돼 갈 무렵 한 중고서점에서 꽃 잡지를 발견했다. 박 씨는 어릴 적부터 장날에 꽃을 팔면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사 줄 정도로 식물에 관심이 많았기에 책을 집중해서 읽었다. 그러다 잡지에서 꽃을 배울 수 있는 전문학교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 정보를 보고 현지에서 배운 일본어를 활용해 동경상가학원 전문학교에 들어갔다. 이후 박 씨는 꽃집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나를 위한 꽃 한 송이’에 대한 철학을 배웠다.
“승진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우리나라는 보통 나무를 보내요. 반면 일본은 개업식이 꽃바구니로 가득할 정도로 꽃 소비가 많죠. 일본에서 꽃은 누군가를 위한 선물보다는 자신을 격려하고 축하하기 위해 사는 경우가 많아요. 꽃이 주는 위로를 알기 때문이죠”
박 씨 가게에는 많은 사람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찾아온다. 그는 꽃이 좋아 꽃을 사러 오거나 원하는 레슨을 받기 위해 온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진짜 치유를 느꼈다. 사람들이 꽃이라는 공감대로 이야기하며 웃고 좋아하는 모습을 봤고 그 자체가 치료라는 것을 깨달은 것.
“자신을 위해 준비한 꽃 한 송이로 위로받을 수 있을 만큼 원예치료는 거창한 것이 아니죠. 다쳤을 때 연고를 바르면 얼른 낫는 것과는 달라요. 길가에 핀 꽃을 보며, 누군가를 생각해 꽃을 준비하며, 평범한 저녁식사에 꽃을 하나 꽂아 두는 등 삶의 작은 부분들이 치유죠. 근사하게 치료를 받고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박 씨는 지난해 ‘꿈 키움 교실’ 학생을 대상으로 원예치료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평소 학교생활 적응이 어려웠던 학생들이라 원예활동도 못 할 것이란 생각은 편견이라며 오히려 더 잘한다고 자랑했다.
“식물심기를 하면서 식물 잎이 떨어지면 안 되니 조심하고, 자신이 키우는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죠. 학교 창가에 놔두고 자라는 과정을 관찰해 식물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요. 플라스틱, 철제 같은 것을 많이 만지는 아이들이 생명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어요. 다른 친구의 식물과 비교하기도 하며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데 이런게 자연스러운 치료 과정이죠”
박 씨는 나아가 자신의 꽃집 자체를 치유의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가게를 지나다니며 꽃을 보고, 꽃 한 송이를 자연스럽게 살 수 있게 하고 싶어 했다. 가게를 지나다니며 보는 예쁜 꽃, 꽃 한 송이를 살 때 기분 좋은 마음처럼 가게가 누군가의 하루에 위로가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