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서울에서 직장 다닐 때 반겨주는 이 하나 없는 방에서 혼자 살아야 했어요. 텅 빈 방안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 싫었고, 함께 할 가족이 필요했죠. 그러다 강아지와 함께 살기로 했고, ‘하루’를 만나 외롭고 팍팍한 서울살이를 버텨냈어요. 그때는 사람보다 솔직한 강아지가 좋았죠. 이제는 눈빛만 봐도 어떤지 알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진 하루.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강아지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자연히 하루의 미용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현재 중부동에서 애견미용샵 ‘행복한 강아지 틱독’을 운영하는 애견미용사 윤애지(26) 씨 이야기다. 윤 씨처럼 강아지를 평생 함께할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강아지 미용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아졌다. 마치 자기 아들이나 딸이 다른 사람에게 예쁘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같이 강아지도 예뻐 보이길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애견미용이 단순히 강아지의 미적인 부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강아지와 사람의 위생을 위해서가 먼저다. 미용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강아지 털이 엉키기 시작하면서 잘 마르지 않는다. 그러면 곰팡이가 생겨 습진에 걸리는 등 병으로 강아지가 괴로워할 수 있다. 강아지뿐 아니라 사람도 피부가 약하거나 예민하면 감염될 수도 있다.
“병이 옮거나 털이 많이 날리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강아지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강아지 때문이 아닌 강아지를 관리하지 못한 사람 때문인데 강아지 탓만 하죠. 이틀에 한 번 빗질만 해줘도 문제를 막을 수 있는데 모르거나 귀찮아하는 분이 많아요
애견미용샵에는 털이 긴 견종, 짧은 견종 등 견종에 따라 미용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춰 데려가는 게 좋다. 푸들, 말티즈와 같이 털이 긴 경우 두 달에 한 번 미용샵을 찾아 관리해야 사람과 강아지 위생에 도움이 되고 병원비도 아낄 수 있다.
강아지를 전문샵에 맡기지 않고 집에서 미용할 경우에는 특별히 유의할 점이 많다. 윤 씨는 한 손님이 인터넷에서 파는 싼 기계로 강아지 털을 다 밀어온 것을 보고 당황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미용에 사용하는 기계마다 용도가 다른데 그걸 모르고 짧은 날로 몸을 깎으면 모근이 손상되요. 기계 열 때문에 화상을 입어 다시는 털이 자라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집에서도 미용이 가능하지만 되도록 제일 긴 날로 너무 짧지 않게 깎아주는 것이 좋아요”
집에서 간단히 발바닥을 다듬어줄 수 있지만 발가락 사이나 얼굴 등 예민한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 미용실에서는 부분적으로 섬세한 기계를 사용해 젖꼭지나 옆구리, 겨드랑이를 다치지 않게 깎아줄 수 있지만 집에서는 힘들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미용한 사람도 예민한 곳에 상처를 내기도 하죠. 그럴 경우 병원비도 들지만 강아지에게 트라우마가 생겨 다시는 자르지 않으려 할 수도 있어요. 때문에 꼭 집에서 미용을 하고자 한다면 간단한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해요”
‘애견 미용사’ 전문적 직업인만큼 공인자격 필요
강아지의 위생과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애견미용사는 날카로운 미용도구로 강아지와 소통하며 털을 자르는 것부터 예민한 발톱을 깎는 등 미용 전반을 담당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하다. 윤 씨는 서울애견미용학원에서 1년 반 동안 공부해 애견미용 전문자격을 얻었다. 이후 강남에서 애견미용사로 일하다 지난해 양산에 애견미용샵을 열었다.
보통 ‘미용하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돈을 이렇게 받아?’, ‘하는 게 뭐가 있다고 오래 걸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다. 2kg 정도 나가는 무거운 기계를 들고 움직이는 강아지가 다치지 않게 신경 써야 해 육체노동에 가까운 것.
“많은 애견미용사가 어깨, 허리, 손목 등이 아파 10년 이상 하긴 힘들죠. 가만히 있는 강아지를 미용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강아지의 성격, 부위별 유의해야 할 점 등을 고려해 안전하게 미용을 해야 하는 어려운 직업이에요. 하지만 강아지가 할퀸 상처나 미용사의 전문성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죠”
애견 미용사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에 있는 한국애견연맹과 한국애견협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증만 있을 뿐이다. 이런 탓에 아무런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애견 미용사로 일하면서 강아지를 함부로 다루는 경우도 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국가 공인 자격증이 생겨 미용사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강아지 미용도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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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위해 꼭 기억해주세요!
간단하고 중요한 미용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