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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에서 교훈 얻은 독일..
기획/특집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에서 교훈 얻은 독일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5/08/11 17:33 수정 2016.04.21 17:33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신재생에너지의 세계적 조류’라는 주제로 기획취재를 진행했다. 본지는 6~7월 전국 9개 지역신문이 함께한 공동기획취재단에 참여해 기상이변 등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국ㆍ내외 사례를 취재했다.

본지는 앞으로 6회에 걸쳐 ‘햇빛과 바람의 시대가 온다’라는 주제로 신재생에너지 선진 사례를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원전 강국 독일은 왜 탈핵을 선택했나
② 이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시대
③ 필요한 만큼 스스로 ‘에너지 자립마을’
④ 자연의 힘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⑤ 생각을 바꾸면 쓰레기도 에너지다
⑥ 신재생에너지, 양산은 어디까지 왔나

↑↑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 6월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고리1호기(사진) 가동 영구 정지를 권고하면서 안전성을 이유로 재연장 반대 여론이 높았던 고리1호기는 사실상 폐로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원전강국 독일은 왜 탈핵을 선택했나


독일 정부는 2011년 5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2022년까지 원전을 폐기한다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다.

놀라운 점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탈핵’을 선언하기 불과 반년 전인 2010년 8월, 원전 폐기를 확정했던 기존 <원자력법>을 개정해 평균 12년 수명 연장을 밀고 나갔던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독일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에너지 정책, 특히 핵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핵 폐기 정책을 뒤집었던 메르켈 총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다시 핵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으나 핵 정책 변화는 1970년부터 계속된 시민의 반핵운동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슈투트가르트 인근 네카베스트하임 원전은 2010년 말 35년간 운전을 끝으로 폐기됐어야 했지만 메르켈 총리의 수명 연장 정책으로 인해 예정된 폐기 일정을 넘겨 운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3월 전국에서 모인 6만여명의 시민은 45km에 이르는 인간 띠를 만들어 낡은 원전의 조속한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돌고 돌아 결론은 ‘탈핵’으로


사실 독일은 원전 강국 가운데 하나였다. 다른 경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1950년대 후반부터 핵 산업에 대한 연구ㆍ지원을 시작했다. 1960년 이래 정부 차원에서 핵발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보급ㆍ육성했고, 이후 1970년대 서독에서만 모두 17기의 원전 건설이 진행됐다. 독일의 이같은 정책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원전의 폭발적 증가는 지역주민 반발을 불러왔고, 독일 정부의 핵에너지 정책은 반핵평화운동에 직면하면서 시민사회와 마찰을 빚었다. 핵에 비판적이던 사람들이 조직을 만들어 반핵을 주장했고,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들은 지방의회 선거에 도전해 1970년대 후반부터 의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 녹색당 창당 후 1983년 원내 진출에 성공하고, 민간환경연구소인 생태연구소가 등장하면서 반핵 진영은 정치력과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당시 독일 전역에 방사능 낙진이 떨어지는 등 안전 중심 독일 사회에 상당한 공포를 심어줬다. 독일은 유고슬라비아, 핀란드, 스웨덴, 불가리아, 노르웨이,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과 더불어 약 8천800베크렐(Bq: 방사능 단위, 1초 동안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는 방사능이 1베크렐) 이상의 세슘-137에 피폭됐다. 동에서 서로 부는 바람을 타고 온 방사성동위원소로 인해 독일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한 조사 결과 체르노빌 피폭을 심하게 받은 바이에른 주에 있는 두 마을에서는 1987년 이후 사산율이 두 배로 늘었다. 또한 핵전쟁을 막기 위한 국제물리학회에 따르면 다운증후군으로 알려진 유전자 손상을 입은 아이를 출산한 경우가 사고 9개월 이후부터 늘었는데, 특히 체르노빌에서 1천160km 떨어진 베를린에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핵발전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절반이었던 여론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 급격히 반대로 기울었다.   

이후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정을 통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독일 핵에너지 정책은 일대 변화를 맞는다.

2000년 제정된 <재생가능에너지법>으로 누구나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시설 건설과 이를 통한 경제적 이윤 추구가 가능해지게 됐다. 또한 2002년 개정한 <원자력법>에는 그동안 내용과 달리 신규 핵발전소 건설 금지와 운전 중인 핵발전소 수명이 다할 경우 폐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은 전력의 20% 이상을 공급하는 원전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력공급원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1999년 독일은 ‘태양광발전 보급을 위한 10만 지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0년 4월 1일부터 시행한 <재생가능에너지법>은 용량 제한 없이 법에서 정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을 법에서 정한 가격으로 일정 기간 동안 의무매입하는 제도다. 이는 독일이 재생가능에너지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야당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며, 환경보호에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고, 경제인 단체는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독일 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결과는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는데, 2000년 6.4%였던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이 2010년 말 17%로 급성장하고, 동시에 이 분야에 36만개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 법은 도입을 비판했던 기민당이 집권한 2012년 현재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새롭게 연립정부를 구성한 기민당과 자민당 보수 정부는 2010년 8월 또다시 <원자력법> 개정을 추진해 2022년 폐기 예정이던 원전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이는 독일 반핵 진영의 반대운동에 불을 지폈고, 2011년 3월 터진 후쿠시마 사고는 핵발전에 우호적이던 메르켈 총리조차 원전 폐기를 선언하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낡은 원전 7기 가동을 3개월간 중단했고,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핵 폐기 시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8주간 이어진 윤리위원회 회의 결정을 수용한 메르켈 총리는 결국 2011년 5월 30일, 2022년까지 모든 원전 폐기를 공표했다.     

독일의 핵 폐기 결정은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은 유럽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제조업 중심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이런 독일이 핵발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핵발전 없이 에너지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주민투표를 거쳐 핵발전을 거부했고, 스위스는 2034년까지 핵 폐기를 결정했고, 핀란드는 추가 원전 건설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독일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핵폐기물 수송ㆍ처리는 골칫거리


탈핵을 선언한 독일은 핵폐기물 수송과 처리 문제에 직면해있다. 국제핵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7월 현재 핵발전을 운영 중이거나 건설 또는 계획 중인 국가는 47개국인데, 이 가운데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 처분장이 있는 국가는 한 곳도 없다.

독일 역시 30년 넘게 핵폐기장 부지로 지정한 고르레벤 암염광산으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현재 이곳은 핵폐기물 임시 저장시설로 이용되고 있는데, 핵폐기물이 수송될 때마다 반핵운동가들이 도로나 철도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주민 반대와 부지 적절성 문제로 고르레벤이 최종 부지로 선정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원전은 폐기 결정 이후에도 독일은 물론 이를 운영하는 모든 국가에 심각한 숙제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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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기 시설물 폐기에만 15년 걸려” 

/인터뷰/ 독일 칼수르에 기술연구원(KIT) 마틴 브란다우어

↑↑ KIT 마틴 브란다우어 연구원이 핵발전소 폐로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독일은 원전 폐로 기술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칼수르에 기술연구원(KIT)은 원전 폐로와 관련한 기술 인력을 육성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실제 폐로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와 고리원전1호기 폐로 결정 이후 KIT 기술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KIT 박사 과정에 있는 마틴 브란다우어 연구원(사진)에게 독일이 추진하고 있는 원전 폐로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마틴 브란다우어 연구원은 “독일은 과거 동독이 건설한 원전이나 연구용 원자로를 폐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원전 폐로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폐로 과정은 원자력법으로 명시돼 있는데, 폐로를 위한 주정부와 연방정부 행정절차에만 3~4년이 걸린다”며 “이후 원전 콘크리트 돔 내 설비 제거에 7년, 콘크리트 건물 제거에 2년 등 시설물 제거를 포함해 10~15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방사능이 완전히 제거되기까지는 수천, 수만년이 걸린다고.
그는 “최근 원자력 기술 발전으로 원전 규모가 작아져 원자로 등 내부 부품을 제거하기가 어려워 폐로를 위해 더욱 정밀한 기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마틴 브란다우어 연구원 역시 폐로의 가장 큰 문제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라고 밝혔다. 630MW 규모 슈타데 원전은 2003년 셧다운(운영 중지) 이후 2005년부터 행정절차에 들어가 올해 완전 폐로를 목표로 12년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틴 브란다우어 연구원은 “원전 폐기를 위해 핵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데,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이 없다”며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갖춰야 폐로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폐로는 어떻게?

마틴 브란다우어 연구원 1문 1답

▶슈타데 원전 폐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양은 얼마나 되나?

슈타데 원전의 경우 발전소 전체에서 나오는 폐기물 양은 39만톤 정도다. 이 가운데 방사성에 오염된 물질은 12만4천톤, 특히 심하게 오염된 폐기물은 전체의 1% 정도 된다.   


▶원전 폐로 비용은 얼마나 드나?

발전소 규모와 폐로 당시 기술력,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반적으로 1기당 10억 유로(1천200억원) 정도 든다고 본다. 이는 원전 1기 건설비용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독일이 원전을 폐기해도 프랑스 등 인근 국가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책은 있나?

사실 해답이 없는 문제다. 일본은 원전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후쿠시마 사고는 충격이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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