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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영어 공부하는 엄마, 영어 가르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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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하는 엄마, 영어 가르치는 엄마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5/08/11 10:10 수정 2015.08.11 10:05
아이 영어교육이 걱정인 인터넷 카페 회원 모아

영어 강의하며 재능기부하는 준서 엄­­마 이시정 씨




아이 영어교육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엄마들이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영어를 공부할 만한 실력이 되고 싶은 것. 이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줄 무료 영어 재능기부자 이시정 씨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수업을 하는 현장을 찾았다. 즐겁고 유쾌한 이 씨의 수업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양산의 아이 엄마나 예비 엄마들이 유익한 정보를 나누는 ‘너님 나님의 즐거운 양산맘’ 온라인 카페에는 영어 조기교육 열풍으로 나날이 늘어가는 아이들 영어 실력을 엄마들이 못 따라가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아이들이 영어로 물어보면 답을 해줄 자신이 없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이시정(33) 씨는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지난 5월부터 무료 재능기부수업 ‘Jmom's free talking class(준서 엄마의 자유토론 수업)’를 열었다. 이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7년 동안 과테말라에서 살아 영어가 매우 유창하다. 더구나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기업체 해외영업 비서실 통역과 외국인 개인비서 일도 했다. 2년 전 양산으로 이사와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는 양산맘 네이버 카페 활동을 하면서 재능기부를 마음먹었다.

이 씨는 “조금만 시간을 내면 영어를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난 4월, 1기를 모집했어요. 회원의 영어 실력을 파악하려고 첫 수업을 영어로 진행했죠. 다들 오랫동안 영어를 사용하지 않은 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하지만 모두 영어 실력이 엇비슷하다는 걸 알고 서툴지만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했죠. 그날 모임이 너무 재미있어 오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생각처럼 지금은 수업 외에 만나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아줌마에서 배우는 여성으로
잊었던 정체성 찾아줬어요”


매주 금요일 오후 1시 이 씨 집에 엄마들이 모였다. 모임 시간을 정해뒀지만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하고 오느라 도착은 들쑥날쑥이다. 그래도 엄마들이 다 모여야 수업을 시작한다. 게다가, 더러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는 아이 투정을 달래느라 어수선하고 어떤 어머니는 아이를 등에 업고 수업을 받기도 한다. 물 잔을 엎는 아이, 우는 아이 등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엄마들 향학열은 높기만 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엄마들이 배움에 목말라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수업은 영어 단어와 회화를 공부로 진행한다. 이 씨가 읽는 영어 단어와 문장을 회원들이 그대로 따라 읽고 두 명씩 짝지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이다. 이 씨는 “초급자들이라 프리토킹이라기보다 더듬거리지만 편안하게 친구와 이야기하는 느낌이에요. 아이를 키우고 주부라는 공통점이 있어 대화가 잘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업 후에는 어릴 때 외국에서 친구들과 했던 행맨, 빙고, 스피드게임도 해요. 이 게임은 아이와 함께할 수도 있고 영어를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되죠. 숙제를 내주면 다음 주에 발표를 시키고 단어를 많이 알아야 대화가 잘 되기에 두 달에 한 번씩 단어 시험도 친다”고 전했다.

이 씨는 특이하게 회원 이름을 영어로 불렀다. 보통 자신의 이름보다 누구 엄마라고 많이 불리고 아이나 키우는 아줌마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정체성을 찾고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려는 의도다. 회원들은 입을 모아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삶을 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배워서 남 준 사례다. 그는 “주변에서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 돈도 벌 수 있는데 시간 낭비 아니냐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 엄마들은 자신에게는 돈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런 엄마들과 제가 잘하는 영어를 나눠 갖는다는 건 돈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영어교실 1기 회원은 모두 9명이다. 1기 모집 마감 뒤에도 수강문의가 들어오지만 이대로 6개월 정도 끌고 갈 계획이라 새 사람을 받을 생각은 없다고 한다. 다만, 차후 회원 영어실력을 평가해 그대로 단계를 높여갈지 새 기수를 구성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씨는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들이 모여 뭔가를 배우고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은 참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들 대부분은 아이 때문에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죠. 그러다보면 스트레스와 정체성 상실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며 “주부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다양한 활동이나 새로운 세계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저의 작은 노력이 그런 주부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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