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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삼장수빵, 굽는 냄새도 나기 전에…” 출시 제동..
사회

“삼장수빵, 굽는 냄새도 나기 전에…” 출시 제동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5/08/18 09:07 수정 2015.08.18 09:03
양산 이씨 종친회 “상표권으로 ‘삼장수’ 사용 안 돼” 이의 제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종친회와 협의 없어… 미숙한 행정력 비난



디자인 유지한 채 ‘삽량빵’으로 이름 바꿔 추석 전 출시 계획

양산시가 6차 산업을 선도하는 관광 상품으로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한 ‘양산 삼장수빵’이 제대로 출시도 못 해본 채 사라지게 됐다. 이징석ㆍ징옥ㆍ징규 장군(삼장수)의 양산 이씨 종친회에서 명칭 사용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
 
양산시는 빵 이름을 바꿔 재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삼장수빵을 홍보한 상황이어서 미숙한 행정력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양산시에 따르면 삼장수빵은 양산시농업기술센터가 ‘2014년 비교우위 품목 경쟁력 제고 사업’으로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친환경 계란을 이용한 양산빵 개발’ 사업을 유치했다.

이에 친환경 사육 방식의 양계 농가가 양산친환경양계연합회(위원장 김성권)를 결성한 뒤 삼장수의 다양한 역사와 설화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한 빵을 개발하기로 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양계연합회는 수차례 시장조사와 국내ㆍ외 다양한 관광 빵을 벤치마킹해 삼장수빵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국비와 시비 등 2억원이 투입됐다.

삼장수빵은 빵 3개와 쿠키 1개로 구성됐다. ‘충효지력’(忠孝智力)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으며, 각각의 글자마다 삼장수와 관련한 역사와 설화가 담겨 있다.
 
‘충’(忠)은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으로 단종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자 이징옥 장군이 단종에 대한 충성심으로 일으킨 ‘이징옥의 난’을, ‘효’(孝)는 어머니가 살아 있는 멧돼지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자 이징옥 장군이 삼일 밤낮으로 멧돼지를 설득해 데리고 왔다는 설화를 담았다.
 
‘지’(智)에는 이징옥 장군이 탐관오리인 김해부사에게 살아 있는 호랑이를 생포하니 김해부사가 겁을 먹고 선정을 베풀기로 했다는 설화를, ‘력’(力)에는 삼형제가 글공부를 마치고 마을로 내려오다 도적 50명을 발견하고, 소탕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양산시와 양계연합회는 삼장수빵을 시민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난 7일 하북면에서 출시기념식과 더불어 시식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시를 코앞에 두고 양산 이씨 종친회에서 명칭사용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삼장수’를 지역축제나 행사에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품 판매를 위한 상표권으로 등록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  

문제는 양산시와 양계연합회가 삼장수빵 출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작 양산 이씨 종친회와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지역 대표 인물을 내세워 관광 상품을 만드는 데 당사자와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양산시의 미숙한 행정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산시는 “그동안 축제나 행사에 ‘삼장수’라는 명칭을 사용해왔기에 ‘삼장수빵’ 출시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질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결국, 양산시와 양계연합회는 지난 11일 농업기술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빵 명칭을 ‘삼장수빵’에서 ‘삽량빵’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빵 디자인은 현재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되, 빵에 담긴 삼장수 이야기는 그대로 유지할지, 삽량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만고충신 박제상 공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할지는 검토 중이다.

현재 빵 이름이 바뀌는 만큼 스토리텔링 내용을 바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산시는 삽량빵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데 대한 행정 작업과 이미 제작한 간판과 전단, 포장, 홈페이지 등을 교체한 뒤 추석 전 정식 출시를 목표로 사업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양산시는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삽량빵을 출시해 양계산업의 6차 산업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할 것”이라며 “양산의 주요 관광지를 비롯한 KTX 역사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입점하도록 하고, 친환경 계란과 연계한 삽량빵 만들기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정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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